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를 받았다. 혈액검사는 거론도 안 하셨다. 소변검사 역시 마찬가지로 거론을 안 하셨다. 여러 가지 말씀을 하셨다. 나도 준비해 간 질문을 했다. 그걸 받아 교수님께서 다시 종합하셨다. 이건 변증법적이다. 마지막에 협진 요청이 있었다. 새로운 약을 처방받았다. 약한 손엔 봉투를 들고, 다른 손엔 지팡이를 짚고 먼 길을 돌아 병원으로 다시 왔다. 푸트코트에서 늦은 점심을 했다. 다 끝나니 3시가 다 됐기 때문이었다. 긴 하루였다.
결과를 받았다. '혹시나'가 '역시나'가 됐다. 휴약 한 지 3달 반 만에 사달이 났다. 그렇게까지는 안 커질 거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를 저버렸다. 그것도 예상을 훌쩍 벗어나서 말이다. 저쪽 진료실에서 내가 있던 진료실로 들어오며 웃으셨던 교수님, 스태프가 열어 놓은 화면을 보시면서 얼굴빛이 변하셨다. 이번에는 평소와 다르게 리뷰할 틈이 없으셨을 것이다. 바로... 어제 찍었으니까.
양쪽 폐 속 전이암덩어리들이 많이 커졌다. 예상처럼 그놈들 신났었을 것이다. 부담 없이 커진 게 내 눈에도 확연했다. 하기야 내 몸의 모든 털들이, 앞머리와 윗머리 그리고 사타구니를 빼고, 모두 검은색으로 변했으니... 샤워할 때마다 눈에 띄게 변하고 있었기에... 예상은 했었다. 신생혈관 억제 기전의 표적항암제의 주요한 부작용들 중 하나가 세포분열이 빠른 것들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피부다. 그 속 멜라닌 색소고. 그러니 모발색은 일종에 탄광 속 카나리아다. 항암제가 듣느냐 안 듣느냐의.
약을 바꿔야 한다고 하셨다. 남 잠자코 듣고 있었다. 우선 이 약으로 하고, 다음엔 저 약으로 하고, 그다음엔 또 저 약으로 하자고 하셨다. 보험이 되는 경우와 안 되는 경우를 말씀하셨다. 그리고 만약 제2, 제3, 제4의 약들이 안 들면 어쩔 수 없이 돈 많이 드는 약을 먹거나 쓰거나 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난 열심히 마인드 맵핑했다.
난 영상을 다시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교수님께선 기꺼이 그래 주셨다. 아주 자세히 보여주셨다. 두 개를 비교하시면서 하셨다. 차이점과 볼륨의 크기 등... 난 쥐 죽은 듯 설명을 들었다. 물로 내내 기분이 유쾌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어쩌랴... 울어?
난 그 영상들 중 몇 개를 폰 카케라에 담고 싶었다. 하지만 잘 안 됐다. 두 개의 모니터기 교수님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지리목처럼 모가지를 쭉 빼니 교수님께서 친절하게도 그 큰 모니터의 방향을 트셨다. 그러나 부족했다. 교수님께 부탁드렸다. 겸연쩍게 웃으셨다. 그러면서 서너 장을 찍으셨다. 그리곤 옆 비서를 보시며 알듯 모를 듯, 아주 특이한 웃음을 지으셨다. 찡그리지 않으셨던 게 분명하지 난 잠시나마 기쁜 맘이었다. ㅊ폰을 내게 건네셨다. 사진이 작품이 됐다.
"이거... 개인정보 때문에...
"아!"
"하기야 본인이 쓰실 거니..."
"넵!"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순간에 불과했다. 나의 질문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내 질문의 요지는 크게 두 가지였다. 난 의사도 의대생도 아닌 까닭에 논리적인 질문만을 준비해 갔다. 그리고 그렇게 사전 양해를 구했다.
"말씀 감사하게 잘 들었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13년을 살 수 있는 것도 교수님 덕분입니다. 그런데... 교수님... 질문을 해도 될는지요? 바쁘신 거 눈으로 뻔히 보이는데... 죄송합니다."
"하하하. 그럼요!!"'
내가 드린 첫 번째 질문은 기존의 약이 선택적으로 효과가 있는데 계속 쓰면 안 되는지였다. 교수님께서는 난처한 표정으로 답 하셨다. 보험이 안 된다고. 그 말은 쓸 수는 있다는 말이다. 대신 전액 개인부담이란 의미였다. 난 다시 여쭸다. 양쪽 폐는 스테이블한 상태 아니냐? 그건 약효가 난다는 의미 아니냐? 교수님께선 맞다고 하셨다. 하지만 대퇴골로 전이됐던 암이 재발했으니 더는 안된다고 하셨다. 그 안된다는 말의 의미를 왜 모를까! 보험이 안 된다는 뜻이란 걸 말이다.
두 번째 질문을 드렸다. 만약 이번 약을 오래 못쓰는 상횡이 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교수님의 답변은 지난번과 동일했다. 3차 약이 있다는. 그래서 무슨 전략회의 하듯 진료를 마치고 나왔다. 1차 약은 이미 게임 오버다. 2차 약은 오늘 처방이다. 그런 후에 3차 약이 있다. 4차 약도 있다. 그러나 거기부터는 돈을 내야 한다. 아주 많이. 그래서 내가 말씀드렸다.
"애들이 키워야 하고... 돈이 한참 많이 들어갈 나이들이고... 시골 논은 돈이 얼마 안 되고. 무슨 수로 그 많은 돈을 모아놓을까요!"
교수님 깨선 웃으셨다. 나의 그 질문이 당신을 향한 게 아님을 아시기에 그저 웃음뿐이셨다.
염화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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