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전이암 재발 15일째
이날 병원에서 해야 할 게 두 가지가 있었다.
1. 오전에 정형외과 진료
2. 오후에 방사선 모의치료
그러나 난 이날 2번을 포기했다. 1번 정형외과 진료시간에 들은 말 때문이었다. 정형외과 교수님은 방사선 치료에 대해서 명쾌하게 정리를 해주셨다. 난 그 말을 듣고 방사선 치료를 선뜻 시작할 수는 없었다. 정형외과 교수님께서는 바쁘신 중에도 30여분의 시간을 상담에 할애해 주셨다.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방사선 치료 장점: 뼈 전이암 재발의 경우
- 현재의 다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 수술을 안 해도 된다.
- 약을 바꿔 뼈 전이에 잘 듣는 항암 약과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면 5년은 더 버틸 수 있다.
- 그 후에 재발되더라도 더 좋은 약이 나오면 또 쓰면 된다.
- 전제는 전이암이 방사선에 반응한다는 조건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방사선 치료의 단점: 뼈 전이암 재발의 경우
- 방사선 치료 후 수술은 못한다.
- 방사선을 뼈 전이암 재발에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고용량을 쓴다.
- 그런 고용량 방사선에 노출된 해당 부위 조직은 경화된다. 어떤 의미에서 딱딱해진다.
- 단기간 고용량에 노출된 부위는 심각하게 손상된다.
- 방사선 치료 후 방사선은 물론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 위와 같은 상태에서 수술하면? 수술은 당연히 가능하다. 그러나 위 3번의 이유로 살과 근육이 붙지 않는다.
- 위의 이유로 수술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재발한 뺘 전이암을 수술할 경우의 장점과 단점
- 방사선이라는 옵션을 최후에 쓸 수 있다.
- 재발 전이암을 깨끗하게 제거할 수 있다.
- 수술 난이도가 크다.
- 24cm짜리를 이식해야 한다.
- 수술시간이 길다.
- 회복이 느리다.
- 위 뼈 조금 남기고, 아래 무릎 관절 부분만 조금 남기게 돼 이식 후 힘을 못 받을 것이다.
- 못 걸을 수도 있다.
방사선 치료 보류-방사선 치료의 장점과 단점을 들은 후
난 방사선 치료를 보류하기로 했다. 육종성 변이에 의한 뼈 전이암의 재발 시 방사선 치료가 가능함에도 그 장점과 단점을 생각해볼 때 선뜻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물론 나의 특수한 사정이 그 이유임은 물론이다. 특수한 사정이란 암 덩어리가 1~2cm가 아니라 거의 9cm에 육박하는 대형이란 뜻이다. 야구공의 지름이 7,23cm라고 한다. 내 허벅지 안의 암 덩어리가 야구공 보다 더 크다는 의미다. 영상 속 암 덩어리가 물론 완벽한 구의 형태는 아니다. 그러나 그게 찌그러진 타원형이든 뭉개진 구든 체적은 야구공 보다도 크다. 그건 특히 큰 경우라고 말씀하셨다.
정형외과 교수님의 제안
- 주치의를 빨리 봐라. 그래서 어떻게 할 건지 의논해라.
- 주치의와 당일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나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다시 보겠다.
- 방사선과에 빨리 가서 사정을 말해라.
정형외과 간호사님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나한테는 옆 벤치에 대기하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여러 번에 걸쳐 내 진료과와 조율하기 시작했다. 대여섯 번의 밀당이 있었다. 결국 그다음 주 첫 진료에 끼워 넣는 걸로 결정됐다. 마지막으로 정형외과 간호사님께서 나를 보며 말했다.
"그날 그 교수님 150명이나 보셔야 하는데 끼워주셨어요!"
"애쓰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환자분께서 더 ..."
"그런데 선생님, 방사선과는 제가 연락을 드리거나 가야겠지요?"
"거긴 우선 직접 가셔야, 가셔서 상의해보세요. 그리고 모의치료는 말 그대로 모의치료예요."
"네... 감사합니다!"
방사선 치료 보류에 대한 방사선과의 반응
난 방사선과에 도착접수를 했다. 잠깐을 대기한 후 모의치료실로 들어갔다. 두 분의 남자가 있었다. 나한테 문신을 할 건지 그릴 건지를 물었다. 난 잠깐 기다려달라는 말과 함께 정형외과 교수님과 나눴던 대화를 요약했다. 그중 한 분이 말했다.
"주치의께서 아셔야 할 내용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이어서 주치의 선생님이 내게 왔다. 그분께도 정형외과에서의 대화를 전해드렸다. 그분은 아래와 같은 조언을 주셨다.
1. 정형외과 교수님 말씀이 맞다.
2. 지금 방사선 하시면 수술이라는 옵션 하나가 없어진다.
3. 저희들에게 물어보실 일이 아니다. 환자분께서 신중하게 결정하셔야 한다.
4. 원발암 진료과 주치의 교수님과 충분하게 상의하시라.
5. 우리는 그 교수님께서 의뢰하시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치료를 시작하겠다.
이번 연휴기간 동안 난 아주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뼈 전이암 재발 후 교수님들께서는 나를 위한 진료만 해도 평소 1년에 걸쳐 봐야 할 분량을 소화하고들 계시다. 지난 15일 간 이뤄진 진료와 앞으로 5일 안에 이뤄질 진료가 6번이다. 정형-원발-방사선-정형-원발-정형...
원발암 진료과 주치의 교수님 보기 전 내가 내려야할 최종 결정
- 방사선을 선택하고 현재의 다리 모습을 유지하면서 그럭저럭 걸어다닐거냐? 대신 악화 또는 또다른 재발 시 수술이라는 옵션은 아예 없앨 것이냐?
- 우선 수술하고, 그 수술로 좀 고생하고...지금처럼은 못 걷더라도 나중을 위해 방사선 치료라는 옵션을 하나 더 가질 것이냐?
내일 새벽 일찍 어디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 가서라도, 아니면 그 중간 어디쯤, 바다 보이는 휴게소 커피숍에서라도 차분하게 결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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