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국내여행

요양병원 나와 아버지와 괜찮은 식사

by 힐링미소 웃자 2022. 5. 4.
반응형

행담도를 지나 당진께 와도 연휴 분위기 물씬이다.
상행선은 널널한데, 하행선이 꽤 밀린다.
인생은 참 살만하다.
특히 여행이 있는 삶은 더 그렇다.
아무리 농경문화로, 도시생활로 정착에 접어들었다고 하나 내 생각엔 인간의 몸엔 역마살 DNA가 꿈틀댄다.
아니라면 저리 막 떠돌아다닐 리가 없다.
집콕이라 해도 집안에만 있을까?
울 안을 벗어나 마당으로 고샅길로 헤매고 다니고 있지 않는가!



서해안고속도로 해미쯤 오니 비로소 여유로워졌다.
이때다. 110킬로 크루즈 컨트롤 맞춘다.
거기에 직선도로다.
무릎으로 스티어링 휠을 잡는다.
카메라 사진 찍기 좋은 각도다.
오늘 타는 차는 게딱지만 한 차다.
그래서 다 작다.
양쪽 무릎으로 핸들을 잡을 수 있다.
물론 직선도로에 차가 없는 동안 잠깐이지만....


아래 사진 속 같은 풍경을 좋아한다.
바닷물이 육지 깊숙한 숨겨진 뭍으로 들어와 만드는 비밀스러운 만.
바다 소식이 궁금한 나무와 플들과 꽃들에게 갈매기 울음소리와 조개와 소라의 이야기를 실어다 준다.


요양병원에 도착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나셨다.
헤어지신 후 4개월이 다 되어간다.
1월 초에 응급실 가신 후 일주일 전후 해서 퇴원하셨었다.

단, 교수님은, 퇴원 조건을, 요구하셨었다.
집으론 안된다.
피검사 결과 나쁘다.
영양상태 안 좋다.
골다공증 골절, 특히 골반뼈, 이 올지도 모른다.
간에서 수 없는 암덩이들이 자라고 있다.
요양병원으로 가셔야 한다.

두 분이 애틋하셨다.
10 분만 허락 받았다.
하지만 난 책임자께 이럴 순 없다고 했다.
늘렸다.
많이 늘렸다.
덕분에 다른 일도 봤다.

평소 정성을 많이 들였다.
어머니 계신 층 스테이션 책임자 분께 뵐 때마다 박카스 1박스 더하기 비타 500 한 박스. 행정팀장님께도 박카스 한 박스 또는 두 박스…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홀로 남겨 두고
뒤돌아 나오시는 아버지…
아버지 표정과 말 속에 어두움이 짙게 깔렸다.
자꾸만 자꾸만 뒤돌아 보셨다.
뭔가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
먹는 것만큼 걱정거리 잊게 하는 게 또 있을까!

군산에서 꽤 유명한 집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어머니 건강하실 때부터 고향집 가면 금강을 건너 이 집에 오곤 했었다.
아버지와 들렀다.

카운터에 못 보던 사진이 걸려 있다.
하기야 여기 마지막 온 게 몇 년 전이더냐...
대통령이 방문하고, 그 일행들이 식당을 다 채웠다면... 음식 맛은 나쁘지 않으리라.



아버지께 좀 비싼 메뉴 소개해드렸다.
한우 전골.
1인분에 2만 원이란다.


아버지 많이 드신다.
나도 신이 난다.
6시가 넘었기에 시장하셨으리라.
나도 행담도서 요기 후 아무것도 안 먹었었다.


7시가 넘어가니 서쪽 하늘에
해 질 녘 그림이 그려진다.
해가 넘어가기도 전에 왜 어둠 먼저 몰려올까?
하루 종일 세상 비추느라 피곤할까 봐 어둠이 영접 오는 걸까?



군산에서 배를 채운 후 장항으로 넘어가는 다리 위를 달렸다.
눈을 돌려 왼쪽을 보니
석양이 예술이다.
옛 장항제련소를 깨우기라도 할 모양인지...
용강로를 깨우기라도 할 모양인지,
그 위를 뜨거운 태양이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해가 가는 저 먼 곳은 어디일까?
내 몸 실어 태우면서 구경 좀 시켜줬음....
탄 부분은 바다 위로 재가 되어 떨어지고...



우리 시골집 가까이 오자 완연한 밤의 세계다.
기분이 그랬다.
하지만 해는 아직 미련을 못 버린 듯했다.
차를 잠깐 세웠다.
피곤한 아버지께 양해를 구했다.

나무와 지는 해와 지평선이 내 마음속 촉촉함으로 채운다.



오늘 밤, 아주 오랜만에 아버지와 한 집서 잘 모양이다...
아버지도 어머니 얘기하시다가 내 얼굴 보시며 간혹 웃음을 보이신다.
오늘밤 나의 작은 존재로 아버지가 조금이라도 행복해지시길...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