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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늦을 때란 없다

최고의 항암은 어쩌면 속 깊은 우정: 우정에 물을 주자

by 힐링미소 웃자 2023.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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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늦게까지 친구들과 함께했다. 3시 조금 넘어 만나서 9시 좀 지나서 까지였으니 6시간이나 같이 있었다. 늦은 점심을 하기로 했다. 일행 중 한 명이 그쯤에서야 일을 마치기 때문이었다.

 

토요일 늦게까지 일하는 건 지치는 일이다. 요즘 주 5일 근무가 일상화됐지만 내가 한창 일할 땐 토욜 근무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소수였다. 시나브로 주 5일제가 밀려들어오기 시작하던 때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난 강행군을 했다. 열심히 일했다. 아니 정도를 넘어서는 스케줄였다. 월, 수, 금은 아침 5시면 집을 나서야 했다. 화, 목도 때론 그랬다. 아침 6~8시까지 첫 번째 쉬프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첫 번째 일이 끝나고 나면 인근 분식집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해장라면을 먹곤 했다. 간밤에 술을 먹어서 해장라면을 먹었던 건 아니다. 그냥 라면은 영양 부족일 듯해서였다. 해장라면엔 오징어와 조개 등 해산물, 그리고 콩나물이 들어갔다. 

 

두 번째 쉬프트는 월~금까지 거의 동일했다. 10~13시까지 이어지는 과정이었는데, 점심을 거르기 일쑤였다. 점심을 거른다는 건 건강한 습관은 물론 아녔다. 아, 물론 점심을 거를 수는 있다. 대신 아침을 잘 먹는다는 전제로 말이다.

 

그러나 나의 아침은 거의 매일 라면였기 때문에 점심을 거른다는 건 건강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랬다. 아마 젊었기에 가능했던 걸까? 물론 그 젊음이라는 게 20대를 의미하는 건 아녔다. 30대 중반을 의미했다. 난 20대 때에는 공장생활을 일정기간 했었는데, 그래도 그땐 30대에 비해선 잘 먹었던 듯하다. 공장과 계약을 맺은 식당이 있어서 점심때면 동료들과 늘 그곳으로  함께 갔었기 때문이었다. 그 시절은,...산재를 당했다!로 끝을 맺었다.

 

세 번째 쉬프트는 오후 2시부터 시작했다. 그 세 번째 근무는 월수금과 화목으로 나뉘었는데, 월수금에는 밤 10시 전에 끝나 본 적이 없었다. 화목 오후는 나름 여유랄까 그런 게 있었다. 그래서 월라벨? 요즘 말로 뭐 그런 걸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날들이었다. 그런데…그런 월라벨을 난 좀 더 진지하게 고민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한 내가 너무 멍청했다는 생각이다.

 

 

사실 내게 20대와 30대 초반은 기회의 시기였다. 20대 때 공장생활만 한 건 아녔었다. 유니세프에 속한 어느 NGO에서 서울 코디네이터도 몇 년간 했었고, 법에 대해서 깊이 들어갈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었다. 30 안 쪽으로 들어서면서는 어마무시(?) 탐욕스러운 미국회사 한국 스카우터 제의도 3번이나 받았었고… 지금 되돌아보면…

 

 

어쨌든 화목에는 밖에서 일하는 일정이 포함됐다. 2~3시간을 그랬다. 외부사람들과 일하는 건 나름 신선한 일이었다. 어쩌면 빡빡한 스케줄에 일종의 리프레쉬랄까… 뭐 그런 것이었다. 그때 묘한 관계를 경험하기도 했는데, 그 관계는 전통적 관계를 해칠 수도 있는 일탈적 이벤트였다. 어쩌면 스캔들이 될 수도 있었고. 그러나 현명했던 건지 멍청했던 건지 난 그 관계를 더 이상 진전 시키면 안 된다고 느꼈고, 그 느낌대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느낌이 아니라 지독한 길들여짐이었다. 

 

월화수목금이 끝나고 쉬었더라면 좋았을 것이지만… 난 토요일에도 반강제 반자발로 일했다. 돈이 많이도 필요했었다. 그리고 또 돈맛을 알기 시작했다. 그 둘이 아마 동기가 되지 않았었을까 한다.  토욜은 점심때 시작해서 밤 6시에 끝났는데, 여름에는 할만했다. 끝나도 밖은 아직 환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추운 계절로 접어들면 서글퍼졌다. 밖은 어두웠고, 내 맘은 우울했다. 친구들은 이미 한잔 거나하게 걸치고 다음 차-2차?-를 가거나 멀리 펜션 같은 데서 워라밸을 외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 후로도 꽤나 오랜 기간 월화수목금토 일을 했는데, 참 강행군이었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래서… 어찌어찌해서 서울 복판에서 집 두 칸을 살 수 있었다. 지금은? 거의 알몸, 알거지… 새옹지마?!지만...

 

어제 토요일 그 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일한 그 친구를 응원한다. 쉬고 싶었을 테지만 또 날 만나줬다. 본인은 그렇게 말 안 했으나 내겐 너무 감사했다. 참 고마운 존재다. 얼굴에 기미도 너무 많이 늘어났고….

 

친구 파이팅! 사랑하고 고맙고… 딴 두 친구에게도 같은 말… 친구들이 나를 응원한 것보다 더 밀도 높여...

응원 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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