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폐전이, 뼈 전이 재발 환자의 자기 신체 이해
영원이 안 죽는다는 암세포를 온몸 가득 갖고 있을 나, 내가 보고 있는 현재의 거울 속 내가 어제 봤던 나와 다를 수 있을까?
더 심하게 말해서 어제의 나와 지금의 나는 동일한 사람일까? 다른 사람일까? 다르다면 완전히 다른 사람일까? 사람은 외모가 바뀐다고 하는데 속도 바뀔까?
생각은 어떨까? 사람은 고쳐 쓰지 못한다는데, 가치관이나 사고방식 등이 바뀔 수도 있는 걸까?
피부세포: 샤워하려고 벗은 거울 속 내 피부는 태어날 때의 그 피부일까? 아니면 결혼 후의 그 피부일까? 그도 아니라면 한 달 전의 그 피부일까?
다 틀린 말이라고 한다. 우리 몸의 맨 밖에서 무수히 많은 침략균들에 맞서 내 몸을 지키는 피부, 그 피부를 이루는 세포들의 수명은 2~3주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 몸의 피부는 채 한 달도 못 돼 새것으로 바뀌는 것이다. 하기야 안 그렇다면 온갖 먼지와 자외선 등에 시달렸을 피부로 어떻게 우리 몸을 지킬 수 있을까!
지방세포: 지방세포의 수명은 대략 10년쯤 된다고 한다. 내가 만약 10년 동안 65킬로 전후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오늘 갑자기 60킬로가 될 수는 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내가 최근 2년 사이에 대략 5kg이 빠졌었다. 난 몰랐었다. 왜냐면 65에서 64로, 64에서 63으로, 그러다가 60킬로 전후로 그렇게 체중감소가 일어났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본 사람들이 너무 말랐다고 말했었다. 알고 보니 지름 9cm 정도의 럭비공 형상의 뼈 전이암이 내 허벅지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지방세포들이 먹어야 할 영양분을 그놈들이 먹고 얼마나 많은 지방세포를 말려 죽였을까? 그러니 내 몸무게가 그리 빠졌었지도 모르겠다.
뼈세포: 골세포 수명도 대략 10년 이쪽저쪽이라고 한다.
골격근 세포: 15.1년 정도 된다고 한다.
심근세포: 40년 전후
췌장세포: 1년
장 세포: 2~4주. 인체에서 가장 자주 재생되는 세포들 중 하나. 그런 이유로 항암제의 공격 대상 중 라나라고 한다. 암세포들처럼 활동이 활발하니까 화학적 항암제들이 암 새포들로 안식해서 공격한다고 한다. 장세포가 망가지면 설사가 나온다고 한다.
위 세포: 2일. 이 위세포는 참 고달픈 세포 같다. 엄청 짜고, 맵고, 신 음식들을 먹고, 초고도가공식품도 먹고, 담배 피우고 술 마시는데도 참 잘도 버티는 것 같다 했더니 이렇게 수명이 짧다. 그러니 망가져도 또 생겨나고 생겨나고 하니까 사람들은 무심한 모양이다. 이렇듯 재생이 엄청 빠른 위세포의 고마움을 모르면 안 되겠다. 그런데 사실은 위의 예시처럼 혹사시키나 보다.
그런데 계속 그렇게 위를 자극하면 어찌 될까? 이 자극은 위벽에 무리를 주지 않을까? 그래서 장세포처럼 변하면? 장세포는 수명이 대략 15.9년이나 된다고 한다. 그러니 장세포처럼 변하는 장상피화생이 발생하면 이건 위암으로 가는 첩경일런지도 모르겠다.
난 항암제 복용 후 매년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오고 있다. 10년 넘게 소화기내과 교수님을 뵙고 있다. 나한테 위험한 상태는 아니나 조심하란다. 장상피화생의 징조가 보인단다.
간세표: 10~16개월. 간세포의 경우도 재생속도가 빠른 편에 속한다. 간은 크기도 엄청 크다고 한다. 그러니 그 두 가지만 믿고서는 간을 혹사시키나 보다. 난 얼마 전 간경변에 의한 간암으로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모셨다. 우리 어머니 섭생을 보며 난 경고를 많이도 했었다. 그럴 때마다 나한테,
"네 걱정이나 해라, 난 아무거나 먹어도 소화 잘 된다. 또 안 되면 약먹으면 되지. 좋은 약들이 어디 한둘이냐!"
그러시더니 결국 그 간의 지나친 망가짐 때문에 고생고생하시다 가셨다.
난자 세포: 50년
백혈구 세포: 2 내지 3일에서부터 일주일까지
적혈구 세포: 4달
호중구 세포: 2일
눈의 수정체 세포: 평생. 눈은 마음의 창이라더니 뇌세포가 평생을 간다니 수정체 세포도 그렇게 평생을 가나보다.
치아 에나멜 세포: 이 세포들도 평생을 가는 세포라고 한다. 건강한 치아는 오복 중 하나라는 말처럼 대체 불가능한 소중한 복덩어리니까 잘 관리해야겠다.
뇌세포: 평생. 이 사실은 내게 끔찍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만약 내 원발암이 뇌로 가면, 그걸 초기에 못 잡으면? 전이된 부분의 뇌를 도려내야 하고, 그 부분이 담당하던 기능이 사라진다는. 이를테면 기억 능력, 연상능력, 신체 각부 감각…
단지 요즘 나오는 새로운 발견은, 기억 담당 해마세포는 다시 자랄 수 있다는데, 글쎄, 뇌로 전이되는 일은 없어야겠다.
그럼에도 태어날 때 가진 뇌세포가 평생을 간다니… 사람의 사고방식이 바뀌는 게 참 어렵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저 부족한데도 부족한지도 모르고 잘난 체 말고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면을 드러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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