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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13년 전원, 두 번째 수술, 폐 절제

암삶 39-폐전이 폐암 수술 5, 암이 폐로 전이된 경우 수술 후 어떤 항암치료를 하나요?(2013년)

by 힐링미소 웃자 2021.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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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외과 교수님으로부터 퇴짜를 맞았음에도
나의 주치의 교수님께서는 태평해 보이셨다.
이분은 그러시다.
세상은 이래서 흥미로운 그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난 만인만색이 좋다.
너무 좋다.
난 한 가지 꽃만 있는 정원은 싫다.
내가 선호하는 캐릭터는 친구들로 족하다.
만약 내가 전체주의를 찬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물론 그렇지만, 이런 다양한 세상이 좋다.

어쨌든 태평해 보이시는 교수님과 다시 마주 앉았다.
그분께서는 내가 폐 수술을 받고 나서
항암제를 사용하기를 권하고 계셨다.
물론 전제는 폐 수술이었다.
그러나 거부당했음을 당연히 아시는 주치의께서
전제를 건너뛴 2단계를 말씀하시고 계시는 이유는
아마 무슨 복안이 있으시기 때문이라라고 생각하며
그분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주사제는 아닙니다.”
“교수님, 그럼?”
“보통 3가지 약 중에서 선택합니다.”
…….”
“신장암이란 게 방사선 치료도 안 듣고, 그렇다고 다른 항암제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
“암세포들이 더는 커지지 않게 하거나, 커지더라도 최대한 더디게 커지게 하는 정도의 약밖엔 없습니다.”
“지독한 종류의 암이군요.”

내가 내가 가진 암이 지독한 종류의 암이란 걸…
왜 그걸 모를까!
그러나 너무도 답답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온 것이었다.
어디 말이 의도한 것들만 나올 것인가?
어디 이 세상에 이성만 있고 본능은 없겠는가!

“예. 까다로운 암입니다. 반면에 신장암 환자의 몸 상태가 좋으면, 어떤 종류의 신장암은, 쉽게 자라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변수가 많은가 봐요...”
“하지만 환자분의 경우엔 아직 젊으시니, 수술로 큰 것들을 떼고, 제가 아까 말씀드린 그런 약을 한번 써보는 게 어떻겠냐 하는 생각이지요.”
“교수님께서 아까 말씀하시길, 더 커지지 않게 하거나 암세포의 성장을 더디게 하는 약이라 하셨는데….”
“예. 현재까지 나온 약 중에서 최선의 결과가 나오면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또 여러 연구와 임상들이 진행 중인 약들도 있으니, 아까 말씀드린 대로 아직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으시니, 그런 신약들도 써볼 기회가 있지 않겠냐 하는 생각이지요.”


는 이제 내 주치의가 되신 그 비뇨기과 교수님께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었다.
그중의 하나는 만약 내가 표적 치료제로 불리는
‘(표적) 항암제’를 쓰게 된다면,
그것의 단점 또는 부작용은 무엇인가에 대한 것들을
당연히 알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암의 진행을 멈추게 할 수 있다.”
라고 하셨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내가 열심히 돈도 벌고,
자라나는 새끼들과 먼 곳으로 여행도 갈 수 있고,
내가 생각했던 비즈니스도 다시 시작하고….
상상만으로도 기뻤어.

하지만 동시에 그 약을 얼마나 오랫동안
쓸 수 있으며,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던
항암제의 큼직한 부작용에 대한 것들이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 약이 암의 진행을 멈추는
꿈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한들,
만약 얼마 못 쓴다거나,
부작용이 너무 심해
그 약을 계속해서 사용할 수 없다면,
그 후에 올 절망과 불안은
암 확진 때 받았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듯했어.
미리 정보를 얻음으로써
대비를 하고 싶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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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지도 않고 미리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
“모든 약에는 내성이 있습니다. 그건 항암제라고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교수님, 내성이 생긴다는 건…?
“예. 한 가지 약을 일정 정도 쓰고 나면 더는 그 약이 몸에서 효과가 나타나지 않게 된다는 말입니다.”
“…. 어느 정도를 써야 그런 일이 일어나나요?”
“글쎄요. 그건 환자에 따라 다릅니다.”
“교수님, 부작용은?”
“역시 환자마다 다릅니다.”
…….”
“그 모든 것을 미리 걱정하진 맙시다. 일단 제가 xxx 교수님께 폐 수술을 다한 한번 의뢰해 보겠습니다. 그리고서 더 얘기해봅시다.”

는 비로소 그 교수님이 왜 태연하셨는지,
내가 폐 수술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폐 수술이 거절당했다는 것을 아셨음에도…
내 주치의 교수님이신 비뇨기과 교수님께서
왜 그렇게 여유가 넘치셨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쨌든 나의 주치의 교수님의 친절 덕분에,
폐식도 센터의 그 ‘칼잡이’ 교수님께
수술이 다시 의뢰되었어…
그 흉부외과 교수님께서는 여전히
못마땅하다는 표정이셨다.
그러나 나의 주치의 깨서는 다시 연락을 하셨고…
그 노교수님께서는,
“그럼, 알았다!”
라는 말씀과 함께
“최선을 다해보지 뭐…”
라고 약속하셨다.


나는 거대한 규모의 병원 건물에
압도된 정신을 추스르며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차 문을 열며 내가 해야 할 리스트를 중얼거렸다.

“이제 복잡하고, 거대하고, 어려워 보이는 것들이 하나씩 해결돼가고 있구나…
쉽게 죽지는 않을 모양이구나…
그래도 내게 운이란 게 아직은 남아 있는가 보고나…”

“그래… 이제는 집에 가서 입원 준비를 한다.
좋은 결과를 상상한다.
이런저런 메모도 하며 좀 차분하게 정라 좀 해야겠구나…”

난 비슷한 몇 개의 문장을 반복하며,
중얼중얼거리며,
주차장에서 차를 서서히 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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