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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항암과 항암식단

항암과 인간 관계 1: 외로움과 암 환자 예후

by 힐링미소 웃자 2023.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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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을 오래 하다 보면, 13년이면 오래라고 할 수도, 때때로 철학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그중 젤 먼저 드는 생각이 삶은 무엇인가? 죽음은 무엇인가? 관계는 무엇인가? 그 세 가지가 젤 먼저 떠오르는 질문이다. 그중에서 삶이 무엇이고 죽음이 무엇이고는 너무나도 힘든 질문이다. 반면에 관계는 쉬운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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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친구가 없다고 가정해 본다. 여기서 친구란 여러 가지 의미다. 

  • 메신저나 전화로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친구
  • 내면을 드러낼 수 있는 친구
  •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할 수 있는 친구
  • 나의 고민, 불안,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 기타 등등

 

위에서 말하는 친구에 같이 소주 한 잔 할 수 있는 친구, 골프나 운동을 같이 할 수 있는 친구, 담배를 같이 피울 친구, 쇼핑을 같이 할 친구... 그런 친구들은 빠졌다. 내가 술담배를 안 하니까. 내가 등산이나 운동을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니까... 그럼에도 친구 관계의 스펙트럼은 참 넓다. 내가 암 진단받기 전을 반추해 보면 말이다. 

 

 

그러나 암 환자인, 특히 진행성전이암 환자인, 나에게 친구가 왜 중요한 지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암 보다 더 빨리 날 죽일 수 있는 건 외로움일 거라는 사실!

외로움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이다. 내가 말할 상대가 없다는 것, 내 속 마음을 털어놓을 관계가 없다는 것, 하루종일 내게 전화 한 통 걸려오는 일이 없다는 것, 주말에 같이 밥 한 끼 먹을 친구가 없다는 것... 그런 삶을 상상하다 보면, 항암에 성공해서 오래 산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다.

얼마 전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한 가지 사실을 공표했다. 술담배보다 더 건강에 해로운 거에 관한 건데, 놀랍게도 외로움이었다.  외로움은 인간의 건강, 수명과 어떤 관계가 있길래 그런 말이 나오는 걸까?  어느 정도의 비중이기에 외로움이 술담배보다 도 건강에 해로운 걸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철학적인 방향으로 다시 갈 수밖에 없다. 내가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태어났으니까 산다? 죽지 못해서 산다? 물론 그렇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보통사람들이 아닌 난, 왜 그토록 독한 항암제를 하루에 두 차례씩이나 먹고 있는 걸까? ㅓ리 속이 헐고, 등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고, 온갖 크기의 뾰루지들이 등에 흉측한 모습으로 생겨나고, 몸무게가 빠지는 등의 부작용을 감내하면서까지 하루라도 더 살려는 걸까?

그 독한, 아니 2 차암의 가장 큰 원인일 수도 있을 고선량의 방사선 검사를 왜 1년이면 대여섯차례나 받을까? 또 왜 그토록 고통스러운 수술을 4번씩이나 받았던 걸까? 한쪽 콩팥을 통째로 떼어내고, 폐를 잘라내고, 다리뼈를 두 번이나 잘라내고...뭘 위해 그랬을까? 좋다! 분명히 더 살기 위해서 그랬다. 그런데 왜 난 더 살려고 그러는 걸까?

 

그런 질문들은 참 그렇다. 닭과 달걀의 논쟁을 보는 것 같다. 너무 어렵다. 그러니 그런 어려운 질문보다는 쉬운 질문은 어떨까? 

  • 외로움은 암의 예후에 안 좋은가?
  • 항암의 효과를 감소시키나?
  • 더 빨리 죽나?
  • 심지어 외로움은 원발암 내지는 2차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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