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면회 후 어쩌면 상황이 더 심각해졌는지 모르겠다. 선의가 항상 선의로 끝나는 건 아닌 듯하다.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 면회를 신청하면서 염려했던 게 한두 가지가 아녔다. 과연 아버지를 모시고 가는 게 났냐? 아님 나 혼자 갔다 오는 게 났냐? 하는.
1. 아버지의 상심.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입원하신 후, 아버지는 본인을 자책하셨다. 당신의 몸이 멀쩡하시다면 당신의 배우자가 굳이 요양병원 신세를 안 져도 될 텐데... 배우자가 저리 되신 게 모두 당신 탓인 양 그리 말씀하시곤 했다.
그런데 만약 아버지가 어머니의 무너져 가는 모습과 야윈 몸을 두 눈으로 직접 보신다면 그 상심의 정도가 얼마니 심하실까? 하는.
2. 어머니의 반응.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는 안그래도 아버지께 많을 땐 하루에 두세번씩 전화하시며 왜 집에 안 데리고 가냐? 하시며 당장 집에 데려가라는 말을 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아버지를 직접 보시면 집에 당장 데려가라고 강하게 어필하시고, 몸부림을 치시지나 않으실까, 그래서 건강이 더 악화되시지나 않을까 염려했었다.
3. 나에 대한 반응. 어머니께서 아버지께 전화를 하시는 것 못잖게 내게도 전화를 많이 하셨었다. 그러나 내겐 당신의 병이 낫는 병이 아니니, 죽더라도 집에서 죽겠다는 말씀은 하시긴 했어도 데려가란 말씀은 없으셨다.
난 어머니께서 그러실 때마다 안 되는 이유를 말씀드리곤 했는데, 그런 경우가 몇 번 있고 나서는 다시는 내게 그런 말씀을 안 하셨다. 그런데 이번에 날 보시면 그 요구가 강해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어찌 됐건 결국 면회는 이뤄졌다, 면회를 하는 게 아버지나 어머니께 도움이 될 거란 판단에서였다.
그런데 면회 후 문제가 좀 더 복잡해졌다. 어머니보다 아버지에게 미친 안 좋은 영향이 생각 외로 컸다.
아버지께서는 면회 후, 아래 세 가지를 반복적으로 말씀하고 계시다.
1. 어머니, 나 살만큼 살았어, 라고 아버지께 귓속말하셨나 본데, 아버지 그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신다.
2. 아버지, 엄마 얼마 못 사실려나 보다. 죽을 때 죽어도 요양병원엔 안 간다 했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를 반복하신다.
3. 특별면회기간 중 허락된다면 또 한 번 보고 싶다. 언제 또 볼 줄 모르니...를 반복해서 말씀하신다.
면회 갔다 오신 날 밤, 아버지는 평상시와 많이 다르셨다. 평소 같으면 밤 9시나 9시 반이면 잠자리에 드셨는데, 11시 반까지 나와 함께 머무셨다.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나와 대화를 하고 싶으신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당신의 마음속 회한을 표현하고 싶으신 듯 들렸다.
요양병원 원장님이 수차에 걸친 나와의 면담에서 하신 말씀이 있다.
“어머니보다 아버지를 더 신경쓰셔야 할 겁니다. 저렇게 90 연세되시는 양반들의 경우, 여자는 괜찮은데 남자들은 한두 달을 못 넘기십니다. 마나님 가시면 곧장, 어떤 경우엔 한 달 후, 따라가십니다. 여자들은 보통은 그 후로 한참들 사십니다. 어머님은 저희들이 잘 보살펴 드릴테니 아버님께 신경을 많이 써 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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