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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11년 암 진단, 4기, 전원, 첫 번째 수술, 좌절

암삶 14-“당신 암 덩어리가 당신 콩팥보다 더 커!”(2011년)

by 힐링미소 웃자 2021.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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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병원에서 좀 크다고 하긴 했습니다만...”

“”좀’ 크다던가요?”

“예…” 

전 병원에서 분명 '크기'를 들은듯한데...

대략 '5x 뭐'라고 했던 것 같았는데... 

그 교수님이 무슨 숫자를 말했던 것 같았는데... 

당시엔 하도 정신이 없었던 난

‘좀 큰가 보다’ 했었다.

사실 그때는 “암입니다"란 말이,

거대한 해머가 되어 내 머리를 사정없이 

치고 있었기에, 당시의 나에게 암의 '크기'는 

그리 중요하게 들리지 않았었다.

 

깨진 도자기의 파편을 모으듯 

당시의 대화 내용, 특히 그 교수님의 말씀을

복기하려 애썼다, 복잡해진 머릿속에서.

하지만 암 선고 이후 내 머리는

마치 엉켜버린, 너무 엉켜 풀 수 없는,

게다가 풀려하면 더 엉켜 영원히 풀 수 없는

저주의 실타래 와도 같은 상태였었다.

나의 복기를 위한 노력은, 그러나,

C 교수님의 이어지는 말씀으로 끝을 맺지 못했다.

“큰 정도가 아니야! 이건... 내가 본 것 중에서...

분명히 이 정도면 세 번째야. 그래서 넘버 3이라고 하는 거지.”

 

난 감이 안 왔다.

하지만 내 눈앞에서 교수님이 ‘넘버 3’라 하시니,

정신이 바짝 들었다.

왜냐하면 이 C 교수란 분,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 특히 로봇수술 분야에선 

거의 넘버 원!이라고 소개된 분이었기에. 

우리나라에서 당시에 최다 수술기록을 보유하셨던...

 

이분은 이 분야의 권력이었다.

그 병원에서도 권력이었고.

난 그런 분을 여기저기 찾아 헤매며...

알아내고는 대책도 없이 

무작정 나타나서, 

3시간을 기다린 끝에

겨우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거였다. 

그런 의대 교수님께서 '넘버 3' 하시니...

 

C 교수님의 그 종결적 표현과 함께

나에겐 '사이즈'가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얼마나 큰 거야?’ 속으로 생각하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성인 콩팥 하나의 크기가 얼만지 아세요?”

“…”

난 대답 대신 그 교수님을 물끄러미 

볼 뿐이었다. 

콩팥 크기? 생각이 도저히 안 났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다닐 때, 그쯤 어딘가에서

분명히 배웠을 법도 한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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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부터 어떤 대답도 없자 

그 교수의 얼굴엔 어이없다는 표정, 

한심하다는 표정, 불쌍하다는 표정 등이, 

급행이 예정에 없는 역을 스치듯이, 

빠르게 지나가는 게 내 눈엔 보였다. 

이해 못 할 복잡한 표정을 종착역으로 해서

빨개진 얼굴과 함께 그의 표정 운전은 멈췄다.

(나중에 안 거지만

환자가 좀 한심하다 생각이 들면,

그 한심함이 그를 화나게 하는 듯했다.

그런 상황에서는 그 교수님의 얼굴은

원숭이 엉덩이마냥 빨개지고.)

그리고는 

나란 존재가 마치 현미경 대물렌즈 앞의 

무슨 (암) 조직 파편이라도 되는 양

나를 한동안 뚫어지게 쳐다보시더니,

그의 책상 위에 있는 아몬드 한 무더기 중에서

서너 개를 입으로 던져 넣었다.

그 걸 다 씹은듯하시더니,

“콩팥이 두 개 란 건 아시지요?”

 

그건 나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었다.

내가 설마 신장이 두 개란 걸 모르겠어!

“예. 압니다, 교수님.”

“그렇군요... 신장은 일반적으로,

길이가 10cm, 너비가 5cm, 두께가 3cm

정도 됩니다.”

“예.”

“ 한쪽의 무게는 대략 200그램쯤 되고요."

“예…”

“ 그런데... 당신 암 크기가 15cm야!”

 

나는 순간 어지러웠다.

그제야 ‘크기’가 실감이 나기 시작했던 거다.

"15cm? 15cm? 그럼… 암 덩어리가 내 콩팥보다

더 크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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