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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13년 전원, 두 번째 수술, 폐 절제

암삶 31-"남겨두고 떠나기엔 제 아이들이 너무 어립니다." 눈물로 간청한 전원의뢰서(2013년)

by 힐링미소 웃자 2021.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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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어 2013년이 되었다.

어김없이 그 교수님한테서 진료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그 교수님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또한 애걸복걸 끝에 만나 뵀던 흉부외과 교수님도

납득하기 힘든 수술방법을 제시하셨기에 충격이 컸었다.

그분께서 제시한 수술방법을 받아들인 분께서

1년인가 더 사시고 돌아가셨다고 하시니...

내 마음이 좋을 리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난 당시의 교수님께 힘든 부탁을 하기로 맘먹고

그 교수님 진료실에 앉아있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예! 좀 어떠세요?"

"아, 그게 교수님이 저보다 더 잘 아시지 않으신가요?"

"무슨 말...?"

"1 주일 전의 검사에 대한 결과는

교수님이 저보다 더, 

아니 교수님만 아시지 않으신가요?

전날에 이미 검사 결과에 대한 리뷰도 다 하셨을 테고요..."

 

그 교수님은 당황하신 듯 보였다.

고분고분하던 환자가 시니컬하게 반응하고 있으니...

"아 난 요즘... 컨디션... 기분이 어떠냐는 말..."

"......"

" 전보다 좀 더 커졌고... 개수도 좀 더 늘어난 것 같아."

"교수님, 교수님이 저를 보시기 시작한 지가

오늘이면 벌써 22개월째가 되나 봐요..."

"그러게. 2년 이 다 되어가네."

 

그쯤 되면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챌 만도 하련만...

그 교수님은 그냥 까칠해진 환자 한 명과 마주하고 있다는 듯

놀란 두 눈 이외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교수님은 저한테 약 처방도 안 해주시고, "

"쓸 약이 없으니까, "

"그저 2개월마다, 어떤 땐 3개월마다

방사선 관련 검사만 하시고, "

"상태를 추적해야 되니까, "

"그러면서 제 폐 속의 종양들은

더 커져만 가고, 늘어만 가고요."

"......"

 

이제 내가 할 말은 하나만 남았다.

예약 없이 갔던 나를 진료해 주신 것,

바쁜 수술 일정을 재조정해서 날 위해

수술 날짜를 잡아주신 것 등은 감사드리고도 남을 일이었다.

하지만 나무뿌리와 약초로 만든

비싼 건강보조식품을 강매하듯이 하신 점이나,

직접 수술 집도도 안 하셨으면서

그렇게 하신 것처럼 수술기록지에 적게 하신 것 등...

아주 실망스러운 점도 많았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납득이 안 됐던 점은 약 처방 없고,

과도한 방사선 이용 영상검사들을 처방하시는 일이었다.

 

 

결국 어느 날 난,

"그래서 제가 교수님께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뭔데?"

"전원 의뢰서 한 장 만 좀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전원 의뢰서?"

"예!"

"안돼!"

"왜요?"

"난 내 환자를 다른 사람한테 보내지 않아!"

"예?"

"난 내 환자를 다른 의사에게 절대 안 보낸다고!"

"교수님!"

"나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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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료실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왔다.

그리고 의자에 몸을 던졌다.

곰곰이 생각했다.

천장도 쳐다보고...

복도를, 

내 앞을 지나는 사람들을

우두커니 쳐다보고...

환자인 듯한 사람들을 물끄러미 보다가

나 자신의 몰골을 생각해보고,

보호자인 듯한 건강한 사람들을 

보다가... 그들을 부러워하고...

 

내 가슴엔 아이 둘이 있었다.

그 둘이 가슴을 솟구쳐 올라와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나를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9살 소녀가 아빠를 부르며 울부짖고 있었고,

그 옆에서 까닭 모를 3살짜리 남자아이가

덩달아 울고 있었다.

'이건 아니야! 난 좀 더 살아야 해!'

 

난 실성한 다리와

터져 빠개질 듯한 머리가 이끄는 대로

내가 좀 전에 나왔던

그 진료실 문을 세차게 다시 두드렸다.

 

"환자분! 왜요?"

"교수님을 한 번만 더 뵙고 싶습니다."

"안돼요. 환자님!"

"왜 안 돼요?"

"아까 진료 보셔서... 오늘 진료는 끝난 것이고...

아니면 다음 진료일에 말씀하세요!"

"선생님!"

 

난 그 방 간호사에게 그 교수님 한번 더 뵙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간호사 선생님은 안된다고,

"우리 교수님은 같은 날 같은 한자 두 번 안 보시는 분이세요."

라는 말과 함께 내 부탁을 강하게 거절하고 계셨다.

 

"거기 왜 그래요?"

"아까 그 환자분이..."

"왜?"

"교수님을 또 뵙고 싶대요."

"이리 와보세요!"

 

난 이분이 날 들어오라고 하시네"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리고 의외의 현실에 놀라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격앙된 모습이었다.

"교수님... 다시 들어와서 죄송합니다..."

"그러게. 아까 진료 봤잖아!"

"교수님, 제 아이들이 아직 너무 어립니다.

저! 더 살아야만 합니다. 더 살고 싶습니다."

"......"

"남겨두고 떠나기엔 제 아이들이 너무 어립니다."

"나 참..."

 

나는 더는 참으면 안 된다고 결심을 굳혔다.

그리고 단호하게 요구했다.

"교수님, 전원 의뢰서를 써주십시오.

그게 교수님이 절 살리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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