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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23년 4기암과 13년째

전이 재발 수술 후 딜레마: 폐 종양 축소 붙지 않는 뼈

by 힐링미소 웃자 2023.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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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종성전이 재발에 의한 다리뼈 절제 수술 후 6개월이 지났다. 수술했던 다리 부위 엑스레이를 찍었다. 2방을 찍었다. 누워서 천장 보고 한 컷, 좌측으로 누운 상태에서 또 한 컷.  진료 30분 전에 찍으라고 했지만, 일찍 찍었다. 

 

진료실로 들어가니 교수님께서는 오랜만이라고 했다. 대략 2개월 쪼금 넘어 뵀으니까 그렇게 느끼시나 보다. 작년 말 수술 전에는 어떤 땐 일주일마다, 어떤 때 2주일 만에, 그렇게 여러 번 날 봐주셨었다. 그런 후 수술을 해주셨고, 대략 반 달  입원하는 동안 매일 봤고, 퇴원 후 경과 땜 두어 번 날 보셨으니 짧은 가간 동안 참 많이도 만난 사이였다. 그러다가 이제 또 보니 그 많은 시간이 언제 그리 흘러갔냐고 말씀하시며 내 얼굴을 보셨다. 

 

 

그렇게 반갑게 마주했음에도 본론은 좀 어두웠다. 뼈가 안 붙고 있다고 말씀하시면서부터… 뼈가 잘 붙었으면 좋겠지만 붙을 리 만무한 이치다. 나도 알고, 교수님께서도 아시는 일인데, 그 순간에서야 막 알게 된 것인 양 서로 딴전을 부렸을 뿐이다. 

 

“아, 참 안 붙네요.”

“그런가요, 교수님?

“네. 안 붙어요. 쪼금도…”

“네…”

“아, 그약 때문인가 보다.”

“뭐요, 교수님?”

“지금…그 혈관…그 약 시작하셨지요?

“그럼요. 그게 언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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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랬다. 정형외과 쪽에서는 되도록 2차 단독요법으로 쓰게 될 항암제 시작을 좀 늦추자고 여러 번 내 주치의 교수님께 요청했었다. 자가 뼈이식은 대략 3개월 전후, 남의 뼈 이식의 경우엔 빨라봤자 6개 월이 지나야 뼈가 붙기 시작할 거라며 그때까지는 치료제를 쓰지 말자는 요지의 협조요청이었다.

 

하지만 내 주치의께서는 양쪽 폐 속 다발성 폐전이 암덩어리들이 커져 가고 있다며 약을 더 늦출 수는 없다고 해다. 그러니까 수술 후 퇴원, 그 후 2개 월 쫌 지나 2차 단독요법을 시행하게 된것이었다. 그러니 정형외과의 염려가 현실이 된 모양새다. 그 덕분에 양 쪽 목발 사용해야 하는 기간이 더 연장됐다. 스크루들 13개가 허벅지에 박혀있는데, 목발없이 보행하면 체중에 눌려 부러질 거라고 했다. 지난 번에도 그런 일이 있었기에 예측가능한 일이다.

 

인라이타는 작용 원리가 1차 약과 같다. 보트리엔트도 역시 이번 인라이타처럼 신생혈관 억제를 통한 종양 성장 저해다. 이걸 치료제라고 해야 하는지 아니면 종양 성장 억제제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으나 일반적인 개념에서 치료제라고 하는 게 합리적이겠다. 

 

“그 약 기전이? 그 혈관억제?”

“네, 교수님. 그렇답니다. 신생 혈관 억제를 통한 종양 성장 억제랍니다.”

“하…그럼 우리 입장에서는 절단 양 쪽 끝에서  혈관이 나와야 좋은 거고, 그래야 다리뼈가 붙고, 그래야 목발을 안 짚고…”

“네, 하지만 양 쪽 폐 속 종양들을 생각하면 신생혈관이 안 나와야 암 세포들이 죽고요. 교수님께서도 그걸로 논문도 쓰셨잖아요?”

“그러게요. 이거 어쩐다…”

“……”

 

그러면서 날 위로해주셨다. 이분은 공감과 위로가 뛰어나시다. 게다가 말씀도 포멀하지 않으시고, 목에 힘도 안 주신다. 참 소탈하시고, 겸손하시다. 

 

“그런데, 그 약 효과는 어떻대요?”

“아, 약효는 있대요.”

 

나의 말을 들으시면서 얼마 전 검사받았던 양 쪽 폐 CT영상을 띄우시면서 마우스로 요란하게 종양을 찾으셨다. 그러면서 작년 말 가슴 사진과 비교를 시작하셨다.

 

“아, 효과 좋네. 많이 작아졌네.”

“그러게요…다 교수님들 덕분이지요.”

“그럼…우린 … 한 1년 되는 시점에 약을 좀 중단해야겠다.”

“네?”

“전에도 그랬잖아요. 우리가 뼈가 하도 안 붙어서 1년 정도 보트리엔트 먹고 휴약했었지…”

“그랬었지요. 하지만…”

 

 

오늘 진료 시간에 나눴던 이야기들이 그런 식이었다. 물론 아주 중요한 두 가지 이슈에 대한 대화도 나눴다. 어쨌든 그런 대화가 오간 뒤 3개월 후에 보자는 말씀을 끝으로 옆방으로 가버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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