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잡힌 진료
난 그다음 날 두 개의 진료과에서 교수님을 만났다. 하나는 내 주치의가 계시는 곳이었고 다른 하나는 방사선 치료 관련이었다. 난 주치의께 묻고 싶은 게 많았다. 물론 신속한 조치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드리고 싶었다. 방사선 관련 교수님께도 드리고 싶은 질문이 많았던 건 물론이었다.
설명간호사님에 대한 강한 불만
나는 서둘러 첫 번째 진료과에 도착 접수를 했다. 교수님을 우선 뵐 생각이었다. 하지만 설명간호사를 먼저 만나란다. 난 하도 경황이 없었던 터라 그분에 대한 서운함을 잊고 있었다. 하지만 '설명간호사'란 단어를 듣는 순간 뼈전이암 재발 진단 날 겪었던 일이 생각났다. 그분의 공감능력 결여에 대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맘이 들었다. 의례적 인사를 나눈 후 난 말했다.
"며칠 전 선생님께 서운했습니다. 화도 났었습니다."
"어머!"
"선생님께서는 저를 그냥 밖에 세워놨습니다. 사람 아주 뻘쭘하게 만드셨습니다. 들어와라, 앉아라 뭐 그런 간단한 호의 조차도 안 보이셨습니다. 그날 제가 하도 경황이 없어 그냥 넘어갔습니다만. "
"......"
"제가 다리뼈 전이암이 재발했고, 사이즈가 8.6cm가 넘으며, 통증이 심하다는 말씀을 드렸고, 제가 지팡이를 한 채 밖에 서있었는데도 떨떠름한 표정만 지으셨을 뿐 어떠한 공감의 표현은 물론 위로의 말씀도 안 하셨습니다. 그런 것들을 원했던 제가 너무 나이브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형식적이나마 위로의 한 마디나 아니면 최소한 의자라도 권했어야 하는 게 아니었나요?"
"아... 제가 죄송했습니다..."
난 더 이상의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그분께서 자세한 것들, 그러나 여전히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했지만 난 퉁명스럽게 답했을 뿐이었다, 이를테면
"그쪽 정형외과, 거기 진료기록에 자세하게 쓰여 있지 않나요? mri 검사 결과기록지가 거기 선생님 컴퓨터에는 안 떠 있나 보지요!"
표적항암제 효과는 왜 선택적인지에 대한 질문과 답
난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진료과로 갔다. 주치의 교수님께서는 내게 걱정과 위로의 말씀을 하셨다. 또한 대책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다. 난 준비해 간 질문을 했다.
"교수님, 지금 먹고 있는 항암제, 보트리엔트가 선택적 효과를 내고 있는 겁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폐 전이암은 안정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습니다만 특별하게 개수가 늘어난다던지 사이즈가 커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교수님, 다리로 간 육종성 변이는?"
"그건 효과가 없는 듯합니다. 항암제는 선택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효과가."
"그럼, 저 같은 경우가 또 있다는 말씀인가요?"
"있습니다. 이를테면 폐로 간 전이암의 경우, 어떤 케이스는 표적항암제가 양쪽 폐 전이암에 다 듣지만 어떤 경우엔 한쪽 폐의 전이암에만 효과를 낼 뿐인 경우도 있습니다.".
"교수님,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우선은 수술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방사선 치료를 하면서 약을 바꿔서 써보기로 하지요. 뼈로 전이된 암까지 커버하는 좋은 약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2차 약이라서 그걸 쓰면 다른 2차 약은 못 씁니다. 물론 비급여로는 가능합니다만."
"그럼 고향에 있는 논을 팔아야겠네요!"
"하하"
난 그 순간에도 농담을 건넬 수 있는 자신이 미웠다. 그렇다고 맨날 찡그린 얼굴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기왕지사,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도 하고.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니까. 우리말에'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란 표현이 있다. 이미 벌어진 일 가지고 어찌어찌해봤자 아무 소용없다는 교훈이다.
고답적 PET-CT 검사범위의 치명적 결과- 환자의 삶의 질 파괴 내지는 악화
"그런데 교수님, 그토록 많은 PET-CT를 찍었으면서도 그쪽에서 암이 그토록 커지고 있는 걸 못 잡았나요?"
나의 그 질문에 난처한 표정을 지으셨다. 사실 그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 이 PET-CT, 또는 그 검사범위에 대한 고답적 인식이 나를, 내 몸을 두 번씩이나 절망적인 상태에 빠트렸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내 허벅지뼈를 잘라낸 것, 두 번째는 이번처럼 아예 허벅지뼈 전체를 못쓰게 만드는 것. 도대체 뭐가 문제였나?
1. PET-CT 촬영 범위가 늘 고관절 밑에서 끝났다. 허벅지뼈 전체를 포함한 경우가 없었다. 나중에 정형외과 교수님으로부터 들은 말이지만 교수가' 허벅지뼈까지'라고 범위를 특정하지 않으면 그 부위는 건너뛴단다. 그런데 나처럼 이미 다리뼈로 전이돼서 잘라낸 경우인데도 왜 항상 그 부위를 포함시키지 않았단 말인가! 또 당사자인 나는 그걸 교수님께 강하게 요청하지 않았단 말인가!
2. 뼈 검사, 본 스캔에서 이미 그 부위가 까맣게 나왔었는데 왜 영상의학과에서는 염증일 가능성에만 무게를 두고 판독했지 암이 재발한 것에 대한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는지?
3. 수술한 다리, 전이된 뼈를 잘라낸 쪽, 통증을 몇 번인가 말했는데 왜 추가적인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는지?
난 위 그 세 가지를 분명하게 말하면서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풍자적 표현을 썼다.
"제 몸이 교수님들과 이 병원을 위한 새로운 의학적 데이터를 제공하는 표본이 되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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