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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16년, 육종성 변이, 세 번째 수술, 다리뼈 절단18

암삶 68-양쪽 폐 가득 전이암 덩어리들 천지인데 결국은 골육종 판정 난 다시 정형외과 교수님과 마주 앉았다. 다리의 통증은 여전했다. 이건 분명 지독한 운명이었다. 암, 그것도 4 기암, 진단과 동시에 폐 전이암도 같이 진단, 폐 잘라내기, 엄청남 부작용의 표적 항암, 그리고 1년 반이라는 상대적으로 짧디 짧은 완전관해 쾌락, 이어지는 뼈 전이, 육종성 변이에 의한 골육종... 그리곤 다시 벼를 짤라 낼지도 모를 수술 예고... “한 달 정도 되신다?” “예, 교수님.” “그런데 그 약은, 항암제 말고, 언제 마지막으로 드셨어요?” “아, 그 지혈... 때문에?” “예.” “아마 5일 전에요?” “그런데, 그 약은 엄청나게 센 약인데, 왜 드시나요?” “아, 그게... 제가 허혈성 뇌졸중 증상으로 응급실에 온 후부터...” “뭐, 어쨌든…. 알았습니다. 5일 전에 마지막.. 2021. 10. 2.
암삶 67-신장암 전이, 폐 전이암을 거쳐 육종성 변이 치료방법 기진맥진, 집에 왔다. 좋았다. 손바닥, 딱 손바닥만 해도 집이 좋다. 왜 좋을까? 익숙함일까? ​ 내 이러저러한 체취가 여기저기에, 벽지며 방바닥이며, 덕지덕지 묻어 있다가, 내가 돌아온 걸 보고 다시 돌아갈 곳을 발견하고 내게 스멀스멀 다가오는 게 보여서일까? 힘들 때 문 닫고 흐느끼며 흘렸던 눈물방울들이 구석에 머물렀다가 다시 돌아갈 두 눈을 발견하곤 울며 내 두 눈가로 다가와서일까? 기쁠 때 지었던 웃음이 천장에 붙어 있다가 다시 돌아갈 얼굴을 보고 웃으며 다가와서일까? 화가 날 때 했던 욕이 바닥에 껌처럼 붙어있다가 지 돌아갈 입술을 발견하곤 욕하면서 내게 달려와서일까? ​ 바닥에 벌렁 눕고 싶었던 마음도 잠시, 난 아픈 다리의 존재를 깨닫고는 조심스레 침대에 누웠다. 내 작은 한 몸 뉘면 팔과.. 2021. 10. 2.
암삶 66-육종성 변이가 뺏어갈 뼈 한 토막_완전관해 과신(2016) 진실도 때론 변하기도 한다는데 사실이야 오죽하겠는가? 세상도 변하고, 환경도 변하니 그 속에 사는 인간이야 또 두말하면 뭣하랴! 그러니 그 인간의 몸에서 사는 암은 또 얼마나 변화무쌍하게 변화할까? 기술도 발전하고, 의학도 발전한다고 하니 20년 전의 의학과 오늘의 의학이 어떻게 같을 수가 있을까? 잠깐 들렀던 대학병원의 그 젊은 교수님에 의하면 내가 가진 암은 골반뼈로 많이 전이된다고 최근 연구 결과에서 밝혀지고 있다고 했다. 나 같은 환자는 때론 딜레마에 빠진다. 어떤 경우에는... 최신 의학을 접하려면, 주니어 의사한테 진료를 받아야 하고, 반면에 풍부한 경험의 혜택을 받길 원한다면 시니어 의사를 찾아야 한다. 물론 대부분의 의사 선생님들은 그 두 가지에 모두 뛰어나다는 사실을 경험해오고 있다. 하.. 2021. 10. 1.
암삶 65-골육종_육종성변이_완전관해 후 방심과 치명타(2016) 나의 주치의의 당시 얼굴 위엔 못 믿겠다는 표정이 너무도 선명하게 각인된 듯 보였다. 놀람과 분주... 같은 표정도 얼굴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듯도 했다. 낭패감도 역시 또 다른 한자리를 차지한 듯 보였고…. 아주 복합적인 표정이셨다. 내가 존경하는 이 교수님은 학술위원이시기도 하다. 그러니... 이 암이란 존재, 이건 거의 불가사의다. 전문가들은 뒤를 따라갈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교수님, 저는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 “불과 한 달 전에 제가 교수님을 뵈었었고,” “…….” “그때 아주 간혹 가다가 약간의 통증이 순간적으로 있다가 사라진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만,” “…….” “이런 일이 갑작스럽게 생길 줄 꿈에서라도….” “…….” 하지만.. 2021. 10. 1.
암삶 64-추적 CT 검사 범위 1cm 밑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던 뼈전이암_육종성 변이 자꾸 화나는 일만 생기면 지친다. 뽑혀 내 팽개쳐진 배추처럼, 주인도 버린 나뒹구는 밭고랑 위의 파처럼, 그렇게! 그러다 원망하고…. 쌓여가는 원망이 더는 돌이킬 수 없음을 알게 되면서 절망이 찾아온다. 비틀거리는 몸을 밀어 넘어뜨리는 것도 부족해서 넘어진 등짝을 밟고 가듯…. 일어서려 해도 이제는 양손을, 아니 한 손마저 땅에 디딜 힘이 없음을 깨달을 때쯤 되면 체념이 찾아온다. 체념이 내 머리를, 가슴을 버리고! 이제 남은 건 쉰내 나는 마지막 호흡 한 번뿐! 그다음에 오는 건 무엇일까! 그냥 어느 한여름날, 가뭄에 말라버린 마당에 땡볕마저 내리쬐는 날, 먼지 날릴 뿐인 잊힌 옛길 위에 쓰러진 채 가엾은 형체만 남기고는 말라비틀어진 개구리? 난 암이 얼마나 영악하고 엉큼한지를 진단 후부터 이곳저곳에서.. 2021. 10. 1.
암 삶 63-완전관해_그건 암의 완치가 아니다 "xxx 씨 들어가세요!" 대기실 구석 맨 뒤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 입양된 아이처럼 주눅이 들어 있던 나는, 들려온 내 이름에 깜짝 놀랐다. 내가 내 이름을 들으며 그때처럼 그렇게 놀란 적은 아마 없었을 듯하다. "안녕하…." "예. 엑스레이 결과가 나왔습니다." "……." "이런 사진을 보여드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 이쯤 되면...내가 할 말은 없다. 아니, 어떤 말이 됏든...내 입에서 어떤 말도 하기도 싫다...할 수도 없고. 숨이 턱! 막혀버린다. 의사는 또 어떨까? 뭔 좋은 소식이라고 막 신나서 떠들까... "저도 아니길 바랐습니다만... 이럴 거라고 예상하기는 했었음에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제발 아니길 바랐었습니다만... 사진을 보세요! 제가 7장의 사진을 의뢰했었습니다." ".. 2021. 10. 1.
암 삶 62-정형외과 교수님의 어두운 얼굴_ 다량의 엑스레이 처방 젊으신 교수님이 날 맞이했다. "어떻게 오셨어요?" "다리가 너무 아파요." "다리요?" "예." "다리, 어디 가요?" "허벅지요." "허벅지요? 전 허벅지 담당이 아닙니다. 대퇴부나 하지는 다른 선생님이 하십니다." 그 교수님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셨다. 하지만 내 느낌에 이 젊으신 교수님이 아니면 답이 안 나올 듯했다. "아, 그러신가요?" "예. 제가 의뢰를 넣을까요?" "아…. 아니요. 교수님, 실은 제가 지금 너무 힘들어서요. 여기 동네 재활의학과에서 물리치료 중인데, 시간이 흘러도 좋아지지 않고요. 아니, 오히려 더 아파요." "……." "그런데 오늘 허벅다리 쪽 초음파를 찍었는데, " "그런데요?" "정체 모른 액체인지, 아니면 고름인지…. 시뿌옇게 퍼진 뭐가 보여서…. 황급히 여기로 왔는데.. 2021.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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