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 진단 15년 세월로 들어오며 감사함을
이런 시간을 맞이하는 건 아무래도 행운이다. 그 말 말고는 딱히 다른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주의하고 노력하더라도 뜻대로는 안 된다. 문 열고 나가면 다음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어찌 알겠는가!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덧붙여 겸손할 필요도 있다. 이 순간이, 오늘이 막바지가 되더라도 흔쾌히 인정할 준비를 해야겠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걸 회피할 방법이 없다.
15년째... 예상이나 했겠는가
2011년 벽두, 일 끝난 어느 날, 혈뇨가 발생했다. 멈추길 기대했지만... 기대로 끝났다.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근거 없는 낙관으로. 하지만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계속되는 혈뇨는 날 기진맥진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건 육체에 국한된 일이 아녔다. 마음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혼미하고 무너지는 느낌. 더는 참지 못하고 늦은 밤, 일 마저 끝내고, 응급실로 심연으로 떨어지는 느낌으로, 허깨비가 뒤에서 미는 듯 병실로 들어갔고, 담날 4기 진행성전이암 진단을 받았다. 이미 양쪽 폐로, 20여 개가 넘는 덩어리들, 전이된 상태였다.
세상 일... 뜻대로 되는 게 있을까
두 번째 병원에서 돌발적으로, 급행 수술의 행운을 얻었다. 그런 후 난 모든 게 잘 되려나 하는 미몽에 빠진 적이 있다. 그러나 수술 후 으레 이 이어져야 하는 항암제 처방이 없었다. 1년을 기다려도, 2년이 더 되어 가도. 왜 그러시는지 교수님께 여쭸다.
"당신과 같은 단계에서, 무슨 항암을!"
세상일 뜻대로 안 된다는 걸 또 깨달았다. 시한부 인생이란 말을 들었다. 표현은...
"타임 밤이 째깍째깍"
그 말 듣고... 이젠 내 인생, 쭁! 그리 생각했다.
진짜 뜻대로는 안 되는구나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병원을 또 옮겼다. 애걸복걸... 후! 그런데 나이도 있고 하니, 40대 중반, "한번 애써보자"는 말씀을 하셨다. 난, "운명을 거스르지 맙시다..." 란 말로 거절했다. "폐도 쫌 때 내고, 약도 드셔보고... 합시다, 네? 네!" 거절거절하다... 응했다. "좋습니다. 한번 해봅시다. 그렇게 또 기회가 왔다.
감사한 마음에 더해 진심으로 최선을
그 호의에 답하고자 난 섭생에 더 진심을, 아침저녁으로 뒷동산 오르락내리락,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렇게 호응했다. 그러기를 얼마...."완전관해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군요. 아주 레어 한 케이스이십니다!"
겸손해야 하는 이유
'완전관해'란 말에 취했었다. 그러나 그 숙취가 쎘다. 다리뼈 전이로 두 번이나 '댕_강!' 잘라내야 했다. 그리고 또 척추로... 그러니까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새옹지마란 말이 맞다는 걸 증명 '받았다'. 그러나 내려갔으면 올라가야 한다. 그럴 때가 있다. 그렇게 14년을 보내고, 이제 15년을 맞았다. 세월이 날 허락하고 있다. 이 어째 기쁘지 않으랴~ 그러나 오늘만 즐기자. 그리고 잠자리에 들 때 두 손을 가슴 위에 얹고, 이어서 손을 옮겨 볼을 쓰다듬으며 감사하자. 낼 아침? 그런 건 생각 말자. 그때 일이다.
회피해도 안 되고... 회피할 수도 없고
오늘 오랜 지인과 커피를 나눴다.
"어머님 오늘 대퇴골 크랙 철심 박으러 수술실 들어가셨다가..."
"산소포화도 절대 부족으로 수술 돌연 중단..."
돌발 상황!
"수술실 들어가신다는 말 듣고 잘 될 걸라 예상하고 가벼운 맘으로 날 보고 싶었다고"
그 지인 문자 뜬 폰 한 동안 멍하니, 이어서 창밖을 멍하니... 내 얼굴을 멍하니...
"가봐야겠네요..."
"그럼! 당장 가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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