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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24년 4기암과 14년째, 척추전이

4기 암 환자와 의사 선생님들과의 숙명적 만남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갈등

by 힐링미소 웃자 2024.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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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 암 환자와 의사 선생님들과의 선한 숙명과 의대정원 2000명 증원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빗댄 거로 보이는 '히포크라시'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아직도 내 책상 위에 있으면서 암 환자인 나 자신의 처지를 되뇐다. 요즘 의대 정원 2000명과 관련, 혼란스러운 모습들이 미디어를 통해 분 단위로 우리 사회를 휘감고 있다. 올 들어 항암피부과와 치과 진료를 받았다. 불편함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달부터 다시 분주한 진료 일정이 내 캘린더를 채우고 있다. 난 진료를 제때에 받을 수 있을 것인가!

 

내 항암투병 14년은 의사란 존재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난 그분들을 통해서 많은 은혜를 입었다. 어느 한 분 날 소홀히 대한 적 없다. 원발암에서 시작된 나의 진료과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전이암 관련 과로, 나중엔 항암 부작용에 따른 진료과로 그 범위를 넓혔다. 당연하게도 나를 진료해 주시는 의사 선생님들도 늘었다. 내가 진료받는 날이면 매번 설문지가 폰으로 온다. 난 그 모든 분들께 망설임 없이 최고의 점수를 준다.

 

난 4번의 큰 수술을 받았다. 원발암에 따른 한쪽 신장과 부신을 제거하는 수술이 그 첫 번째였다. 이어서 다발성폐전이에 따른 폐 3 엽 수술이 두 번째였다. 세 번째는 다리뼈의 3분의 1을 잘라내는 수술이었다. 마지막은 무릎관절과 고관절을 제외한 우리 몸의 장뼈 중의 장뼈를 통째로 잘라내는 수술이었다. 앞으로 또 몇 번의 수술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를 일이고 또 어떻게 이워질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지난 그 모든 수술은 신속하게, 정밀하게, 정성스럽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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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수술은 첨 진료 며칠 만에 이뤄졌다. 그때 교수님께서 수술일정을 재조정하신 결과였다. 두 번째 수술 때는 원발암 교수님의 정성과 헌신의 결과로 가능했던 수술이었다. 폐 의사께서 2번이나 거절하셨지만 원발암 교수님은 포기하지 않으셨다. 결국 폐 부분절제술을 무사히 받았다. 그리고 폐식도 교수님께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으셨을 텐데도 일 년에 서로의 얼굴을 몇 번은 봐야 되는 거 아니냐시며 정년퇴임 때인 작년 말까지 날 봐주셨다.

 

3번째와 네 번째 수술도 마찬가지였다. 정형외과 그 교수님께서는 두 번 다 수술일정을 재조정하시면서, 그리고 타과 치료계획에 대한 프로스 앤드 콘스를 디테일하게 설명하시면서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가이드가 돼주셨다. 한발 더 나아가서, 그 4번째 수술 후 충분한 회복기간을 입원상태에서 가질 수 있도록 나를 대신해 병원 행정당국과 맞서 주셨다. 그 덕분에 반달 가까이 2인실에서 쾌적하게 회복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젊은 주치의께서는 수시로 내 자리로 오셔서 침대에 걸터앉으신 채로 본인의 속 깊은 얘기들과 애로점들을 말씀하시곤 했으며 수술부위 상처 등을 정성스럽게 소독해주시기까지 했다. 내가 농담으로 나중 남친이 생기면 공감에 관한 한, 솔직함에 관한 한 최고의 파트너가 되실 거라고 놀리곤 했었다, 그분께서는 퇴원 후 내가 진료실 앞에 앉아서 스마트 폰을 하고 있는 중에도 지나시면서 툭 치시고는 미소와 윙크를 보내시곤 했다. 

 

휴약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진료가 많지 않았고, 내가 일부러, 원발암 진료과를 제외하고, 진료 텀을 되도록이면 길게 잡으려 애쓴 덕에 긴 휴식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번달 말부터는 사정이 달라진다. 원발암 각종 CT와 혈액검사, 상반신 MRI 스캔, 1년마다 받아오고 있는 위 내시경 검사 등이 날 기다리고 있다. 

 

내가 본격적으로 진료를 받게 되는 시점에 즈음해서 정부와 의사들 간의 긴장은 정점을 향해가고 있다.  마치 우연의 일치라도 되는 듯이 말이다. 아직은 어떠한 연락도 병원에서 안 오고 있다. 진료 일정이 순연 내지는 변경되는 것들에 관한 연락 말이다. 예전 같은 경우, 교수님들께 돌발 변수가 생기면, 많지는 안았지만, 미리미리 연락이 오곤 했었다.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갈등이 시작된 지 벌써 많은 날들이 지나고 있다. 그만큼 진료일정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듣고 한데 아직은, 내 진료일에 관한 한, 통보가 없다.

 

난 과연 다가오는 진료와 검사들을 제 날짜에 맞춰 받을 수 있을 것인가? 내 경우도 문제지만 나보다 더 중한 경우에 봉착한 환우분들도 많으실 게다. 그분들께 안 좋은 일들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 내 바람과는 다르게 많은 환우분들께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입장에 처한 그분들의 심정은 또 어떨까! 난 이 사태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빨리 진정됐으면 좋겠다. 나보다 더 급한 환우분들의 절실한 바람이 좋은 결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도, 내 진료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도, 그리고 나를 돌봐주셨던 그 의사 선생님들의 선의와 희생정신이 손상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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