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창작

무조간만남_딸과의 돌발적 조우 1-예감

by 힐링미소 웃자 2022. 4. 25.
반응형

 

어제는 딸과 돌발적 조우를 했다. 돌발적이라는 말도 뜻밖이라는 뜻이 들었다지만, 조우라는 말에도 뜻밖이라는 의미가 들어있단다. 얼마나 뜻밖이었으면 그 두 단어를 겹쳐 쓸까! 

 

밖에서 딸을 만나는 일은 아주 즐거운 일이다. 쳐다만 보고 있어도 행복하다. 그런데 아주 가끔 그렇지 않은, 아니, 그럴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어제는 오랜 지인을 만났다. 우리 동네에서 치킨집을 했었다. 아주 오랜 기간 했었다. 내가 지금의 동네로 이사 온 게 20년이 넘는다. 딸, 샛별이 아마 12 개월일 때였을 듯하다. 

 

난 밤늦게까지 일하곤 했었는데, 그래도 동네에 오면 시원한 생맥주 한 잔에 프라이드치킨 날개 몇 조각을 먹는 건 길었던 하루를 마감하는 기쁨 중의 하나였다. 아~~아름다운 그 시절...

 

아, 시원한 생맥주가 아녔었다. 소주였었다. 참이슬이나 뭐 그런 거 한 병 시키곤 했었다. 하지만 다 마시진 않았다. 한 두세 잔?? 그럴 때마다 그 젊은 사장은 내게 친근하게 다가오곤 했었다. 그 친구뿐만 아니라 그의 어머님도, 오랜 공무원 생활 끝에 퇴직하신 아버님도 내게 말을 많이 붙이셨었다. (이 가족에 대한 이야기와 그 젊은 사장과의 긴 인연은 나중에 꼭 한 번 쓰고 싶다.)

 

어제 그 친구가 일을 끝내고 내게 전화했다, 한번 보자며. 6시 반 어떻냐며... 그 친구는 그렇잖아도 자주 내게 소식을 전해준다. 일주일에도 몇 번씩이나. 그는 나보다 16살이 적다. 마치 내 30년 오리건 친구가 그렇듯. (아, 그 친구는 위로 16년... 오늘 아침에도 또 그 친구 겸 형은 소식을 전했다.)

 

토와 일욜만 알바하는 딸, 샛별이는 10시에 끝난다. 그때에 맞춰 난 픽업하러 간다. 아침 9시부터 하니 얼마나 피곤할까 하며... 싫다고 말하곤 했었지만 최근 언젠가 내 문자에 답했었다. 아빠가 델러 와 주면 고마울 뿐이라고.... 어제 그 친구에게 만남 끝나고 샛별 픽업할 겸 샛별 알바하는 그 대형 쇼핑몰에서 만나면 어떨까 물었다.

 

 

샛별은 지가 알바하는 건물만 말했었다. 디테일은, 물어봐도, 말 안 해줬다. 그런 걸 되새기며, 그 장소를 짐작하며 그곳만은 피하고자 머릴 굴렸었다. 

 

그래서 내가 코로나 전 자주 가던 커피숍을 생각했다. 그 앞으로 갔다. 그 친구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도 안 오길래, 그 앞에서 왔다리 갔다리 하며 한동안 서성였다…

 

 

반응형

' > 창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순이 그립다  (0) 2022.05.26
관계는 나를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0) 2022.05.02
오는 듯 가는 듯  (0) 2022.04.16
바람에 맘을 씻고  (0) 2022.03.29
날 보내지 마세요  (0) 2022.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