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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23년 4기암과 13년째

루틴 체크: 새로운 표적항암제 5개월째

by 힐링미소 웃자 2023.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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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원발암 진료를 받았다. 오전에 혈액검사를 받았다. 교수님 진료 전 항암 코디네이터 오피스 들렀다. 이어서 교수님 뵀다. 사람들 엄청 많았다. 일부는 욕을 했다. 진료는 나 얼굴 탄 것으로 시작해서 박장대소로 끝났다. 약국에 들렀다. 다음날 상담 간호사님 전화받았다. 
 
이번 혈액검사에서는 큰 거로 5통 뽑았다. 채 한 달도 안 되는 시점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다. 소변검사도 받았다. 둘 다 결과가 2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하니 진료 전 상담 간호사님 뵙는 시간에 딱 맞춰 나올 일이다. 금식 4시간이었다. 
 

 
상담간호사님은 웃으며 반갑게 맞이했다. 이 분 뵐 때마다 마음 한편 무겁다. 내가 엄청 쏴 부쳤기 때문이다. 너무 불친절하고 공감도 안 한다고 내가 클레임 걸었었다. 거의 다 항암제 쓰는 환자들 상대하면서 어떻게 그리 공감이 부족하냐고 했었는데.... 그분도 엄청 고역일 것이다. 그 일 후부터는 내게 과례인 듯해서 맘이 안 편하다. 그걸 말씀드렸더니 아니란다. 
 
혈액검사 특이사항 없다고 했다. 내가 빨간색 몇 개 보인다고 했더니, 그런 거 신경 쓸 일 없다고 했다. 그래도 걸리는 게 있어  내가 크레아틴과 BUN 수치를 물었더니 정상이란다.  그분께서 왜 하필 그 두 개만 물어보냐고 해서 뇌졸중 쪽에서 내 콩팥이 나쁘다고 해서 그런다 했더니 그저 스마일 했다. 난 내친김에 간 수치 물었다. 그분, 걱정 안 하셔도 된단다. 난 다른 소재를 갖고 대화를 했다(재밌는 대화였기에 담에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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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은 이날도 지연 '60'분이었다. 보아하니 아직도 오전 환자들이 안 끝난 듯했다. 점심은 또 거르신 듯햇다. 내 차례가 돼 2번 방에 앉아 있을 때, 막 교수님께서 내 방으로 들어오시다가 방향을 틀어 창가에 놓인 파리바게트 포장을 들었다 놓으시는 걸 봤다.  아마 샌드위치나 뭘 주문한 듯 보였다. 논스톱으로 오후진료를 시작하셨다는 반증이다. 난 이분과 11년째다. 루틴이 훤하다.
 
밖에서 내 진료 차례를 기다리는데, 난 편하게 기다린다, 몇몇 환자분들께서 난리였다. 진료 후 일정 잡아주는 간호사님들은 물론 진료실 앞 간호사님들께도 소리 지르고, 항의하고... 그런 모습들을 보이셨다. 이유는 뻔했다. 진료가 너무 오래 걸리고, 지연이 많이 되고, 너무도 오래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들이었다. 난 속으로 말했다.
 
"이분들... 북서쪽 저쪽 S병원 진료도 한번 경험해보셔야 하는데... 거긴 딱 3초 진료인데...."
 
교수님의 진료시간이 길어진다는 건, 그분이 인간적이라는 반증이다. 환자의 말을 많이 듣고 같이 고민을 많이 한다는 반증이다. 또한 공감능력이 뛰어나다는 말도 된다. 더 나아가서 환자 입장에서 더 좋은 치료법을 선택하겠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난 여러 병원에서 여러 교수님들을 경험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나를 팔로 업하고 있는 진료과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교수님이 최고로 공감을 잘하신다. 
 
교수님은 날 보시더니 왜 이리 얼굴이 탔냐고 젤 먼저 물으셨다. 그래서 농사일 때문에 시골 들판에서 일을 했는데 선크림을 안 바르고, 토시나 긴 팔을 안 입어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독일 친구들과 바닷가며 산속 등을 헤집고 다녔는데, 피부 보호에 둔감했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피부암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 주셨다. 독한 항암제를 10년 넘게 쓰고 있으니 피부가 많이 약해졌을 거라고 하시면서...
 
난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렸고, 주의하겠다고 약속드렸다. 앞으로는 선크림과 긴팔, 야구모자를 쓰고 다녀야겠다. 이 피부를 직사광선에 노출시키는 것에 대한 염려는 주치의 뿐이 아니고, 항암피부과 교수님, 정형 쪽 교수님도 주의를 환기시키고 계시기에 조심할 일이다. 어쨌든 교수님께서는 모든 게 좋다며, 이젠 2달 후에 보자고 하셨는데, 뛸 듯이 기뻤다. 병원 너무 자주 가는 게 힘들기도 할뿐더러 다른 환우들의 기회도 뺏는 것 같아 미안한 맘도 많기 때문이었다. 
 

 

 
교수님 진료실을 나올 땐 박장대소하고 나왔다. 내가 밖에서 교수님 욕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100명이라면 그중에 한 두 분이 그러신다고 했고, 교수님께서 환자분들과 너무 많은 이야기를 너무 오래 하시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그분들이 들어오시면 인사만 하고 내 보내시라고 내가 조언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교수님이 얼마나 대단한 분이신 줄 모르시니까 그런다며 너무 서운해 마시라 했다.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거기에 계셨던 교수님, 비서, 직원, 담당 간호사선생님이 박장대소를 시작했는데, 거기엔 교수님의 마지막 애드리브가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 제 귀에도 그분들 욕이 선명하게 들립니다, 그분들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하하하"
 
*난 집에 온 후 야구모자 쓰기 좋게 머리를 싹뚝 잘라버렸다. 화장실에서 나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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