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눈 깜짝할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공통적인 건
내 의지와는
무관한 것들이었다.
난
간암과 간경화로 투병 중이셨던
엄마가 아버지와
좀 더 오랜 세월
머무르시길 원했다.
물론 그 두 분은
이미 60여 년을 함께 하셨고
두 분 다 나보다는...
엄마는 나보다 30년 가까이
아버지는 40년 가까이
더 사셨고, 사시고 계시지만 말이다.
하지만 엄마는
아버지를 남기고
영원히 떠나셨다,
적어도 이 세상에서는...
그 일은 내 의지와는
무관한 일이었다.
난 2016년에 벌어졌던
상상도 못 했던 일,
육종성 변이에 의한 뼈 전이,
그걸로 다리 한 마디의 반을 짤랐고,
2년 후 영구장애 판정받았다.
그 후로 난 관리를 더 잘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6년 후,
무릎과 골반 관절만 남기고
남은 다리 한 마디를 싹뚝 잘라내야 했다.
그 또한 내 의지와는
무관한 일이었다.
이번 추석,
추석 전날 새벽 2시 반에 시동을 걸었다.
그 시간이면 차 안 밀리고
두세 시간이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10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다.
휴게소에선 한 번만 쉴 수 있었다.
그것도 커피 한 잔 못하고.
이길 저길 노선을 바꾸다 탄
공주-서천 간 고속도로엔
간이 휴게소만 있었다.
그 또한 내 의지와는 무관했다.
난 요즘 몸 상태가 쫌 이상하다.
13년 넘게
4기 진행성전이암 환자로 살다 보면
느낌은 본능보다 빨리 온다.
더 자주 피곤하고
더 자주, 불규칙하게 설사가 찾아오고
머리카락과 체모가 검은색으로 바뀌고 있다.
(사정 모르는 사람은 회춘하냐는
칭찬 아닌 칭찬을 하지만...)
그런 것들은 면역력의 척도이면서
항암제 약효와 반대 방향이다.
그럼에도,
교통정체가 예상됐음에도,
항암제 약효가 감소한다는 걸 느끼면서도,
면역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 엄청 피곤할 거란 거,
항암투병에도 안 좋을 거란 걸...
그래도
굳이 내려갔던 건
이번 추석이
마지막 추석이 될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91세 홀로 된 아버지와 함께 할
추석 명절은 올해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인생이 내 의지대로 안 된다는 것은,
그 증거들은
작년 말에 닥쳤던
뜻밖의 내 다리 에피소드나
하늘나라 가신 엄마의 빅 이벤트 말고도
충분히 널려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은 짧다.
고통스러울 만큼 짧다!
과거를 제자리인 과거에 머물게 하고
스트레스 받게 할 스트레스를
멀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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