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창작

시나몬 라테에 얹힌 하트

by 힐링미소 웃자 2021. 9. 14.
반응형

어깨를 잠시 스쳤나 봅니다
당신은 잠시 뒤돌아 봤고
나와 당신의 눈은 순간 만났습니다
난 웃었고
당신은 잠시 서있었습니다
난 두 팔을 벌렸고
다가온 당신은
미안합니다는 말로
사랑의 문을 열었습니다
당신은 손을 뻗어
내 폰을 가리켰습니다
하늘색 바탕에 흰색 번호로
새겨진 당신의 암호
폰을 다시 건네며
수화기 아이콘을 가리키고는
당신은 인파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피칸 시나몬 라테 위에
그려진 두 개의 하트
퇴근길 당신이 내게 선물한 메뉴 위에
난 새와 하늘과 구름을 얹었습니다
당신은 생크림 거품 예쁜
캐러멜 마키아토 위에 얹은
사랑과
바람과 창문과
발코니가 생각난다고 말했습니다
두 개의 하트가 없어질 즘
차를 몰아 공항 근처 바닷가를 달렸습니다
길 옆 하얀 건물이 파도에 부서질 때쯤
발코니와 창문과
바람에 날리는 커튼이 보였습니다


당신의 부드러운 눈빛은
바람에 날리는 커튼을 쫓았고
페달 위에 얹힌 내 발과
핸들 위에 놓인 손을 스쳤습니다
당신의 부드러운 미소는
당신을 담은 내 눈 속에
무지개를 그렸습니다
당신은 그날 사랑을 원했고
난 새와 하늘과 구름을 원했습니다
난 자유를 원했습니다



반응형

' > 창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벽을 가로질러  (0) 2021.09.14
달빛이 스러지면  (0) 2021.09.14
추억을 위해 두 눈 감으리  (0) 2021.09.14
4기암과 11년 살기-딸과 4기암 아빠 1  (0) 2021.09.14
희망 없이도 즐겁게 사는 방법을 배우는  (0) 2021.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