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뇨기과 교수님의 권유로
영양사 선생님을 만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암 수술 후의 식이요법은 이렇고,
암 환자의 식이요법은 저래야 하고...
등 등의 사항에 대한 설명을 하셨다.
많은 이야기 중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것 중의 하나는,
되도록 단백질을 많이 섭취해라,
양질의 단백질은 이러이러하다.
두 번째 것은 술에 대해 말한 것이었다.
내가 마지막 즈음에,
“간혹 술을 조금, 아주 조금 먹어도 될까요?”
라고 묻자,
“알코올의 분해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란 성분이 생기는데,
그게 발암물질입니다.
(암 4기이시고,
이미 수술도 한 번 하셨고,
폐 속에 많은 전이암 덩어리들이 있어서
두 번째 수술을 앞두고 있으신데 )
그런데도 술을 마시려고요?”
라는 되물음이었다.
그 후에 내가 해야 했던 것은
비뇨기과 교수님이 의뢰하신,
그 병원 ‘최고의 칼잡이’를 뵈러
폐식도 센터를 가는 일이었다.
그렇게 내가 희망했던 교수님으로부터
진료를 받는 날이 온 것이다.
내가 알아본 바로는 폐 수술에 관한 한
자타가 인정하는 ‘최고의 칼잡이’라 불리는
그 교수님은 별명과 다르게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띠며
조용조용히 말을 이어가는 분이셨다.
그분의 분위기와 관련,
아주 인상적이었던 모습이 기억에 선명하다.
내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셨다.
내가 짐작하기에 은퇴하고도
남으셨을 만한 연세로 보였고,
덩치도 그리 크지 않으셨다.
그러함에도 고난도 수술을 수월하게 수행하시며
현직에 있다는 게 존경스러웠다.
너무도 부럽기도 했고......
“교수님, 안녕하세요?”
“어서 와요.”
“명의로 존경받는 교수님께 치료받게 돼 너무 기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명의는….”
“…….”
“x 교수가 쓴 거 봤어요. 환자분의 여러 가지 기록도 봤고요.”
나는 놀랐다.
"저 연세에 쉽게 피곤해질 텐데...
수술에, 진료에, 아침 미팅에….
어떻게, 언제 시간을 내
진료 볼 환자의 이전 기록들을 미리 보셨을까?’
하며...
“교수님, 저 같은 경우는 어떤 방법이 있을는지요?”
“폐에 암 덩어리들이 하도 많아서…. x 교수는 그 덩어리들을 다 떼 달라고 코멘트를 넘겼는데….”
“교수님, 암 덩어리들이 몇 개나 되는지요?”
“의미가 없어~. 여기 봐요. 얼추 눈으로 보이는 것들만 해도…. 하나 둘 셋, 넷, 다섯…. 이쪽에 한 열 개, 저쪽에 열서너 개.”
“그렇게까지 많나요?”
“많아요. 눈에 보이는 것들이 그 정도인데, 안 보이는 것들은 또 얼마나 많겠어?”
“x 교수님은 똑 떼어내고….”
“폐가 그리 간단한 게 아닌데. 이게…. 보세요. 오른쪽 3 엽의 경우에는 큰 게 몇 개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것들이 내가 보기엔 표면이나 모서리에 있는 게 아닌데. 이런 것들을 어떻게 똑 떼어내겠어요?”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내 주치의 교수님의 말씀과도 어긋났고...
“그럼?”
“이건…. 수술로 못 떼어내요.
내가 그렇게 차트에 쓸 거고,
x 교수에게 코멘트 남길 테니,
x 교수와 잘 상의해서 하세요.”
나는 눈앞이 어질어질해졌다.
머리가 핑 돌면서 온몸의 힘이 다 빠졌고.
"이분이 누구신가? 이 분야에서는 최고 아니신가?"
그렇게만 되뇔 뿐, 딱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몰라 잠시 넋 놓고 있었다.
그 노 교수님은 날 물끄러미 바라보셨다.
“그런데 교수님,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
“물어봐요.”
“전 병원에서는 거의 2년여간을 검사만 하면서 두고 보던데 왜 그랬을까요?”
“어떤 경우엔 암이 커질 때까지 지켜보는 일도 있어요. 어떤 경향을 보이고 있고, 시간이 감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파악하려고. 또 약을 써도 효과가 없다던가, 쓸 약이 없을 때도 그렇겠고.”
나는 그분의 진료실을 힘없이 나왔다.
폐로 전이된 암덩어리들이
콩밥의 콩들처럼 골고루 섞여
우스꽝스럽게 보니는 폐결절들,
그중에 2cm가 넘는 것들이 몰려있다는
5개 폐엽들 중 한 개의 엽,
크게 자리 잡고 있는 3 엽,
그곳에 있는 그 큰 것들을 떼내기 위한
폐 수술이 거절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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