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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말기암, 요양병원, 임종 등

암환자와 섬망: 암 환자의 환각, 환청, 환영의 원인과 조치

by 힐링미소 웃자 2022.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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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암환자가 있으면 걱정되는 게 많다. 그런데 그 암환자가 섬망이나 환청을 경험하는 걸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또 일반인이 아니라 암 환자가 다른 암환자의 그런 증상들-환각, 환청, 환영 등-을 볼 때는 어떻게 느낄까? 걱정할까? 아니면 죽음으로 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이해할까? 난 그런 것들이 궁금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섬망이나 환영 같은 걸 남의 일로 알고 있었다. 내게는, 내 주변애는 그런 일들이 안 생길 거로 여겼었다. 그러나 그건 나만의 근거 없는 바람이었음을 요즘 알게 됐다.

 

요양병원에 머무르고 계신 분의 증상들 중 섬망이 있다. 그리고 그게 가장 심각한 무엇이란 것도 알게 됐다. 참 미묘하고 가슴 아픈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먼저 집중하는 시간이 아주 짧다. 멍 때리는 시간이 많다. 기억을 잘 못한다. 글씨도 잘 못쓰신다. 간호사가 펜을 쥐어준 후 손을 지지해 줘야 글씨를 쓸 수 있다. 말씀이 어눌해지셨다. 엉뚱한 말을 하신다. 어떤 때는 제대로 말씀을 하신다. 당신이 계신 곳을 혼동하시기도 한다. 병원이라고 맞게 말씀하셨다가는 잠시 후 작은 집에 와 있다고 말씀하신다. 아니면 시간을 아예 구별 못하시기도 한다.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감정 기복이 심해지신다. 어떤 땐 이유 없이 화를 내시고, 원망하고, 일어나지 않은 일이 마치 현재 일어나고 있는 듯이 말씀하신다. 또 어떤 때는 아주 의기소침해지신다. 면회 때 보면 다른 사람들은 못 보는 어떤 걸 마치 보고 계신 듯한 반응을 하신다. 어떤 게 환영과 환청을 경험하시는 듯한 말씀을 하신다. 분노를 표하실 때도 있다. 얼마 전에는 전화를 하셔서 욕을 엄청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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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변증에서 시작된 간암. 그게 악화일로다. 바이탈 신호들도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 난 팩스나 이메일로 매번 받으시는 혈액검사 결과를 보고 있다. 난 그래서 섬망이나 환각, 환청 등의 반응이 간암 환자, 또는 간경변증 환자들만의 말기적 증상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 요양병원 주치의 선생님과의 면담에서 그게 아니란 걸 알았다. 단지 암모니아 수치가 높아진 것의 부작용이 뇌에 영향을 줘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그 원자 선생님은 그게 아니라 했다. 말기적 단계의 암 환자들에게도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란 걸 알게 됐다.

 

난 지난 1월 이래 한 달에 거의 3~4번씩 먼 거리, 220km가 넘는, 용양병원 면회를 다니고 있고, 그때마다 주치의 의사를 보려고 애쓰고 있고, 1달 반 마다 대학병원 두치의 교수님 대리진료도 보러 다니고 있다. 그때마다 새로워진 모습, 악화된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또 그 악화된 증상을 소재로 의사 선생님들과 대화하고 있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면서 이게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확신이 든다. 그러니까 나의 미래를 미리 보고, 예비적 경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

 

 

그분들의 말씀은 이렇다.

1. 섬망 내지는 정신적, 심리적 혼돈 상태는 간경변증 말기 환자나 간암 말기 환자들 만의 증상이 아니다. 

2. 모든 암 환자들에게 해당된 문제다. 특히 암이 악화되고 있어서, 아니면 다른 병이 악화되고 있어서,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는 단계에서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증상이다.

3. 그런 상태의 환자가 약을 갑자기 끊었다든지 아니면 새로운 약을 사용하고 있다든지 하는 경우에도 생길 수 있다.

4. 어떤 경우에 해당되더라도, 암이 됐든 아니면 다른 중병이 됐든, 결국 뇌에 영향을 미쳐서 일어나는 증상이다.

5. 섬망은 다른 경우에도 물론 생긴다. 하지만 환자분께서 암 환자, 간경병증 말기 단계 환자이시니 그것에만 국한해서 말씀드렸다.

 

자, 몇 년 후의 내 모습은 어떨는지? 그런 상태가 되면 별다른 처지 방법, 완화 방법이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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