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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24년 4기암과 14년째, 척추전이

암한테 지기 위한 첫 번째 조건: 지치는 것과 지친다는 뜻

by 힐링미소 웃자 2024.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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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께서 아래와 같은 댓글을 남기셨다. 난 이분을 염려하면서 감사한 마음이고,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  응원하며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

"많이 힘들고 외롭고 무섭고 지치고 어떤 말로도 표현할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암 진단 하루에도 수만 가지 별별 생각이 들고 감정 기복이 롤러코스터 같더라고요.  지금 순간도 불안하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힐링미소님 말씀처럼 하루하루 소중하게 감사하며 살려고 무던히 애쓰고 있습니다. 힐링 미소 임은 힘든 제게 많은 용기를 주셨습니다. 힘내시고 쾌차하실 겁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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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해본 사람은 알지요. 얼마나 착잡한지를요. 그럼요! 하루에도 수만 가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지요. 제 얘깁니다. 진짜 초기에 잘하셔야 합니다. 진단 전 라이프 스타일을 180도를 바꿔야 합니다. 그런 환경이 암을 키운 것이었을 테니까요.

 

그리고 지치시면 안 됩니다. 암이 바라는 게 바로 그걸 테니까요. 그럼 죽습니다. 종장엔 다 죽는다고 하니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이 이상할 게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은 두려움만의 대상은 아닐 겁니다. 제 글을 읽어보셨다면 진단 후 암에 의해 죽는 것보다는 그 외 요소가 더 많다는 걸 인용한 적 있습니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이제는 내 순서인가 보다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더 살 수 있다면 더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지치지 않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지를 생각해 봅니다. 지치지 않는다는 건 매일 뒷산에 올라가 함성을 지른다거나 말할 때 큰 소리로 떠든다는 의미는 아니겠지요. 이 지친다는 의미에 대해서 제가 존경하는 두 교수님께서 정의해 주시더군요. 한 분은 폐 닥터, 다른 분은 정형외과 교수님요. 그분들께서 말씀하시는 지친다는 것의 의미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가공식품을 멀리하셔야 하는데, 그게 참 힘듭니다. 결국 옛 입맛에 참다 참다 지쳐서 가공식품을 다시 입에 대지요…. 

 

 

운동도 그렇고요. 하다가 말고…. 하다 말고... 사실 우리는 운동 강박증이 있는 듯합니다. 그러다 보면 하루에 5,000보니 10,000보니와 같은 말들이 나오겠지요. 그런 숫자에 대한 강박증은 심리적 부담으로 기능할런지도 모를 일입티다. 지치게 돼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안 하게 되겠지요?  왜요? 지치니까요? 암을 키우는 환경으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대인관계도 그렇겠지요? 돈(?)도 되지 않는 관계들은 싹 정리하셔야 할 겁니다. 암 환자에게 '돈이 안 된다'는 건 뭘 뜻할까요? 특히 4기 암 환자에게 요. 돈 자랑, 자식 자랑, 지나친 이념 얘기, 주식만큼이나 진폭이 큰, 팔지 않으면 내 손안에 존재조차 하지 않는 가상적 자산, 항암제 부작용에 2박 3일 국내여행조차도 힘든 사함 앞에서(원하지도 않는데) 놀러 갔다 온 얘기를 혼자 신나서 하는 사람들…. 다 돈(?)이 안 되는 관계들이겠지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다시 만나기 시작한다? 선한 기운을 주는 게 없는 사람들일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결국 자신감 상실, FOMO 증후군, 자존감 상실들을 불러오는 관계들이겠지요? 그들과 다시 어울린다는 건 다시 암 태동기로 돌아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부실한 자신을 원망하고, 남을 원망하고, 주변의 가까운 소중한 사람들을 원망하고... 이 모든 것들이 다 지치게 만드는 일일 겁니다. 항암 승리는커녕 또 다른 암을 키우는 중일런지도 모를 일이겠지요? 

 

성격도 그럴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머리 검은 짐승은 고쳐 못 쓴다는 말은 타인 지향보다는 자신을 돌아보라는 말일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암 진단 이후 많이도 해봤었답니다. 내가 4기를 넘어 말기로 가고, 호스피스 단계로 간다 한 들 제 성격이 천지개벽처럼 바뀌기나 하겠습니다. 아마 뇌를 남의 것으로 리플레이스 하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를 알입니다. 제가 읽어 본 뇌과학자들의 중론에 의하면 말입니다.

 

솔루션은 오히려 간단할는지도 모릅니다.  '절박함에 따른 반대로 가기'는 어떨까 합니다.  병은 입으로 들어가고 화는 입에서 비롯된다는 말은  제게 많은 기준을 줬답니다. 얼굴에 미소를 지으면 맘 속에 지혜가 생기기 시작한다는 말도 그렇고요. 내가 화내면 상대방도 화내고, 스트레스의 근본이 거기서 출발할런지도 모릅니다. '관계없는 사회'는 조음 자체가 안 되는 말일테니까요. 사회의 전제는 관계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감당하기엔 내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오는, 지독한 관계는 정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안 하면 난 죽는다'를 저는 수도 없이 되뇌고 있습니다. 그 반대란 것의 판단기준은 당연히 '암 진단 전의' 식습관, '암 진단 전의'수면 패턴, '암 진단 전의' 언어 행위, '암 진단 전의' 관계와 같은 것들이 아니겠습니까? 

 

저도 이웃님의 응원의 답글로 용기를 얻습니다. 제가 답례로 드릴 건 극히 개인적인 제 투병원칙뿐입니다. 부끄러웠던 제 옛날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합니다만... 꺼내고 나니 이 글을 마치는 시점에서는 그 부끄러움도 다 날아가 사라짐을 보이네요.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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