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암 덩어리 내지는 결절의 성장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양쪽 폐에 가득 차 있는 전이암 덩어리들 말이다. 대략 3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예측을 훨씬 뛰어넘는다. 물론 여러 이유 또는 가속 요인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고 볼 수 없는 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에 더는 약을 쉬고 있을 수 없다고 교수님께서 판단하셨고, 나도 동의했다. 그렇게 10일째다.
다발성 폐전이암은 어떤 교수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시한폭탄이다. 언제 급작스럽게 변할지 모를 일리라고 하셨었다. 그게 무슨 뜻인지 물었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커지거나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 하셨다. 그게 무슨 의미였을까? 그런데 그렇게 까지 추가적인 말씀을 하셨는데 그에 더해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할 사람들은 그리 많을 듯하지 않다. 오래 못 산다는 뜻이란 걸 본능적으로 눈치챌 테니까 말이다.
두 번째 병원에서 그런 말을 들었었는데, 세 번째 병원 교수님께선 그래도 계속 치료를 해야 한다고 격려하셨다. 그렇게 세 번째 병원에서 10년 넘게 보내고 있는 증이다. 그러던 중 작년에 집안에 큰일이 있었고, 그 대사를 치르느라 약을 대략 10일 간 쉬었었다. 그리고 허벅지 뼈 전이암이 재발에 따른 수술 때문에 또 두 달을 휴약 했다. 당연히 수술 후 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그 기간이 대략 반 달이었다. 그 기간 수술로 약해진 내 몸 상태, 그건 암덩어리들이 번식하고 창궐하기에 완벽한 기간이었으리라. 찬스! 어쨌든 수술 후 항암제 휴약은 필수였다. 뼈가 붙어야 했으므로 신생혈관이 필요했으니까.
그런데 내가 먹는 표적항암제는 신생혈관을 억제하는 걸 통해서 전이암의 식량공급파이프를 말려 버리고, 그걸 통해 전이암 세포들을 죽여버리는 작용원리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잘라낸 다리뼈 양 끝단과 이식뼈, 그 사이를 이으려면 신생혈관은 필수다. 그러려면 신생혈관 억제 기전의 표적항암제를 멈춰야 한다. 암세포 증식 억제와 뼈가 붙는 것 사이에서 시소게임을 정치하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게 바로 고도의 전문가들인 의사 선생님들이 필요한 이유다.
일단은 뼈가 붙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에서 항암제를 끊고 있었다. 그런 후 3개 월째, 양쪽 폐 속 다발성전이암덩어리들에 대한 상태 파악이 필요했다. 그래서 찍어 본 영상에 교수님의 표정이 굳어졌고, 영문 모르던 나도 당달아 질색했다. 교수님께서는 6개월 전의 영상과 3개월 전의 영상을 비교하셨다.
난 교수님께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렸다. 그리곤 좀 죄송스럽지만 사진 좀 찍어 주실 수 있으신지 여쭸다. 내 폰 카메라에 담아서 좀 자세하게 보고 싶었다. 물론 습관처럼 진료 후에 밑에 내려가 검사영상을 신청해서 집으로 가져가겠지만. 다행스럽게도 교수님께선 시진을 찍어주셨다. 물론 꼬리표를 다셨다.
"이거... 개인정보 때문에... 하기야 뭐 본인을 위한 거니..."
나도 안심시켜 드렸다.
"그럼요.. 제 개인적으로 쓸 건데요, 뭐..."
6개 월 전과 3개 월 전만 해도 가장 큰 전이암덩어리 하나를 모니터에 띄우시면서 설명하셨었다. 그러나 이번엔 두 개를 띄우셨다. 눈에 확 띄게 자란 게 하나가 아니라 이제는 두 개란 의미였다. 직관적이면서 본능적으로 그렇게밖엔 추리할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교수님의 이어지는 설명 속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네! 두 개입니다. 이젠 주요한 게 두 개입니다."
주요한 게 두 개란 의미가 다발성 전이암 덩어리들이 두 개란 의미는 절대 아니란 걸 알기에 더는 여쭙지 않았다. 대략 20여 개의 클러스터가 있다는 걸 굳이 또 꺼내서 맘 우울해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더 중요한 것이 또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항암제! 수술 전 입원실에 들르셨던 교수님께서 암시하셨던 게 있었다.
"수술 잘 받으시고 난 후... 약을 바꿔서.. 곧 시작하셔야 합니다."
그게 현실이 되는 순간이 다가온 듯 느껴졌다. 부정적인 짐작은 반드시 맞는 경향이 있다. 내 삶에서는 특히 더더욱...
"약을... 약을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꼭요?"
"네. 무사하기엔 너무 커졌습니다. 저것들이 겆잡을 수 없이 커질 수가 있습니다. 그러기 전에 잡아야 합니다."
"......"
난 다리뼈가 조금이라도 더 붙을 때까지만 좀 더 기다려 주실 수 없으신지 여쭸지만... 교수님께선 고개를 저으셨다. 나도 더는 어쩔 수 없었다. 왜? 그 영상 속 암덩어리들이 급격하게 커졌다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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