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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22년 말, 폐전이 뼈전이 삶

폐 전이에 이은 뼈 전이 그리고 재발-가난한 집 제사 돌아오듯

by 힐링미소 웃자 2022.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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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 재발 12, 13일째 고향집



난 재발 진단 12일째 되는 날 고향에 가야 했다. 90 다 되신 아버지 건강도 염려됐고, 반찬도 준비해 드리고 싶었다. 또한 요양병원에서 처리해야 할 일도 있었다. 물론 면회도 신청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아프다고 부모님을 안 뵐 수는 없다. 대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무언가 내게 이상한 징후가 있을 거라는 눈치라도 채신 것처럼 아버지께서는 건강 관련 여러 번 물으셨다.

그러나 내 다리뼈 전이암이 재발됐다는 말씀을 드릴 수는 없었다. 그저 좀 안 좋아져서 치료가 필요하다는 정도로만 말씀드렸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걱정을 끼치는 일이다. 더 자세하게 알고 싶어 하신다는 걸 알면서도 애써 무시했던 이유다.

"제 얘기는 그만하시지요, 아버지. 큰일 아니니까요. 그나저나 어머니 면회, 같이 가실 생각이 있으신지요?"

나의 그런 물음에 아버지는 고개를 흔드셨다. 가서 봐야 뭐하느냐는 말씀이셨다. 그래서 나 또한 그런 맘이 든다고 말씀드렸다.

"면회 신청은 했지만... 아버지, 이번은 건너뛰어야 할 듯하기도 해요..."

 



요양병원 면회 신청 후 연기



요양병원은 정부의 갑작스러운 면회 허용 조치에 정신이 없다고 했다. 그간 몇 분께서 코로나 양성으로 고생을 무척 하신 분도 계셨고, 불행한 일을 겪은 가족들도 있었다고 했다. 간이검사가 필수라 했다. 대면 면회이기 때문에 손을 잘 닦은 후 소독하라는 주의사항을 들었다. 난 어머니의 상태를 마지막까지 파악했다. 병원 측에 전날까지도 문의했었다.

난 갈등했다. 간경변에 따른 간암 환자이신 어머니의 상태는 날이 갈수로 나빠지고 있다고 병원에서는 말했다. 수혈, 칼륨 주사, 고열, 섬망... 몇 가지나 되는 줄 모를 질환으로 힘들어하신다는 걸 알고 있는 마당에 더 나빠질 게 또 있을까 하는 맘이 들었다. 며칠 전의 고열이 조금은 진정돼서 37.4~6도를 오르내린다 했다. 난 망설였다. 난 그런 사정을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께서는 알아서 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씀엔 가시가 있었다. 그러함에도 난 내 문제도 있고 해서 면회 신청을 철회했다.

 



간경변증으로 인한 간암-악화되는 예후



어머니의 상태는 악화일로다. 주요한 증상만 해도 5가지다.

1. 헤모글로빈 수치 저하, 7.1~7.2로 인한 철분 부족과 세포 내 산소 공급 부족-응급실로 당장 실려가시더라도 할 말이 없을 상태.
2. 헤모글루빈 수치 엉망으로 인한 수혈 2팩 실시-그러했음에도 여전히 낮은 수치인 8.2. 참고로 여성의 경우 정상은 13~20.
3. 칼륨 수치 위험, 전해질 부족으로 역시 세포 활동에 치명적 상태. 이틀간의 주사 실시.
4. 상세불명의 알츠하이머성 치매 -섬망 증상의 악화.
5. 콩팥 기능 극도로 약화.
6. 간암 수치 1,200 이상

재발 18, 19일째 요양병원 면회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걱정이 됐다. 내 사정은 내 사정이고, 부모님 사정은 또한 내 사정이 된다. 두 분 다 연세가 많으시고 건강도 한 분은 장담을 못하고, 나머지 한 분께서도 고령에 지병이 있으시다. 난 또다시 고향으로 향했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다시 면회를 신청했다는 말씀을 드리자 반색이셨다. 그렇잖아도 내게 말해 면회를 신청하라고 하시려던 참이었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면회신청을 다시 한 건 잘한 결정이었다.

아버지께서는 면회를 위해 오랜만에 미용실을 다녀오셨다고 말씀하셨다. 평소에 어머니랑 함께 몇십, 몇백 번을 가셨을지 모를 단골집으로 가셨다고 했다.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추억을 찾아다니는지도 모르겠다. 난 남들이 귀경하는 일요일 새벽에 길을 나섰다. 여전히 여기저기 휴게소를 들렀다. 다리 통증은 스포츠처럼 생각했던 운전마저도 노동으로 만들고 있다. 하지만 휴게소에 들르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휴식이 있고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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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짝 여위신 모습


다음날 아침 길을 나섰다. 고향집과 요양병원은 먼길이 아니다. 행정구역상 도는 다르지만 오래전부터 강을 사이에 뒀지만 거의 같은 생활권이다. 하구둑이 생긴 뒤부터는 더더욱 그렇다. 거기다가 다리 하나를 더 놓으니 완전한 동조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화는 밈이라고들 한다. 위에서 밑으로, 옆에서 옆으로 확산되고, 나중에는 규범이 된다고 한다.

아버지는 설레는 표정이셨다. 뭘 사갈까를 고민하셨다고 한다. 결국 어머니께서 평소에 잘 드시는 요구르트를 사셨다 했다. 내가 고향집 도착 전 하루 일찍 사다 놓으셨다 한다. 그런데 그걸 큰 마트가 아니라 어머니께서 몇십 년 단골로 가시던 '아줌마 요구르트 집'에서 사셨다 했다. 난 뭐라 코멘트는 안 했다.

"아버지, 적정온도를 유지하는 시설이 있는 대형마트가 읍내에 세 개가 되는데."

아니면,

"요양병원 있는 그 도시엔 초대형 마트가 있어서 더 좋고, 더 신선한 요구르트들이 많을 텐데요. 당일날 사면 이동 중에 덜 변하고요."

그런 말을 드리고 싶다는 짧은 순간의 '잘난 체'를 할뻔했다. 아버지께서 굳이 어머니 단골집까지 가셔서 사신 뜻이 있으실 테니... 어쨌든 그 요구르트를 챙기시고, 바카스 한 박스 챙기셔서 어머니를 만나기를 고대하셨던 대로 상봉을 하셨다. 전에 계시던 2층은 집중치료실이었다. 언제 떠나실지 모를 분들이 계시는... 하지만 3층은 그 전 단계 분들께서 머무르시는 공간이라 했다.

아버지께서 휠체어에 타신 어머니를 보시는 순간부터 목소리가 떨리는 걸 난 들었다. 양쪽 눈이 촉촉해지시더니 휴지로 연신 눈물을 닦으시는 모습을 지켜보는 내 맘은... 그랬다. 아버지께서는 주어진 20분 동안 한 번도 어머니의 손을 놓지 않으셨다. 나오면서 말씀하셨다.

"가죽 하고 뼈가 붙었어. 살이 없어!"


어머니가 서계셨던 무대의 불이 희미해져 가고, 곧 막이 내릴 것 같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뿌리치려 애썼지만 그런 느낌을 멈출 수 없었다.

"내 사정은 어떨까?

문득 든 생각이었다. 가난한 집에 제사 돌아오듯, 나도, 어머니도, 아버지도 사정이 안 좋다.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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