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시한부 48개월보다는 CT 방사능으로 인한 암 발병이 더 낫다는 생각에 또 며칠 후면 뼈 스캔까지 해서 30밀리시버트짜리 패키지 방사선을 기꺼이 쐬러 갈 수밖에!
암 치료를 위해 새로운 암 세포들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기막힌 역설!
“방사성 원소의 하나인 세슘 은 혈액과 근육으로 이동해 DNA 구조를 변형시키고”
“요오드 와 스트론튬 은 갑상선 및 뼈를 공격하고”
“플루토늄은 폐에 문제를 일으킨다."
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는 방사성 물질의 공격에 취약”
하다고도 말한다.
“그럼 CT 검사 하나면 됐지, 왜 이리 비슷한 걸 많이 해요?”
“비슷해요?”
“예. CT 검사, PET 검사, PET-CT 검사! 그게 그거 아닌가요?”
“다릅니다.”
“교수님, 뭐가 달라요?”
“아, 다 필요해서 하는 거니 환자분은 그냥 하라는 대로 하시면 돼요.”
“아니, 방사선이 들어간다고 하셨잖아요? 그 자체로 발암물질이라던데. 그런 검사하면 할수록 또 다른 암이 생겨날 수 있잖아요? 그런데도 제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해요?”
“하! 이분... 밖에 설명간호사가 있으니...”
“......”
“이분 코디 좀 연결해 줘!”라며 그 방 간호사에게 나를 떠넘겼다.
난 그날 코디네이터와 마주 앉았다. 일반적으로 이 상담간호사 내지 설명간호사로 불리는 분들은 참 친절하시다. 환자 친화적이시며 공감의 능력도 뛰어나시다. 난 이 코디네이터 선생님들의 도움을 아주 많이 받은 경우였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교수실에서 연락받았어요.”
“아, 예...”
“지나치게 질문이 많은 환자 시라고.. 하하하”
“하하... 그래요?”
“예.”
“제 몸에 방사선이 끊임없이 들어가고,
그런 상태의 검사들이 지금 막 처방되고 있잖아요?”
“그러게요.”
“그런데도 제가 하라는 대로 막 해야 되나요?”
“......”
“엑스레이, CT 검사, PET 검사, PET-CT 검사, MRI 검사... 그게 그거 같은데, 왜 그렇게 자주 해요?”
엑스레이 와 CT 검사, PET 검사와 PET-CT 등은 방사선을 몸속에 가둬 또 다른 암을 만들 계기를 마련해 주지만 내 생명을 끊임없이 위협하는 암의 위치와 크기, 모양, 그리고 예상되는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정보를 준다. 그 정보로 대책을 세워 내 몸뚱이를 더 온전하게 할 수도, 목숨이 더 붙어있게 할 수도 있다. 그러니 방사선을 이용한 각종 영상검사들은 필요악이다. 더 큰 걸 위해 상대적으로 작은 것들을, 더 급한 걸 위해 상대적으로 더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들을 희생시킨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나 같은 질 나쁜 4기 진행성 암 환자의 경우, 그 예측불허인 암세포들의 속성 때문에 최소 6개월에 한 번은 PET-CT 검사를 권고하고, 일선에서 그렇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난 완전관해 판정 후 좋아라~~고만 했지 그런 정해진 표준안을 무시하고 1년이 넘도록 PET-CT 검사를 처방도 안 받았을 뿐더러 스스로 요구하지도 않았었다. 그 결과는?
1년을 막 넘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암이 맹렬하게 기세를 떨치고 있다는 사실, 하필 골수에서 10센티가 넘게 무섭게 자라고 있다는 사실, 뼈까지 거의 다 파먹어 골절 일보 직전이라는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도둑을 맞으려면 개도 안 짖는다!”
덕분에 한쪽 다리의 가장 길고 튼튼한 뼈의 중간 부위를 잘라냈고, 운동성을 거의 잃었다. 그래서 남들이 하는 힘차게 걷기, 달리기, 등산하기, 자전거나 오토바이 타기, 전동 퀵보드 같은 마이크로 모빌리티, 수영이나 줄넘기...같은 것들을 못한다.
그런 육체적 활동, 심지어 ‘두 발로 걷는다’는 아주 기초적이고 당연한 행위조차도 내겐 언감생심이다. 난 그들이 한없이 부럽다. 세상에 내가 ‘걷는다’는 것을 부러워하는 처지가 될지를 어디 상상이라도 해봤을까! 그런 의미에서도 인생은 참 새옹지마다. 내가 두 번째 병원에서는 그 지나치게 잦은 방사선 세례가 무서워 병원을 옮길까 고민했었는데, 세 번째에서는 그 반대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 또한...
CT 검사는 일반적으로 암의 범위, 암의 위치, 암의 크기, 암과 인근 조직들과의 거리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 찍는다고 한다.
PET 검사는 신경이나 신경 연계, 근육, 상피 같은 조직이나 그것들의 결합체인 각종 장기와 같은 기관들의 기능이나 작동 양상에 대한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 찍는다고 한다. 이 검사를 하면 그런 조직들과 기관들에서 발생하는 이상 징후를 알아낼 수 있다고 한다. 다른 영상검사를 하기 전에 말이다.
이 PET 검사를 받을 땐 방사능을 가진 물질을 몸에 주사하거나 먹거나 들이마시거나 한다는데, 난 주사를 맞았었다. 내 팔에 이 방사성 물질을 주사를 놓는 사람은 얼굴 주요 부위를 가린다. 거기에 더해 나와 그 사이에 칸막이도 있다. 내 팔을 통과시킬 공간만 제외하고 그와 나를 차단시키는 칸막이. 그러니 그 방사선 물질이 몸에 이로울 리는 없다.
하지만 몸에 좋을 리 없는 이 물질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필요악이다.
암세포들은 다른 정상세포들에 비해 눈에 띄게 왕성하고 변칙적인 활동을 한다고 한다. 게걸스럽게 먹어대야 하는 숙명을 타고난 놈들이니 이해가 간다. 정상세포는 나이가 먹거나 다치면 그 생을 어떤 방법을 통해서 건 마감을 하는데, 이놈들은 영생의 길로 들어서도록 회까닥 돈 놈들이니 얼마나 많이 먹고, 얼마나 많이 대사물질을 뱉어내고, 얼마나 많이 움직일 것인가!
그런데 몸 속으로 들어간 이 치명적일 수도 있는 방사능 물질은 그 어떤 원리에 의해서 그토록 비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암세포 같은 놈들을 너무도 좋아하나 보다. 그래서 온통 그쪽으로 몰려가나 보다. 그러면 이 방사성 물질과 이 암덩어리가 한데 뒤엉켜 댄스를 하고, 그게 영상에 고스란히 잡혀서 그 정체를 들키게 되는 원리인가 보다. 이쯤 되면 PET 검사는 분명한 필요악이다.
그런데... PET 검사 하나면 됐지 왜 또 PET-CT란 걸 찍을까? CT와 PET이 만나면 더 좋은, 더 선명한,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건강상의 단점은?
물론 이 PET-CT는 무지막지한 방사선을 강도 높게 우리 몸에 쏘인다. 이 방사선은 죽을 때까지도, 아니 그보다도 더 오래오래 안 없어지고 육신에 머문다고 한다. 운동하면서 머무니...다른 부위에 치명상을 입혀 또다른 암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심리적은 단점은 뭘까?
그토록 입체적이고도 자세한 정보를 가져다주니, 암과는 비교도 안 되는 가벼운 질병이 많이도 발견될 수도 있는데, 이런 게 나오면 그렇잖아도 민감해진 암환자는 굳이 안 해도 되는 걱정거리를 쌓아두기 시작할 수가 있다는 것!
경제적인 단점은?
고품질의 이미지를 제공해주니 엄청 비싸다는 것.
결론은?
그러니 병원에서는 웬만해서는 잘 안 찍어준다는 것...
'앎 > 항암과 방사선, CT, PET, PET-CT, MRI, 뼈스캔, 조영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사선 영상검사의 명암_암 환자를 위한 (0) | 2021.09.26 |
---|---|
방사선 허용 수치, 방사선 치사량, 방사선 수치 시버트, 자연 방사선 (0) | 2021.09.26 |
양날의 검 방사선 검사_자연방사선도 위험한가 (0) | 2021.09.20 |
양날의 검 방사선 검사_방사선이 뭐고 검사는 왜 하나 (0) | 2021.09.19 |
암 공부, 방사선검사와 치료와 새로운 암의 굴레 (0) | 2021.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