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앎/말기암, 요양병원, 임종 등

간경변 간암 요양병원 그리고 아버지 뜻과 내 뜻이 다르면

by 힐링미소 웃자 2022. 6. 19.
반응형

오늘 새벽에 많이 흐렸다. 빗방울도 안개라도 되는 듯 앞유리에 촘촘히 앉았다.


지금도 흐리기는 매한가지다. 금방이라도 빗줄기가 떨어질 것 같다. 이런 날 운전하다 보면 좀 부드러운 노래를 튼다. 화사한 배경 속 경쾌한 노래... 분위기 업이 필요해서. 꼬물꼬물 날씨가 맘을 우울하게 만드니까 반대되는 뭔가가 필요하니...

 

 

오늘은 아침? 새벽? 5시 못돼서 집을 나섰다. 간밤에 냉장고 한편에 뒀던 꽈리고추멸치볶음과 같은 밑반찬을 챙겼다. 고향집 아버지가 맛나게 드셨으면 좋겠다.

 


요양병원에 어머니를 모신 후 거의 3달 넘게 면회를 안 갔었다. 아버지도 마찬가지셨다. 그러다 정부의 한시적 허용에 가기 시작한 게, 이제는 거의 정기적인 면회가 돼버렸다.

 

 


직전에 갔다 온 후로 아버지께서 전화를 주셨다.
“네 어머니한테 갔다 와야겠다. 오가며 경비도 많이 들고, 몸도 피곤하니 넌 안 오는 걸로 하고.”

 


난 때론 두 분께서만 만나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오던 참이었다. 아무래도 자식이 곁에 있으면 속마음 다 털어놓지 못할까 봐서. 첫 면회 후 아버지 맘 속엔 한 가지 생각이 짙게 깔린 듯하다. 그걸 말씀으로 여러 번 반복하셨다.

“네 어머니 곧 가실 것 같다...”

내가 뭐라고 해도 그걸 사실? 진실? 인양 여기고 계신 듯하다.

“떠나기 전 한 번이라고 더 봐야겠다.”

직전 면회 후 시골집에서 식사를 같이 하던 중 그 요양병원 전화번호를 물으셨다. 이어서,
“어려우니 저 달력에 적어다오.”
그 달력엔 빈틈이 없었다. 전화번호, 볍씨, 논 두드리기, 모내기,...김씨택시, 택시 이사장...

당신께서 예약전화를 하신다 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 전화를 하셨다.
“니가 좀 예약 좀 했으면 좋겠다만...”

그래서 오늘 고향집에 내려가는 길이다. 난 예약만 할 수는 없었다. 90 다 되시는 분, 허리가 직각으로 90도가 넘는 분을, 지팡이 없이는 기는 듯 발걸음 떼시는 분, 혼자 요양병원에 가시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녀. 나 혼자 갈게. 네 어머니가 그렇게 하래.”
“그러셨군요. 그럼, 저는 밖에 있고 아버지만 면회하시는 건 어떨까요?”
“아녀!”
“......”

하지만 난 핑계가 필요했다.
“아버지, 집에서 거기까지 택시비 얼마나 나와요?”
“한 오만 원 나오지.”
“예? 거기 제 차로 집에서 20분이면 닿잖아요?
“아니... 어쨌든 도를 넘잖녀? 충청도에서 전라도로 넘어강게, 그만큼 받는 거겠지.”
“아버지, 그럼 그 택시 사장님이 아버지 병원 나오실 때까지 기다리셔요?”
“아니. 그러믄 돼 간데. 그 냥반도 그새 돈 벌어야지. “
“그럼?”
“나 내려주고 강 건너서 돈 벌고 와야지.”
“그럼... 아버지는 그새 어디 계시고요?”

아버지께서는 그새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는 말씀이셨다. 요양병원에 계신 마나님 꼬부라진 허리로, 서서 면회하시고, 10분이나 15분 병실 면회하시고 나오셔서 언제 올 줄 모를 택시를 기다리신다? 요양병원 앞 벤치도 없는 곳에서?!

 

 

반응형

 


아버지께서는 다방 아니면 들어가시면 안 되는 걸로 아신다. 그 흔해빠진 카페니 스타벅스니, 탐앤탐이니, 에잇 투썸플레이스 같은 덴 특별한 사람들만 들어가는 것으로 아신다.

“아버지, 제 작은 차로 가면 왕복 5만 원이면 남아돌아요. 그 택시비보다 덜 들걸요.”
“그것만 들간디?”
“그럼?”
“고속도로 나올려면 돈 물어야잖여?”
“그거... 제가 장애할인받아 반값이면 돼요. 왔다 갔다 9천 원요.”

 

 


내가 안 내려갈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낼 아침 어머니 대리진료가 있다. 간경변에 따른 간암 환자이신 어머니는 대학병원 교수님의 정기진료가 필수다. 가실 수 없으니 보호자가 가야 한다. 지나는 말로 아버지께서 가실 건지 여쭸었다.

“내가 거길 어떠케 간다니?”
“그러시지요? 그러니 이번에도 제가 내려가야겠지요?”
“그래. 조심혀서 오고... 면회는 나만 볼껴. 넌 바깥에 있고.”

산다는 거,... 그렇다. 단 10분도 내 맘대로 안된다. 혼자 살아도 그럴 것이다.

오늘 밤 아버지와 자고, 낼 요양병원 필요 서류에, 아버지 면회에, 대리진료에.., 점심 한 끼 같이 하고 올라와야 할 모양이다. 화요일엔 중요한 행사가 있어 서울에 있어야 하니 더는 못 머문다, 고향집서. 여름이 되면 또 종종 내려가 농사일도 해야 한다......


사가면,
“비싼 데 뭐 하러 사와~?”
안 사 가면,
“전에 사 온 거 다 먹었다.”
영원한 효도선물, 호두과자!

*볼 때마다 들을 때마다 이해불가, a Twosome???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