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형외과 외래진료를 받았다. 그전에 소화기내과 진료도 받았다. 둘 다 사전 검사가 필수적이었다. 소화기내과는 위내시경검사를, 정형외과는 엑스레이검사였다. 아침 먹기 전 서둘러 엑시레이를 찍으러 갔다. 오전 일정은 순조롭게 흘렀다. 그런데 오후, 정형외과 교수님께 무지 잔소리 듣고 혼났다.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반성했다. 이런저런 일정 땜 얼마나 부산하게 하루가 갔는지 CD 찾는 걸 깜빡했다. 그걸 집에 와서야 알았다. 그리고는 잠을 잘 못 잤다. 힘들었고, 피곤했고, 그러나 자신과 자신의 항암을 되돌아볼 의미 있는 하루였음에 감사한다.
얼마 전에 받았던 위내시경검사, 그 결과를 듣기 위해 서둘러 진료실로 향했다. 위내시경검사를 받을 당시 작년과는 다르게 조직검사가 없었다. 그건 아주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래서 결과를 어느 정도는 추축 할 수 있었다. 병원생활 13년에, 협진도 많다 보니 서당개 3년은 저리 가라였다. 그 검시를 담당했던 의사 선생님은 위 내시경에 관련된 말보다는 내 헤어스티일에 대해서만 말했었다. 옆에 계씨던 간호사 선생님들도 그냥 웃을 뿐이었다. 그란 검사는 사실은 기분 좋은 경험이다. 그래서 어제 들렀던 소화기내과 교수님을 반갑게 만날 수 있었다.
그런 기분이었기에 병원에 일찍 갔었음에도 밥 먹고, 방 먹고, 커피를 마시는 바람에 진료시간이 빡빡함을 알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10분도 남지 않았다. 어제도 역시 지팡이만 있었다. 목발을 안 한지 꽤 됐다. 지팡이만 있었던 게 아녔다. 등에는 가방이 있었다. 내가 집을 나가면서 가방을 내 등에서 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작년 말, 수술을 의해 입원할 때도 시정은 마찬가지였다. 어제라고 달라질 리 없었다. 거북이 형상에 무거운 철제지팡이 덕에 걸음이 생각 같지가 아녔다. 내가 다리를 절단하기 전에 얼마나 바쁘게 걸었던지 주변 사람들이 내 보폭을 맞출 수 없었다. 그러나 그건 다 옛날 얘기가 돼버렸다.
날 반갑게 맞이하신 교수님께서는 간단하게 검사결과를 말씀하셨다. 그 교수님은 상대적으로 아담한 몸매를 갖고 계셨지만, 험한 수술을 많이 하시는 걸로 유명하신 분이시다. 책도 많이 내셨고, 유튜브도 활발하게 하시는 분으로도 알고 있다. 그런 경력을 가지신 교수님의 말씀은 교과서적이다. 역시 위내시경검사 때 조직검사가 없었던 덜 확인시켜 주신 설명이었다.
"이 정도면 그냥 동네 병원을 다니셔도 되는 경우입니다.
암도 없고,
궤양도 없고,
용종도 없도,
그냥 깨끗합니다.
다른 곳 아프신 곳들에 비하면 위는 최상입니다."
그 교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마감 인사를 하셨다. 그리곤 밟게 웃으셨다.
"그래도 가른 곳들 편찮으셔서 이 벼원에 오시니 그냥 1년 후에 뵙시다. 내시경검사 원무과에서 예약하시고요."
소화기내과를 기분 좋게 나온 후 난 점심을 먹었다. 아침도 그 병원에서 먹었고, 점심도 그 병원에서 먹었으니 거의 하루를 머무르는 거와 다를 바 없었다. 왜냐면 정형외과는 오후부터 진료가 시작됐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정형외과에서 생겼다. 이 교수님 날 무지 혼내셨다. 나이야 나보다 몇 살 적으시지만 외모는 그보다도 10년은 더 어리게 보이시는 분이시다. 하지만 이분, 이 병원에서 어머어마한 분이시다. 주요한 수술은 이 분이 다 하신다. 자타 공인 칼잡이로 소문난 분이시다. 대신 항암은 전혀 안 하신다. 그 분야는 모르시겠단다. 그래도 석박사에 해외연수 경험 엄청난 분의 입에서 나올법한 발언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아주 특이한 분이시다.
날 보자마자 화를 내셨다.
"어, 지팡이시네."
"네."
"왜요?"
"6년 전에 양다리 멀쩡하다가 한쪽이 엉망이 돼서 힘들었지만, 지난 6년 동안 다른 쪽 다리가 무지 튼튼해졌는지.. 참을만합니다."
그 말이 교수님을 더 건드렸나 보다. 왜냐면 퇴원 시에 몇 번이고 내게 강조하셨던 게 있었다.
"퇴원하시면 목발 잘하셔야 합니다. 수술한 다리는 그냥 '토 터치' 정도로만 하시고요. 꼭요!"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내가 지팡이로 나다니니 어이가 없으셨으리라. 이어서 엑스레이 결과를 보셨다.
"하나도 안 붙었네. 달라진 게 없네."
"아!"
"그런데도 지팡이만 짚고 다니신다? 그러신 지 얼마나 됐어요?"
"한 한 달 정도요..."
"하루에 그럼 몇 걸음이나 하시나요?"
"그럼 3000 곱히기 30은 9만?"
"......"
"저 사진을 보세요. 가운데는 죽은 뼈지요? 그 위아래를 보세요. 아래로는 무릎만 남았지요?"
"네..."
"위로는 고관절 뿐이지요?"
"네..."
"스크루뿐이지요? 저 부분에 바듯이 박았어요. 공간이 부족해서요."
"......"
"9만 번 전도의 강도면, 뼈는 전혀 붙은 게 없는데... 저거 곧 부러집니다. 지난번에도 두 개가 부러졌었잖아요!"
"네......"
"겉으로 안 보인다고 멀쩡한 게 아닙니다. 철사나 못을 9만 번 폈다 꺾었다 해보세요!"
"......"
"한 달 후에... 아니, 안 붙을 게 뻔하니 3개월 후에 봅시다.'
"네..."
"대신 꼭 목발 하세요. 집에서도요."
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죄... 송... 합..."
이 교수님과 7년 인연이다. 이렇게 날 혼내신 적 없다. 어깨 손 얹으며 농담하던 사이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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