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고, 알맞은 운동을 하더라도 암 환자는 피곤하다. 그러니까 육체적으로 잘 관리하고, 정신적으로 관리를 잘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걸 어제 포스팅에서 거론했다.
종양미세환경이라 불리는 게 피로를 불러오는 주범이라는 얘기, 그걸 이해하면 암 관리를 좀 더 적극적으로, 그나마 조금이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다. 더군다나 피로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내가 뭘 할 수 있고, 뭘 할 수 없는지를 알 수가 있다. 그걸 알아야, 어느 정도는 이해해야만 암 그 자체 만으로도 얼마나 심각한 피로를 불러오는지를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종양미세환경은 뭐 하는 놈일까? 정체는 뭘까? 정체는 간단한 정의, 복잡한 내막이다. 암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다. 간단하게 들린다. 그리고 하는 일은 내가 아무리 마음 수양, 몸 수양을 잘해도 날 피곤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이 종양 미세환경은 만성 염증상태를 만든다고 한다. 그럼 이 만성염증은 또 뭘 하는 걸까? 암을 형성시키고, 성장시키고, 진행시키고, 딴 데로 전이되게 만드는 주범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주범은 만성염증상태, 이 놈을 키우는 산실은 종양 미세환경이라는 말이 된다.
그럼 종양미세환경을 구성하고 있는 멤버들은 뭘까? 종양을 둘러싸고 있는 혈관, 면역세포, 섬유아세포, 어제 포스팅에서 말한 자가분비신호와 주변분비신호와 같은 신호분자, 세포 외 기질 등 종양을 포함한 그 주변의 모든 환경을 말한다고 한다. 이것들이 끊임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암을 더 커지게 하고, 전이되게도 하고, 암의 성장을 억제하기도 한다고 한다.
문제는 놀랍게도 면역세포도 때로는 암을 희생적으로 도와준다는 사실이다. 어제 말한 사이토카인이 그 좋은 예다. 암이 사이토카인을 이용하는 것인데, 본래 암을 잡아먹어야 할 놈인 사이토카인(이게 특정 물질이 아니다. 500여 가지나 되는 단백질의 총칭이다)이 오히려 암의 성장을 도와주는 짓을 한다는 건데, 진자 미칠 노릇이다.
어제 포스팅에서 오토클라인(오토크린)이라 불리는 자가분비나 차라클라인이라 불리는 주변분비 신호 모두 사이토카인을 반역자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종양의 놀이터이자 식당으로서 암을 먹여 살리는 게 만성염증이고, 그 만성염증을 도와주는 게 사이토카인이라니 참 아이러니다. 결국 이 사이토카인이 그런 못된 짓을 하게 되는 건 영악하기 그지없는 암세포 때문이다. 이 놈들이 면역물질인 사이토카인을 역이용하는 것인데, 사이토카인을 역이용한다는 말은 면역세포를 역이용한다는 말과 이음동의어다. 암세포들의 놀라운 생존 능력이다.
결국엔 암세포들과 돌아버린 면역세포들이 똘똘 뭉쳐서 천하무적이 된다는 말인데, 그 결과는 참담하고 공포스럽기만 하다. 뭘까? 곧 암을 더 단련시키고, 성장시키고, 항암제에 내성을 갖게 만들고, 다른 부위로 전이되게 만들고... 그야말로 끔찍하고 집요하고 잔인하다. 그러나 그런 모습을 떠벌리며 자랑할까? 아니란다. 포악한 모습을 숨긴 채 부드럽고 소리 없이, 내가 못 알아차리도록 위장한 채 내 목을 조이고, 숨통을 끊어놓는다는 것이다.
위 사실을 종합해 보면, 바로 암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종양 미세환경 자체가 피로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구조란 걸 알 수 있다. 또 그게 무슨 뜻인지를 어느 정도는 알아야 나와 남과 주변을 덜 원망하게 된다. 그걸 이해하지 못하면 피곤함 내지는 피로도를 나 자신의 관리부족 탓으로, 아니면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탓으로, 아니면 음식이나 물리적 환경 탓만으로 돌리는 어리석은 실수를, 번지수를 잘못 찾는 우를 범할 수가 있다. 원인을 모르면 대책도 안 선다. 조금 아는 것은 완전히 아는 게 아니다. 아니, 조금 아는 건 아는 게 아니라 모르는 것이다.
어떤 경우엔 모르는 게 약이라고도 한다. 같은 의미로 아는 게 병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암에 관해선 그런 말들이 부분적으로만 맞는 말일런지 모르겠다. 아니면 무책임하던지. 최소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에 비춰볼 때 말이다. 믈론 백전백승이 어딨겠는가? 전략적으로라도, 아니면 전술적으로라도 어느 정도는 패하는 것, 아니면 패한 척하는 게 필요할지도 모를 테니까 말이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와 같은.
나도 암(종양)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종양 미세환경에 버금가게 영악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놈들의 또 다른 수법인 허허실실 도한 내겐 긴요하다. 웃고 떠들고, 수줍은 듯 웃고, 순수해지고, 적극적으로 좋은 친구들를을사귀고, 독서도 하고, 놀러도 가고, 음악도 듣고, 무농약 유기농 채소도 많이 먹고, 남을 탓하지 말고, 고요한 듯 생기 넘치게, 다이내믹하게 사는 수밖에 없다. 종양의 그 이원적 삶이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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