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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항암과 항암식단

항암제 보험 급여와 항암제 보험 적용: 1차 항암제 내성, 2차 항암제, 면역항암제

by 힐링미소 웃자 2023.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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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진료는 두 파트로 이어졌다. 그 짧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였다. 언제나 첨엔 인사를 나눈다. 이어서 교수님의 멘트, 내 질문, 결론, 다음 기약. 그게 우리들의 지난 10년간의 패턴이었다. 두 번째 파트는 돈에 대한 얘기와 협진과 특별한 처방이었다. 그런 후 진료 후 일정 협의. 그것의 연속인 원무과 들르기였다.

 

항암제를 선택하든, 검사를 하든, 수술을 하든... 아니면 좋은 음식을 먹든 암 환자는, 특히 4기 암환자는 항상 돈과 연결된다. 돈은 암환자인 내 삶에 있어 변수가 아니고 상수다. 내 인생의 큰 두 축은 삶과 돈, 난 그걸 절실하게 깨달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물불 안 가리고 돈에만 매달리는 인생은 아니다.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물욕에 대한 지나친 욕심과 몰입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그건 곧 내 목을 내가 조르는 격이 돼서 스스로 내 삶을 끝내는 기폭제가 된다. 그러니까 그 둘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 

 

항암제 얘기가 나오면서 곧 돈 얘기가 나왔다. 그건 의도했든 안 했든 필수였다. '돈'이라는 단어가 안 나와도 돈 얘기가 된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안 나와도 죽고 못 사는 연인 사이의 대화가 사랑을 말하는 것과 같으리라.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험이 되는 것으로 우선 쓰자고. 그 말씀은 나를 배려하시는 말슴이시다. 그분의 경제력과 나의 경제력은 하늘과 땅일 것이다. 그분이라면 비싼 면역항암제도 전제조건 없이 쓰실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뭐, 지갑은 열어봐야 알지만... 그분 연봉이 얼만데.... 나와 친한 레지던트의 귀띔이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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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약은 당연히 보험 적용이 됐다. 내가 암 환자고, 신청을 했으니까! 그럼 2차 약은? 된다고 하셨다. 왜? 여전히 암 환자니까! 그러면 끝? 아니다. 3차 약도 있다고 하셨다. 그게 다 보험이 되는 것이다. 그래도 안 되면 4차 약을 쓸 수 있다고 하셨다. 그 4차 약은, 유감스럽게도, 고가의 면역항암제일뿐더러 아직 보험 적용이 안 된다고 하셨다. 내가 웃으며 집 팔고, 논 팔아도 한 두 번 밖에 못쓸 거라고 말씀드렸더니... 대답 없이 그저 웃으실 뿐이었다. 

 

1차 약은 파조파닙이었다. 보트리엔트라고도 한다. 그 약 10년 썼다. 기록이라고 한다. 간독성 등 심한 부작용으로 오래 쓰고 싶어도 오래 못쓰는 형편이라고 한다. 대부분은... 하지만 난 관리를 잘했다고 하셨다. 그래서 오래 쓸 수 있었다고 주치의께서 말씀하셨다. 나도 동의한다. 나중에 나의 그 칭찬받은 관리법에 대해서 쓰고 싶다. 어쨌든 그걸로 10년을 썼다. 2차 약으로는 인라이타를 권하셨다. 그것도 효과가 있으리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냥 웃었다. 

 

하지만 큰 기대는 안 한다. 물론 이번이 2차 약은 처음이다. 하지만 주워들은 것은 있다. 2차 약은 1차 약이 내성을 보이기에 쓰는 것이다. 그런데 1차 약과 2차 약은 그 기전이 같다. 작동원리가 같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같다는 게 완전 붕어빵이란 의미는 아니다. 비슷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기전은 같으니... 어찌 보면 동어반복이나 말장난 같기도 한다. 내가 지금 설명하는 투가 말이다. 그 두 약 모두 신생혈관 억제가 그 기전이다. 그럼 1차 약에서 내성이 생겼고, 내성은 약이 안 듣는다는 말이니, 같은 기전을 가진 약이 무슨 경천동지 할 효과가 있을까!

 

대략 0%~30% 정도의 추가적인 효과 연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니까 몇 달 못 쓰고 스톱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할 것이다. 그만큼 1차 약의 중요성이 크다고 하겠다. 그 말은 암세포들이 얼마나 똑똑하고 영악하가!라는 말과 같다. 일종의 이음동의, 인간의 의학기술과 암세포들과의 전면전에서 아직은 암세포들이 우위에 서있다는 반증이다. 부정적으로, 비관적으로 생각하면 2차 약과 그 이후의 약들이 전부 통과의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백해무익하다는 말은 또 아니다. 언제나 어디에나 예외는 있으니 말이다. 어찌 보면 이 암세포 자체가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것이다. 내 몸속 세포들은 거의 대부분이 정상일 것이다. 어느 정도 분열하면 사라져 버리는, '생기면 후에 죽는다'라는 보편적 원칙이 적용되는 존재 말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선지 정상인 세포가 그 역할을 다하면 즉어야 마땅한데, 그 단계에서 안 죽고 영원 불사하면서 괴물처럼 분열하는 게 암세포라고 하니 어찌 이게 정상이라고 할 것이며 어찌 예외적인 경우라고 말하지 못할 것인가!

 

그러니 2차 약과 함께 부단히 관리 한 번 해야겠다. 그게 주어진 자원을 잘 활용하는 방법이 될 것이니 말이다. 설령 그게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우선 5mm로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한 달 후에 경과를 보자고 하셨다. 어제저녁부터 먹으라고 권하시면서. 하지만 난 좀 더 자유로운 몸, 스트레스 없는 내 몸을 며칠만이라도 더 갖고 싶다고 부탁드렸다. 그 말은 다음날부터 약을 먹고 싶다고 어필한 것이었다. 교수님께서는 웃으시며 알라서 하라고 하셨다. 잘 관리하는 분이시니 하시면서...

 

우선은 돈 각정은 말자. 어제 한 달 간 약값이 10만 원 좀 넘게 나왔다. 10 달이면 100만 원이다. 하! 10달을 예상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상태를 봐가면서 2차 약을 먹든 3차 약을 먹든 할 일이다. 그게 교수님의 의견이기도 했다. 그 사이에 더 좋은 약들이 나올 거란다. 지금 임상실험 중인 약들도 많고. 희망을 갖고 지금처럼 웃으며 낙관적으로 나가자고 하셨다. 돈 걱정 안 하시게 약을 잘 알아보겠다 하시면서.

 

그래! 아무려면 사람이 먼저지 돈이 먼저일까! 명은 하늘이 정하고 난 그에 따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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