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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늦을 때란 없다

짧은 인생, 고통스러울 만큼 짧은 인생

by 힐링미소 웃자 2023.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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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눈 깜짝할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공통적인 건

내 의지와는

무관한 것들이었다.

 

간암과 간경화로 투병 중이셨던

엄마가 아버지와

좀 더 오랜 세월

머무르시길 원했다.

물론 그 두 분은

이미 60여 년을 함께 하셨고

두 분 다 나보다는...

엄마는 나보다 30년 가까이

아버지는 40년 가까이

더 사셨고, 사시고 계시지만 말이다.

하지만 엄마는

아버지를 남기고

영원히 떠나셨다,

적어도 이 세상에서는...

그 일은 내 의지와는

무관한 일이었다.

 

난 2016년에 벌어졌던

상상도 못 했던 일,

육종성 변이에 의한 뼈 전이,

그걸로 다리 한 마디의 반을 짤랐고,

2년 후 영구장애 판정받았다.

그 후로 난 관리를 더 잘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6년 후,

무릎과 골반 관절만 남기고

남은 다리 한 마디를 싹뚝 잘라내야 했다.

그 또한 내 의지와는

무관한 일이었다.

 

이번 추석,

추석 전날 새벽 2시 반에 시동을 걸었다.

그 시간이면 차 안 밀리고

두세 시간이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10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다.

휴게소에선 한 번만 쉴 수 있었다.

그것도 커피 한 잔 못하고.

이길 저길 노선을 바꾸다 탄

공주-서천 간 고속도로엔

간이 휴게소만 있었다.

그 또한 내 의지와는 무관했다.

 

난 요즘 몸 상태가 쫌 이상하다.

13년 넘게

4기 진행성전이암 환자로 살다 보면

느낌은 본능보다 빨리 온다.

 

더 자주 피곤하고

더 자주, 불규칙하게 설사가 찾아오고

머리카락과 체모가 검은색으로 바뀌고 있다.

(사정 모르는 사람은 회춘하냐는

칭찬 아닌 칭찬을 하지만...)

그런 것들은 면역력의 척도이면서

항암제 약효와 반대 방향이다.

 

그럼에도,

교통정체가 예상됐음에도,

항암제 약효가 감소한다는 걸 느끼면서도,

면역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 엄청 피곤할 거란 거,

항암투병에도 안 좋을 거란 걸...

 

그래도

굳이 내려갔던 건

이번 추석이

마지막 추석이 될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91세 홀로 된 아버지와 함께 할

추석 명절은 올해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인생이 내 의지대로 안 된다는 것은,

그 증거들은

작년 말에 닥쳤던

뜻밖의 내 다리 에피소드나

하늘나라 가신 엄마의 빅 이벤트 말고도

충분히 널려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은 짧다.

고통스러울 만큼 짧다!

 

과거를 제자리인 과거에 머물게 하고 

스트레스 받게 할 스트레스를

멀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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