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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내리는 비는 나를 깨우고
창가의 빗줄기는
상처 난 추억을 깨웠다.
파편 되어가는
문자들을 다시 읽었다
그녀가 보냈던
내가 보냈던
폰 화면 가득 차게
줌 아웃했다
문맥이 잘리지 않도록
느낌이 잘리지 않도록
무수히 많았던
좋은 기원
무수히 깊었던
삶의 찬사
20년 넘게 이어진
끈
5년 넘게 이어진
연민
창을 타고 흐르던
빗물은
유리를 뚫고 튕겨져
내 얼굴 위 눈물 되어 흘렀다
빗물은
먼지 쌓인 유리를 가르고
눈물은
빛바랜 추억을 찢었다
2020년
마지막 날
20:57분
“2021에는 희망찬 한 해 보내세요~”
그 선한 미소 가득
실려 보낸 답장
난 그 답장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
2021년 1월 중순
바람에 실려온 이름
그녀가 실려간
병원 이름
총명한 뇌를 덮치고
곧은 척추를 꺾고
하반신 이어주는 골반마저
모두 다 내줬다는...
실려오는 바람결은
얼굴을 할퀴고
유리창 파고든 빗물은
답장 끊긴 폰 속으로 스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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