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부작용으로 휴진하셨던 정형외과 교수님을 만났다. 얼굴은 부어 있었고, 눈은 충혈된 상태였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교수님.”
“참 오랜만이지요?"
“예. 하하하 거의 6개월 만이네요, 교수님.”
“하하 그러게요.”
“지난주 진료 연기에 대한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어요, 교수님. 걱정도 많이 했고요.”
“감사합니다.”
“교수님, 생각보다 심하지 않아서 천만다행입니다.”
“아이고, 죽는지 알았어요. 그 약 참 나쁜 약이에요."
“그 정도였나요, 교수님?”
“예. 그날 아침에 우리 의사들 백신 맞는데, 빈자리가 하나 보여 냉큼 가서 맞았는데...”
“......”
“그게, 내가 그렇게 서둘러 맞는 게 아녔는데!”
어쨌든, 다행스럽게도 코로나 백신이 가져온 부작용은 심한 고열 정도에서 그쳤다 한다. 그런데도 그 교수님의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고, 눈엔 실핏줄이 보였다. 이 분의 충혈된 눈을 여러 번 본 적이 있어서 딱히 놀랄 일은 아녔으나... 코로나와 코로나 백신이 연관된 이번 경우에는 아주 특별한 경우처럼 보였다.
이 교수님은 내 경우를 가지고 논문을 썼을 뿐만 아니라 학술발표도 하셨다. 물론 학술발표에 앞서 나에게 동의를 구했었다. 그 발표의 결론은 ‘신생혈관 억제제인 표적항암제가 뼈의 생성을 방해한다’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전이성 육종암을 원인으로 해서 뼈를 절단하고, 냉동 보관 중이던 기증 뼈나 인공뼈를 이식한 환자에게 신생혈관 억제제를 썼을 경우의 예상치 못한 결과에 관한 것이었다.
그때는 허벅지뼈 절단 후 이식 수술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라서 정형외과 교수님을 매월 보다시피 했다. 그 당시에 이루어진 대화는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아, 이거... 뼈가 영 안 자라는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하, 교수님,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교수님이 아셔야지요.”
“... 아무래도 드시는 약 같단 말이야. 그 약 신생혈관 억제제지요?”
“예, 교수님. 주치의한테 그렇게 들었습니다.”
“이게 1년 정도면 다 붙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정형외과 교수님의 어조나 표정은 이미 결론을 내리신 듯했다. 설마 대학병원의 정교수가 그걸 몰라서 내게 물었을까! 그분이 누구신가? 부교수도 아니고 정교수에, 육종암 수술에 관한 한 병원에서 톱 아니신가! 그분 없으면 난해한 수술은 손도 못 댄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분 아니신가! 내게 여러 번 그렇게 물어보는 데에는 딴 의도가 있을 성싶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게... 이건 좀, 제가 말하기에도 참...”
“뭔데요, 교수님?”
“약을 좀 끊어보시면... 한 여섯 달 만이라도. 그런데 그러면 또 암은 확 자랄 거란 말이지요. 안 그렇겠어요?”
“그러겠지요, 교수님.”
“그럼... 걷는 걸 우선에 둬야 하느냐, 암이 더 이상 퍼지지 않게 하느냐?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네요, 교수님.”
그런 식의 대화가 오고 간 몇 달간 내가 느낀 건 한 가지였다. 그분의 그런 모호한 표현에 담긴 의도를 난 속으로 속삭여봤다.
“이 교수님은 내가 6개월이나 1년 동안 표적항암제를 끊게 하시고 싶으신 거야. 하지만 그게 너무 리스크가 크니까 망설이시는 거고. 또 내가 결정하도록 유도하시는 거고. 이 양반이 약을 중단하라고 내게 직접적으로 말했다가 만에 하나라도 암이 확 번지기라도 한다면... 이분 얼마나 낭패겠어?”
그런 인연을 가진 이 교수님께서 코로나 백신으로 인한 아주 치명적인 부작용 없이 10일간의 휴식으로 회복하신 게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나야 이미 뼈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았기에 그렇다 쳐도, 이럼 명의 분의 수술을 기다릴 환우분들을 생각해보면...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 나도 5년 되면 허벅지 속 남의 뼈 수명이 다한다고 했었지! 벌써 6년 째인데... 티타늄 막대 두 개를 뼈에 고정한 스크루 나사 2개도 부러진 채로 있다고도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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