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데이트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교수님”
다음날 어김없이 정형외과 교수님의 회진이 이뤄졌다.
그분은 나의 기분을 물어봤고, 특별하게 불편한 곳은 없는지 물어봤다.
난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기분은 좋지만, 교수님,”
“......”
“일단 제가 다리를 들거나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래요? 너무 당연한 일이지요.”
“예?”
“이 환자분, 너무 낙천적이시네...”
“자, 정확하게 말씀드릴게요.”
그는 팔짱을 꼈다.
그리고는 수술한 쪽 다리를 한동안 쳐다봤다.
다시 내 눈을 봤다. 눈을 두세 번 깜박였다.
동시에 콧등 중간께까지 흘러내리던 안경을 추슬렀다.
연이어 기침을 한 두어 번 했다.
“제가 엊그제도 말씀드렸다시피, 환자분의 넓적다리뼈를 대략 10여 센티를 잘라냈습니다.”
“......”
“그런 후, 기증된 뼈를 이식했습니다.”
난 그분의 본격적인 설명을 들으며 환상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언젠가 난 유사한 장면이 나오는 공상과학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총격으로 인한 사고로 신체의 일부를 못 쓰게 된 주인공이 최신 의학의 도움으로
하이브리드 인간이 되는 장면이 있었다.
“기증된 뼈요?”
“예.”
“감사한 일이네요. 그 뼈의 주인께...”
“......”
“어느 분이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아니요.”
“혹시 병사한 분이셨나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사람의 뼈인 건 틀림없지요?”
“그럼요. 참, 내가 이런 질문을 받아보는 건 처음이네요.”
그 교수님은 여러 모양의 감정이 얽히고설킨 모습을 얼굴에 띄우며 날 보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노여움이나 불쾌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암시하는 표정은 없었다.
“나 같은, 그럼, 암 환자분이셨을까요? 아니면 에이즈 환자분이셨을까요? 그도 아니면,..., 혹시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이셨을까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래요?”
난 눈을 크게 뜨고 그분을 향해 얼굴을 밀었다.
“그럼 혹시 여성분의 뼈였을까요?”
절단 후 냉동뼈 이식, 티타늄 금속과 사람의 뼈를 결합 다리뼈 이식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는 순간의 기분은 묘했다. 말씀하시는 분도 그건 비슷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당황한 듯 얼굴이 빨개졌다.
그분의 뒤에 있던, 같이 내 병실에 들어왔던, 다른 주니어 의사분들 중 한두 명은 키득대는 듯했다. 간호사와 다른 한 명은 들키고 싶지 않은 웃음을 얼굴에 잠깐 보인 후 곧바로 거둬들이는 듯했다.
“교수님, 제가 병적인가요?”
“아니요.”
“......”
“뭐든 궁금하신 건 다 물어보셔도 됩니다.”
입으로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얼굴엔 당혹스러움이 스쳐 가는 듯 보였다.
“살아있는 뼈인가요?”
“살아있는 뼈요? 살아있는 다리뼈냐는 말인가요?”
“예!”
주니어 의사 중의 한 명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난 누군지 보고 싶었지만, 그 주인공은 이내 마네킹처럼 무표정해졌다.
“냉동된 채로 보관되어 있던 뼈입니다.”
“냉동된 상태로...”
“예.”
“혹시 감염의 위험이 있나요?”
“아니요. 뼈 자체는 완전 멸균의 상태입니다.”
“제 뼈와 사이즈는 같은가요?”
“사이즈요?”
“예, 사이즈요.”
“아, 지름은 안 맞습니다.”
“.......”
“그래서 두 개의 보호판을 댔습니다.”
“판요?”
“예. 금속판요.”
“무슨...?”
“티타늄요.”
“제 다리 속에 금속판이 두 개나요?”
“예.”
“그럼 고정은, 사이즈가 다르다면 단차가 있을 텐데...”
“못을 대략 20개쯤 박았습니다.”
“20 개쯤요? 제가 그럼 로봇 다리를... 그런 건가요?”
하하하…. 여기저기서 웃음이 나왔다.
‘이런! 지금 웃을 때가 아닌데…. 지금 무지 아픈데...’
난 속으로 소리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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