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안도, 입구도, 바깥쪽도 장사진이었다. 사람들이 하도 많아 10명씩 끊고 있었다. 병원 출입문을 열어 놓고 있었는데, 그냥 들어갈 수도 없었다. 금줄처럼 두 줄을 쳐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 줄 중간중간에 고추 매달고, 숯을 매달아 놓은 듯 일정한 간격으로 종이 한 장씩 걸려 있었다. 코로나 검사 때문에 오신 분들은 모퉁이를 돌아 약국 뒤편에 서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줄은 모퉁이에서 끝난 게 아니었다. 위로는 계단을 타고 다음 층 중간까지 오르고 있었고, 아래로는 1층에서 2층 계단은 물론, 창밖으로 보이기에 길바닥까지 긴 줄이 있었다.
집에서 받은 검사에서는 C자에 선명하게, T자 표시에 아주 희미하게 줄이 나타났었기에 음성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갖고 갔었다. 그냥 심한 몸살감기이기를 간구하며.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병원에서는 99.9%라고 말했다. 왜 100%가 아니냐니까 그러면 밖을 못 나다닌다는 원장님 대답이 나왔다. 그리고 팍스로비드란 약을 처방하고 싶단다. 그러나 것도 역시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코로나 감염이 확실한데 100% 판정을 못하고, 코로나 감염이 확실해서 그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를 처방해서 치료받게 하고 싶은데... 그 둘을 못하겠다는 모순된 말씀을 하고 계셨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이 따로 없는 듯했다.
팍스로비드는 나 같은 환자에게는 먹어서 생기는 이익보다는 손해가 더 크다는 게, 그분이 그렇게 말씀하신 이유였다. 신장, 간, 폐 손상이 주된 부작용들 중 본보기라 했다. 나는 거기에 모두 해당되는 전형적인 경우라 했다.
콩팥 하나 없으니 남은 하나 고장 나면 어떻게 하냐!는 얘기였고, 폐도 종양 덩어리들이 물안개처럼 뿌옇게 다발성으로 있으는 데다가, 한 조각 잘라냈으니 더 손상되면 안 되고, 간독성이 치명적이면서 주요한 부작용인 보트리엔트를 장기 복용 중이니, 간 상태인들 좋겠느냐는... 아주 친절하고 자상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럼?
그럼 어쩌야 되냐고 물었다. 의뢰서를 써줄 테니 빨리 보건소에 가란다. 거기엔,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상(전문가용, 인두도말) 결과 양성으로 나왔음을 확인함. 선별진료소 PCR 검사 의뢰함”이라고 쓰여있었다. 그걸 갖고 가서 검사를 받는데, 검사 전과 후에 반드시 ‘집중관리대상자’임을 강조하라는 말씀과 함께, 꼭 그렇게 관리받도록 어떻게든 하라는 신신당부였다.
그러면 생활치료센터나 음압격리병원으로 보내서 집중 치료를 받게 조치하든지, 아니면 동네 큰 병원들 중 지정병원이 결정되고,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그곳에서 하루 2번씩 전화가 온다고 했다. 필요하면 약도 지어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약을 처방해 줬다. 다 먹고 필요하면 전화하라고 했다. 직접 가져다주지는 못해도, 가족 중 누구 한 명이 와서 가져가면 된다고도 했다.
난 보건소로 부리나케 달렸다. 다행스럽게 보건소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검사 시스템이 바뀌면서 그야말로 선택받은 사람들만 올 수 있는 곳처럼 변한 듯했다. 안 좋은 의미의 ‘선택받은 자들’! 자초지종 얘기하고 집중 관리 꼭 받고 싶다는 말을 만나는 직원들 모두에게 했고, 내 요구를 들은 모든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점심을 건너뛰고 이러 뛰고 저리 뛴 탓에 허기가 졌다. 근처엔 이름난 빵집이 있었다. 그 집이 이름난 이유는 밀가루 빵보다도 쌀가루 빵이 더 많아서인데, 나 같은 글루텐 부작용 심한 자들에게 딱인 빵집이다. 거기에 가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양성이니 법 위반이 아닐까 했다. 보건소 직원에게 문의했다. 그랬더니... 기상천외한 답이 나왔다.
“아직 확진 아니시니 빵집 가셔도 돼요.”
“네? 그래도 동네 병원서 양성이라고 했는데...”
“하지만 아직 확진 판정 안 받으셨잖아요?”
“......”
“우리 보건소 검사 결과가 벌써 통보됐나요?”
“아니요! 방금 검사받지 않았나요!”
“그러시니까요. 아마 낼 아침에 확진 통보가 갈는지 모르겠네요. 그러기 전까진 아직 확진 아니셔요.”
“그래서 그때까지는 빵집에 가도 된다는
“예.”
“아! 그렇군요.”
난 그길로 곧장 그 베이커리에 갔다. 그리고 빵을 한 10개는 샀다. 따뜻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랑...
“죽을 때 죽더라도 먹고 죽자.”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곱다더라.”
“금강산도 식후경”
“먹을 것을 보면 세 치를 못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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