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진료를 본 다음날 그 병원에 또 가야 했다. 그건 그렇게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 병원에 또 가야 한다는 게 유쾌한 일이 아니란 게 아니다. 그다음 날 또 가야 한다는 게 유쾌한 일이 아니란 뜻이다. 그나마 다행였던 건 내 진료순서가 맨 앞쪽이었다는 것.
일찍 병원에 갔다. 일찍이라 함은 5시에 집을 나간다는 뜻이다. 그 시간대, 차가 별로 없어 좋다. 그럼 15~20분도 안 돼 병원에 도착할 수 있다. 만약 6시부터 시작되는 러시아워에 집을 나서면? 1시간 반은 걸린다.
시간이 흐른다는 건 그렇게 억울한 일이 아니다. 오디오북을 들을 수도 있다. 문제는 대기오염이다. 내 차가 그렇게 오랫동안 공회전 비슷하게 길바닥에 서 있다시피 한다는 건 그만큼 오염물질을 사방에 쏴댄다는 말도 된다. 이거 모두의 건강을 위해서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겸사겸사 전기차를 열심히, 한동안, 알아봤었다. 지금도 30만 원을 예약금으로 넣어둔 상태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고 있다. 돈도 문제이긴 하다. 내 궁한 살림에 거금이다.
물론 두 대를 처분하면, 비록 올드카들이지만 아주 레어 하고 매니악한 성격의 차들이라, 짭짤한 돈 좀 회수할 수 있다. 그래도 남은 돈 내겐 아주 큰돈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다.
사실 더 큰 고민은 딸의 운전면허 취득으로 패밀리용 차 한 대 필요하다는 사실. 나도 보행장애인인 이유로 애정하는 지금의 게딱지 20년 짜리 콤팩트 차가 필요하고….
어쨌든 전기차에 대해서 공부해보니 그게 마냥 친환경은 아니다란 것. 어쨌든 지금은 전기차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다. 그래도 아직 예약금을 회수 않는 걸 보면 미련이 있긴 한가 보다.
이 전기차는 고향집 오고 가는 것 땜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략 왕복 440km 거리다. 목적지가 고향집에서 멈추는 건 아니다. 강 건너 어머니 요양병원에도 가야 한다. 또 더 더 먼 거리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한 달 정도 간격으로 대리진료도 가야 한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홀로 계신 90 다 되신 아버지가 자주 와줬으면 하신다. 그러다 보니 지난 1월 초 이래로 한 달에 4~5번을 왕복한다. 휘발유값이 장난이 아니다.
일찍 병원에 도착해서 주차장에서 책도 좀 보다 글도 좀 쓰다, 마을 일 업무도 좀 했다. 마을 봉사활동 관련, 4기 진행성 암 환자라는 걸 굳이 말 안 해서 아무도 모른다. 이 동네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좋아하니, 이 동네를, 내가 이 마을을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 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더 늦기 전에 뭐라도 하자 해서 시작한 일이다. 그게 커졌다.
내가 사는 마을을 위해서 하자는 게 구까지 확대되고 말았다. 지금은 동 단위 조직과 동 단위 마을신문 편집장 일과 문화 관련 모임을 꾸려나가고 있는 것 더하기 구 가로정비 자문, 역사문화 관련 자문, 구 전체 예산 관련 심의... 그렇게 겁 없이 불어나고 있어서 봉사 관련 서류 정리도 꽤 된다.
이거... 나 자신의 주제 파악을 좀 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그나저나 내 주치의 본 얘기, PET-CT 검사 결과 얘기를 하려다가 샛길로 빠졌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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