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21년의 일입니다.)
코로나가 뒤집은 약속
어제, 문화원에서 연락을 받았다.
인증서 수여식을 생략한다는 말이었다.
원래 계획은 합격한 20명에게 인증서를 수여한다 였었다, 문화원장이 직접.
하지만 그것도 바뀌어서 대표 한 명과 나만 참석하는 것으로 했었다.
그러더니 아예 생략하기로 한 것이다.
사무국장은 민망하고 난처한 목소리였다.
“원장님께서 거의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셨습니다.”
“왜요?”
“코로나 확산 땜요.”
“그래도 한두 분께 수여하시는 것은...?”
“아! 그분이 집에 어른을 모시고 계십니다.”
“아, 부모님요?”
“네. 연세가 많이 드셨고...”
기획
결국은 코로나가 거의 모든 걸 혼란 속으로 집어넣고 있다는 생각이다. 난 이번 우리 동네 프로그램을 위해 올 하반기를 거의 다 보내다시피 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15여 명의 구성원들과 수시로 온/오프 회의에, 강사들을 섭외하고, 수강생을 모집했다. 거기에 더해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강사들을 섭외했다.
수강생의 경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모집 공고를 냈는데, 2일 만에 정원의 두 배가 넘게 차는 바람에 일시 문을 닫았다. 그랬더니 사무국 전화로 난리가 아니었다. 그래서 이틀을 연장했다. 종장엔 매일 10여 명이 찾아오고, 또 다른 10여 명이 전화 문의를 하고, 사무국에서는 딴 일 못한다고 난리였었다. 온라인으로 접속한 숫자가 4일 만에 400여 명에, 접수를 위해 방문한 사람들까지 해서 450여 명에 가까웠다.
강사섭외
강사님들도 어느 대학 인문대학장님을 비롯해서 지역신문 대표, 문화원 강사님, 사회단체 대표 등 나름 경험 풍부, 실력 빵빵들로 섭외했다. 전화로, 대면으로... 모든 역량을 다해 다섯 분을 섭외했다. 온라인 줌 수업이며 현장탐방, 그리고 현장실습을 거쳐 시연 평가까지 10차시 20시간에 걸친 코스들로 프로그램을 마련했었는데, 그 과정을 통과하신 분들께 문화원장 명의 인증서를 수여하기로 했던 것이었다.
항암제와 설사 부작용을 넘어
저간의 과정은 다사다난했다. 일단, 기획자가 4기 암 환자였다. 본인 말고는 아무도 그런 사실을 모른다. 그냥 내 머리, 내 수염만 보고 첨엔 무지 연장자인 줄 알더니… 나중에 내 피부를 보고는,
“머리 하얀 사람들... 조심해야 해!”
하면서, 다들 날 영 실버팍스(silver fox) 대하듯 했다.(ㅎㅎㅎ 착각은 자유!) 어쨌든... 회의도 엄청 많이 했고, 문화원과 MOU를 체결하기 위해, 그리고 항암제 복용과 그에 따른 거역 못할 설사와 그 와중에 장소를 옮기고, 다과 준비에, 리딩에, 끝나고 강사와 스태프진을 위한 식당을 예약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결과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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