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상인 행세를 해봤다. 어떠한 보조장비도 없이 두 발로 걸었다. 목발도 지팡이도 버렸다. 하루뿐였지만 새 세상 같았다. 그러니까 내 모양새가 왼쪽 어깨엔 에코백을, 쾰른에서 산, 오른쪽 손에는 케이스 안에 담긴 노트북을 들었다. 여기는 IFC다. 온갖 사람들이 모여드는, 특별하게도 금융맨들이나 여타 비즈니스 우먼/맨들이 가득 찼을 그런 곳, 에서 두 발로 걸었다.
2016년 6월까지만 해도 그게 나의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전혀 특별할 거 없는. 그러니까 그때도 지금처럼 건빵/카고바지에 티를 걸치고 워커 비슷한 뭘 신고 다녔는데, 어깨 위엔 에코백이, 등뒤엔 백팩이 있었다. 한 손엔 스마트폰을 들었었고, 다른 손엔 커피 가득 텀블러가 들려 있었다. 전형적인 일상의 모습!
오늘 그런 모습을 흉내 냈다. 그러니까 정상적 신체를 가진 사람인양 한 것이다. 쇼윈도에 비친 모습이 좀 멋져 보였다. ㅋ! 새롭게도 보였다.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발을 절지 않는다든지, 기우뚱기우뚱, 그래 마치 엉덩이 살찐 오리 걸음걸이 마냥, 그런 걸음으로부터 자유로웠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지팡이를 안 짚고, 목발을 안 한다고 해서 내가 보행장애인이 아닌 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내가 IFC 빌딩 L1을 활보할 때 두 명이 한 몸 속에 있었다는 말이다. 장애인으로서의 힐링미소웃자와 정상인인 채 힐링미소웃자, 그 두 존재. 그렇게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난 웃었다. 웃었다? 비웃었다? 뭐든… 그랬다.
2011년 벽두의 충격은 사실은, 어찌 보면, 충격이었지만 불편함은 아니었다. 뭐 재앙적 수준의 그런 불편함 말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5년 후에 첨으로 다리뼈를 잘라내고 티타늄판 2개를 덧댄 채 못질을 꽤 많이 했었을 때, 첨으로, 불편함을 경험 했다. 그런데, 그건 어찌 보면 예고편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심각한 4기 암 환자는 아녔을 것 같은 바이브?... 착각!
그로부터 6년 후, 그쪽 다리를 아예 못쓸 정도로 다리뼈를 잘라냈다. 한 토막 거의 다, 재발... 그러니까 고관절과 무릎관절만 남긴 모습으로 말이다. 그쯤 되자 그 불편함은 재앙 수준으로 업글됐다. 업글? 육체는 다운그레이드 됐지만 정신은 더 강해졌달까…그런 의미에서 업글…풋!
정상적인 신체를 가졌을 땐 두 발로 걸으면서 한 손엔 텀블러, 다른 손엔 폰…그런 게 전혀 특권인 줄 몰랐었다. 그러나 이제, 그게 얼마나 큰 특권였는지 안다. 그런데…. 내가 오늘까지 사는 것, 난 또 그게 또 다른 하나의 특권임을 안다. 양쪽에 그 둘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지팡이나 목발 없이 걸을 수 있다는 것과는 질이 다른 특권이란 것, 오늘 그 특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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