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과 금요일 이후로 많은 걸 되돌아보게 된다.
관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한 한마디가 다른 이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마음 상한 그가 운전대를 잡고
귀갓길 내내 나의 그 한마디에 분노하고
그 분노가 그의 평정심을 잃게 하고
그 질풍노도가 신호를 위반하게 해서 옆 차선 운전자를 방해할 수 있고
방해받은 운전자가 그의 옆 차를 치고
그 옆 차 속 누군가가 다치거나 죽을 수가 있다.
그 부상자나 사망자의 가족의 생계가 어려워질 수가 있고
그 빈곤함에 지친 2세가 세상을 향한 분노로
다른 이들의 재산이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그 대상이 회사나 조직의 지도자가 되지 말란 법도 없고......
처음 나로부터 시작한 한마디가 그런 결과를 가져오듯이
세상엔 나만 있는 게 아닐 터
분자나 원자의 운동처럼
수도 없는 관계가 얽히고설킨 게
인간사이고 세상사 일터......
내가 말기암 단계로 변하리란 건 자명한 일
내가 죽어 화장터의 재로 변하든
아니면 내가 선호하는 수목장의 대상이 되건
내 육신이 탄다면 그로부터 나온 연기가 대기 중에 퍼질 터이고
그 영향을 받은 공기의 성질이 바뀌고
그 공기 중의 미생물이나 곤충의 삶이 바뀔 수도 있겠고......
아니면 다른 이의 폐를 거쳐 혈관으로도 퍼질 터
그래서 그의 몸의 한 부분이 될 수도 있겠고......
재가 된다면 거름이 되어 나무 거름으로 쓰일 터
그 나무가 자라 목재가 된다면
서까래나 공사장 각목이나 지팡이가 되거나......
그 각목이 2층 공사장에서 떨어져
지나는 행인의 목숨을 뺏을 수도 있겠고......
그는 극비작전을 수행하던 외교관 일 수도 있겠고
그 외교관의 불상사가 국가 간의 긴장을 유발할 수도 있겠고
그 긴장이 분쟁으로, 우발적 충돌로, 그 충돌로 수많은 이의 생사가 갈리고
그 희생자들의 남은 가족들의 삶이 바뀌고......
내가 남보다 더 가지면
누군가는 덜 갖게 되고
내가 맛있는 것만 먹으면
누군가는 덜 맛있는 걸 먹게 되고
그렇게 살다가
영원히 살 것처럼 살다가
남보다 더 많은 재물을
더 넓은 집을
더 많은 재물을
더 비싼 차를
더 많은 명품을!
그렇게 살다가 죽으면
그냥 송장이 되고
땅에 묻히고
분해가 되고
분자가 되고
원자가 되고
세상의 한 티끌이 되고
태양계의 하나의 파티클이 되고
우주의 한 원소가 되고
내가 사장이 아니라도
내가 교수가 아니라도
내가 유력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나는 세상에 충분히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고
영향력을 미치고 있고
그래서 나의 삶이
다른 이의 삶에 존재할 수도 있고
나의 말이 타인의 사상이 될 수도 있고
내가 죽으나 그런 식으로 남의 몸에서 이어져 존재할 수도 있으니......
그 병원의 그의 한마디가
이렇게도 내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그의 한마디가
나를 되돌아서게 하고
나를 되돌아보게 하고.
내가 한 한마디 말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고......
내가 먹다 버린 영양빵을 길냥이가 먹고
그 영양분이 특별히 그 고양이의 눈으로 가
더 빛나는 눈을 가진 총명한 고양이가 될 수도 있고......
그래서
타인이 내가 되고
내가 타인이 되고......
그래서
내가 고양이 눈이 되고
길가의 풀이되고
꽃이 되고
하늘의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고
별이 되고
블랙홀이 되고......
내가 우주를 구성하는 한 티끌이고
우주가 내 몸을 이루고......
내가 죽으면 나로 인해 우환을 가진 이의 남은 삶이 환희가 되고......
그러니 어두운 얼굴로 짜증과 불행을 더는 퍼뜨리지 말고.
내가 더 살면 내 존재가 환희가 되는 또 다른 이에게 축복이 되고......
그러니 한 번 더 웃고.
나는 혼자인가?
내가 죽으면 영원히 사라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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