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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을 땐 그게 얼마나 좋은 것인 줄 몰랐다."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다."
콩팥 하나를 들어냈을 땐 몰랐다.
콩팥이 두 개였던 이유를.
그저 당연한 듯했다, 너무도 자연스러워했다.
이제 하나 남은 외로운 콩팥을 보며
들어낼 때 열었던 뱃가죽의
없어지지 않는 수술 자국을 보며
속삭인다,
“나에게도 두 개의 콩팥이 있었을 때가 있었어."
라고.
사랑할 땐 그게 사랑이었다는 걸 모른다.
이제 그 사랑이 떠나고
그리움이 시도 때도 없이 밀려올 때쯤이면
보고픔에 애타는 마음이 사무쳐
시린 가슴에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 때면
떨어지면 안 됐을 사랑임을 깨닫는다.
내가 멀쩡한 두 다리로 걸을 땐 몰랐다.
그게 얼마나 소담스럽고 감사한 일인지.
두 다리 중 한 다리, 그중에서 한 마디,
그 마디를 위로 밑으로 조금씩 남기고
기부받은 뼈로 잇고 나서 알았다.
내 뼈, 온전한 내 뼈로 이루어진 두 다리로
딛고 선다는 것의 찬란함을.
지금 이곳 달콤한 미소로
날 위해 웃고 있는 얼굴이 영원할 줄 안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속삭이는 멜로디는
영원히 내 귓가에 머무를 줄 안다.
땅거미가 어둠을 불러오듯
세월이 소중한 사람을 거두어간 빈자리엔
시린 공허함을 남긴다.
지금,
항암제에 설사가 끊이지 않아도
아직 먹을 수 있고
지금,
뛸 수는 없어도 절뚝이며 걸을 수 있고
지금,
구름이 불러온 비를 물린 파아란 하늘을
잔잔한 마음으로 볼 수 있고...
아직 여기에 내가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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