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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위내시경 대장내시경

대장 용종, 직장용종은 암이 된다는데…왜 놔두지?

by 힐링미소 웃자 2021.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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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직장내시경 결과는 참으로 아리송했다. 이번 포함 대장내시경만 내리 3번을 했다. 내 대장 상태를 알고 싶어서, 그래서 두 눈으로 보고 싶어서, 세 번 다 비수면으로 했다.

3년 전에 들었었다.
“대장이나 위는 내시경이 최곱니다.”
라고. 매년 분기마다 각종 영상검사를 받아오고 있는데, 그게 모두 11년이다. 그래서 뭔가가, 전이암이, 어디론가 간다면, 아마 장기가 아닐까 하는 노파심에서, 위나 대장도 각종 CT로 커버가 되는지 알고 싶어서, 주치의께 여쭸더니 주신 대답이 그랬었다.

 


사실 암탱이 폐로 가서 폐 조각도 떼어내고, 다리뼈로 가서 다리뼈도 잘라낸 마당에, 뇌와 다른 장기들만은 건드리지 말기를 원하는 처지에선... 그나마 멍청하지만… 생각할 뇌를, 먹는 재미라도 누릴 수 있는 소화기 계통만은, 암탱이 건드리지 말아 주길 바라는 맘에... 위나 대장 상태가 어떤지 신경 쓰이는 건 지나친 사치가 아니리란 생각에서 였다.

주치의의 권유로, 3년 전 첨 대장내시경을 받았었다.
“좋아요.... 단!”
교수님의 전반부 멘트보다 단서에 신경이 쓰였다.
“뭐지요... 교수님?”
“직장 쪽에 용종들이 있습니다.”
“교수님, 용종요?”
“예!”

그런데... 떼어내지 않으셨다.
대신,
“내년에 떼냅시다.”

난 모든 용종이 대장암이 된 건 나니란 걸 교수님께 들었었다. 그래서 큰 걱정을 안 했었다. 하지만 다른 말도 들었었다. 모든 대장암은 용종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세상은 살기에, 때론, 모순 덩어리일 때가 있다는 걸 실감하곤 한다. 이 경우도 그렇다. 내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모두 전문가의 영역일 뿐! 용종이 크게 있는데 안 뗀다. 모든 용종이 대장암이 되는 건 아니다. 대신 모든 대장암은 용종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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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내년엔 뗍시다."
라고, 하셨으면..그럼 작년에는 뗐어야 되는 게 아니었을까? 그런데 아니었다.
대신,
“이건 아무래도 염증 같아요. 하지만... 그래도... 떼 드릴까요?”
“예.”
“그런데... 이게 꼭 땔 필요는 없는데...”
“예?”
“......”
“그럼 안 떼겠습니다.”
"......"
“예. 대신 내년에 다시 보시지요. 대신 용종 뭉치가 있는 직장만 보겠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뭐 떼 내 버리지요.”

모순과 의문을 갖고 집에 왔었다. 모두 며칠씩 금식 비슷한 것들을 했었다. 금식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내겐. 11년씩 4기 전이암 환자로 살다 보면 금식 영상검사, 금식 피검사가 일상처럼 돼 버린 마당이고, 5년째 하고 있는 위내시경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뗀다고 하셨으면 떼야할 게 아닐까?

“어디 한 번 봅시다.”
올 직장내시경 검사대에 누웠을 때 속삭이며 말씀하신 교수님 멘트다.
“뭐, 직장내시경이니 금방 끝날 겁니다.”
대략 3분 후,
“떼 내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네???”
“자, 여기 보시면... 3년 전이나 작년과 크기가 달라진 게 없습니다. 제 생각엔... 그냥 염증 등에 의한... 흉터라는 판단입니다.”
“네?”
“조직검사도 재작년, 작년 받으셨잖아요?”
“네.”
“특이 판단, 그러니까 암... 뭐 그런 게 안 나왔었지요.”
“그러셨어요.”
“그런데 올해... 크기도 변한 게 없고요.”

사실 비수면이 좋은 이유들 중 하나가 이거다. 검사 중 교수님과 환자인 나의 커뮤니케이션!

그래서 그냥 왔다.

그 후 더 자세한 결과를 보기 위해 가졌던 이번 진료시간에 하신 말씀,
“이거 건드리면 긁어 부스럼입니다.”
“네?”
“천공이나 뭐 그런...”
“왜요?”
“이게... 항문 근처에 있습니다.”
“......”
“흉터지만 광범위하고요.”
“.... 그런데 왜 생긴 걸까요?”
“그게... 왜 변이 딱딱해지고... 오래 머물다 보면 직장벽을 건드리는 경우가 생기지요.”
“......”
“그런 경우, 상처를 내고... 흉터가 생기고,”
“그래도... 걱정이...”
“하하... 한 50년이 흘러도 절대로.. 이런 경우 암이 안 됩니다.”
“하!”

 



“내가, 암 4기 전이암 환자로 폐 떼네, 뼈 잘라내, 약은 내성기가 보여... 이 비루한 몸이 50년을 더 살아?”
난, 속으로 지껄였다.
“혹시... 내가 얼마 못 살 거라 판단하신 교수님의 심리 마사지용 치료 처방?”
그러며 진료실을 나왔다. 등 뒤로 한 마디 하셨다.

“그래도 3년 후에 봅시다. 꼭 3년 후에!”

그 소리 듣고 난,
속으로,
"내가 그때까지 살아?
문 열면 뭐가 나올지 모를 인생사에서...
한 치 앞도 모를 인생사에서 3년 후?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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