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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13년 전원, 두 번째 수술, 폐 절제

암삶 36-폐전이 폐암 수술 2, 왜 부분적 폐 수술을? 장단점을 듣고 나서(2013년)

by 힐링미소 웃자 2021.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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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폐 속에 있는 그 자잘한 모든 암 덩어리들 다
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저 일부분밖에 떼어낼 수 있을 뿐인 수술을
제게 권하시는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첫째, 환자분은 아직 상대적으로 젊으시고요.
둘째, 현재의 몸 상태로 봤을 때 폐 수술을 받기에 큰 문제는 없으실 걸로 판단되어서 고요.
셋째, 수술을 받으신 후 표적 항암치료제를 한번 써보는 건 어떨까 해서입니다.”

교수님의 그런 말씀은 아주 긍정적인 격려였다.
난 자세히 듣고 싶었다.
“교수님, 각각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직 젊으시다는 건 좀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한 게 아닌가 하고요, 또 그럴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수술이나 가능한 항암요법 등이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건 나이를 고려하면 너무 아까운 게 아닌가 하지요.”
“예….”
“또 설령 나이가 상대적으로 젊으시다 해도 현재의 몸 상태가 수술을 감당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면 힘들겠지만…. 상담 기록에 의하면, 진단 후 즉시 금연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유지해 오고 있으시고, 또 술도 잠깐을 제외하곤 금주 상태를 계속해 오고 계시네요?”
“예. 유혹이 많았습니다만….”
“잘하셨습니다. 또 일체의 가공식품 섭취를 멈추셨습니다. 거기에 더해 친환경 식품으로 식단을 바꾸셨다고 되어있고요.”
“예. “

암 진단 후부터 거기 세 번째 병원의 진료실에 오기까지의 지난 시간이 스치고 지나갔다.
일체의 술과 담배를 끊었던 일,
친환경 건강식품으로 식단을 와전히 바꿨던 일,
좌절 속 식단이 다시 엉망이 됐던 일등…
교수님의 말씀은 계속 됐다.

“그런 건강 식단을 유지하시는 건 아주 중요합니다. 면역기능을 형상시키는 건 모든 암 환자들께서 기억하셔야 할 제일 중요한 수칙입니다. 그런 건강 식단 덕분에 아마 상대적으로 몸 상태가 잘 관리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그런 상태라면 수술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봄 직한 것이지요.”
“예….”
“마지막으로, 사실 신장암이란 게 딱히 항암제,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암을 없애버리고 낫게 하는, 가 없다고 하는 게 솔직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요즘엔 몇 가지 대안적 항암제들이 있습니다. ‘표적 치료제’라고 불리는 약들입니다. 완치나 치료는 아니지만, 어떤 경우엔 기존에 있는 암세포들이 더는 자라지 못하게 하는 기능을 하는 약들입니다. ‘효과가 확실하다’라고 장담은 못 합니다만 한번 시도는 해볼 필요나 가치는 있는 게 아닐까 하지요.”
“예….”

나는 그 교수님의 눈을, 그 교수님은 내 표정을 그렇게 서로 바라보고 있었다.
교수님은 격려와 설득의 시선을 보내고 계셨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여셨다.
“어떻게…. 한번 해보시겠습니까?”
"좀 더 생각할 시간을 주실 수 있을까요, 교수님?""그럼요. 주체는 제가 아닙니다.
충분히 생각해보세요."
"예."
"생각이 정리되면 전에 상담하셨던 그 전문간호사 선생에게 말씀해 주세요.
"예. 교수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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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료실을 나왔다.
바로 앞 벤치에 앉았다.
내 나이 또래의 사람이 또 있나 둘러봤다.
거북이가 목을 빼고 주변을 둘러보듯
아주 천천히.
하지만 그 시간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던
연세 드신 분들의 둥그런 눈들만이
거기엔 있었다.

겸연쩍은 웃음이나마 안 나왔다.
그저 머리가 맑아졌다 어두워졌다 할 뿐,
그리고 조금은 어지럽기도 했고.
산 밑에 안개라도 낀 듯이
강가에 연무가 뿌려진 듯이
눈앞이 잘 안 보였다.


왼쪽 신장과 그것에 붙어있는
부신을 완전히 도려낸 지
딱 2년이 되어갈 즈음에
또다시 다른 수술을 권고받은 것이다.
배꼽에서 시작해서 위로는 명치까지
아래로는 왼쪽 옆구리까지
열렸던 자국들이 아직도 선명하건만...

이제는 그 반대쪽 위 허파를
헤집어내야 한다니...
게다가 그것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라 하고.
우선 그냥 큰 것들이 모여있는
오른쪽 폐 3 엽만 어떻게 한다는 말이고...
그런 후에도 양쪽 폐에는 여전히
암덩어리들이 다닥다닥 남아있을 거라 하고...


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란 걸 더욱 실감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망설일 수만은
없는 일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다시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봤다.

이내 더는 그 벤치에 머무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두커니 정신 나간 사람처럼
앉아있기엔 얼굴이 시렸기 때문이었다.
띄엄띄엄 교대로 번갈아 쳐다보고 있는
눈들이 내 얼굴 여기저기를
할퀴고 있는 듯 느껴졌다.

사실 그 보이는 시선들의 할큄은
들리는 안내 멘트의 발톱들에 비하면
대수로운 게 아니었다.
그때 그곳의 대부분의 환자들에게
진료 후 안내되고 있는 멘트들은
사실은 나의 가슴, 정확히는 마음을 사정없이
찢어발기고 있었다.

"전립선이 안 좋으시니..."
"요도염이 조금 있다고 하시니..."
"그건 초기인듯하시다며 우선 CT를 찍어보시자고..."
"교수님이... 한 6개월 후쯤 보시잡니다."

내 얼굴엔 옅은 미소가,
가슴엔 시린 상처가...
마치 바쁘고 경박한 두 발을
물 밑에 감춘 백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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