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진료를 받았다. 2달 반 지난 후의 예후를 보기 위해서 흉부 CT를 찍었었는데, 그 결과를 보기 위해서 3달째 날 주치의를 뵌 것이다. 결과가 좋다는 말씀이셨다. 부작용도 용인할 정도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양쪽 폐 속 그 덩어리들 중 최고로 큰 놈들의 사이즈가 확 줄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다른 자잘한 놈들도 줄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하셨다.
혈액검사 결과도 좋다고 하셨다. 특히 모든 항암제의 지속성에 대한 바이오마커인 간수치는 양호하다고 했다. 인라이타의 주증상 중 하나인 빈혈도 안 나타난다고 했다. 이 빈혈은 헤모글로빈과 연관이 되는 것이고, 그건 적혈구와 세트를 이루니 조혈작용도 좋다는 뜻이리라. 부정적인 반응인 염증 수치 등도 안 보인다고 했다. 소변 역시 좋다고 했고.
아직 세 달치 효능에 대한 검증이므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이미 첫 번째 약물에 대한 내성을 보인 후이니 더더욱 그렇다. 언제 또 암세포들이 들고일어나지 모를 일이다. 물론 그 약물이 그냥 약물은 아니고, 10년 간이나 효과를 발휘한 약물이다 보니 내성에 대한 생각이 복잡 미묘하기는 하다. 그만큼이나 효과를 본 게 어디냐 하는 생각도 있으니 말이다.
오늘은 좀 반성할 일이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혈액검사에 지각한 일, 다른 하나는 장애인주차구역 주차가 가능한 차를 안 몰고 가서 주차에 엄청 고생한 일. 혈액검사는 보통 2시간 후에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암 투병 13년째, 샐 수 없을 만큼 혈액검사를 했음에도 그 간단한 상식을 무시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게 늦어졌다. 물론 그 모든 것에 진료는 안 들어간다. 내 주치의 교수님은 최소 60분은 지연이 되니 말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준비가 부족했다. 교수님이 보통 60분 지연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지난 일이다. 그러니까 오늘이나 내일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똑같은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을 유지한 채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인간의 정신 나간 행위 내지는 멍청함 중의 하나라고 아인슈타인은 말했다고 한다. 내 암 투병에 그 말을 대입해 볼 일이다. 그래서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더욱더 변화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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