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채! 이 정도 숫자의 집을 보유하고 있다면 부자일까? 부자라면 얼마나 부자일까? 부자가 아니라면 왜 아닐까? 얼마를 가져야 부자일까? 부자는 안 죽는 걸까? 아니면 부자는 더 오래 사는 걸까? 가난하면 짧게 사는 걸까? 가난한 사람들은 일찍 죽는 걸까? 암 환자는 재산이 많아야 할까? 적다면 앞으로 돈을 많이 모으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까? 이 사회는 노력한다면 돈을 벌 수 있는 걸까?
암 환자인 나는 어디에 삶의 의미를 두어야 할까? 32채 보유 50대 비극을 보며, 기후변화와 폭우 피해, 제목을 그렇게 정했지만 우울하고 슬픈 이야기다. 왜냐면 어느 분이 하늘나라로 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어느 분이 세상을 떠났다는 게 기쁜 이야기가 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분께서는 다주택 소유자이셨다고 했다. 무려 32채를 보유했다고 한다. 사인은 단순한 사고사였다고 한다. 거기다가 50대 초반에 불과하셨고. 그 나이가 ‘불과한’ 나이인 이유는 우리나라 여성들 평균수명이 86세를, 남성들의 그것이 83세를 넘기고 있다니 말이다. 그러니 50대 초반은 평균수명 대비 아직 30년을 더 사실 수 있었고, '100세 시대' 슬로건 기준이라면 살아오신 세월만큼 더 사실 수 있으셨을 것이기 때문이다.
32채의 주택 소유. 그냥 부자가 아니다. 난 한때 2채를 갖고 있었다. 어느 지도층 멤버들이 비거주용 주택을 가진 것은 없는 분들 대비 비도덕적 또는 비윤리적 일지 모른다는 뉘앙스의 말을 시도 때도 없이 할 때, 언론에 나올 때마다 할 때, 난 윤리적, 도덕적이고자... 그래서 팔았었다.
요즘 기준에 놀랍게도, 아니면 바보 같다는 조롱을 일으킬 만큼 멍청한 결정이었지만, 한 채를 팔았었다. 더 바보스러웠던 이유는 난 당시 재개발조합 조합원이었다. 그렇다고 그 집을 투기나 투자로 산 집도 아녔었다. 생애 첫 '내' 소유 집이었다. 그 아파트, 재작년에 준공됐고, 지금 전세가 16억이다. 1억 6천이 아니고.
누군가 32채를 가진다는 것은 나와 비교, 2가지가 엄청 다른 경우다. 첫째로 그 지도층 톱(들)의 사기성 발언에 의하면, 그 고인께서는 비도덕적, 비윤리적, 반공동체적이었다. 물론 그(들)가(이) 임명하거나 사랑한 참모들은 다 다주택자들이었지만…. 그러나 그 누구도 그 고인을 비도덕, 반윤리적, 반공동체적이라고는 안 했단다. 성공의 아이콘이었다고 한다.
둘째 그분은 현명했다. 누가 뭐래도 현시기 우리나라의 모럴에 의하면 다주택자는 부러움의 대상이고, 성공의 표본이다. 그것도 한 두 채가 아니라 32 채다. 32채면 얼마나 될까? 참고로, 그분이 사셨던 동네의 42평 아파트 한 채가 32억에 거래됐고, 지금도 그 가격으로 매매된다. 또 그 동네 투룸 다세대 주택이 보증금 2억에 월세 120만 원이다. 아파트만 32 채였던, 골고루 섞어서 32 채였던 보통 부자가 아니셨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는 결국 나보다 먼저 가셨다. 그는 나보다 나이가 덜 드신 분이셨다. 그런데도 먼저 가셨다. 그는 건강하셨다고 한다. 난 4기 암이다. 더하기 20개 넘는 암덩어리들이 양쪽 폐에 다닥다닥 포도송이처럼 있다. 그중 너무 크고 무거운 한 무리의 집단이 있어서, 폐 중 일부를 한 움큼 잘라낼 정도였다. 그거에다가 멀리 다리뼈로도 가서 뼈도 한 토막 잘라냈다. 그렇게 12년을 넘기고 있다. 그런데 평소 지병도 없으셨다는 그분께서는 그런 나보다 더 빨리 가셨다.
지금 난 이 글을 쓰면서 마음이 아프다. 누구든 오래 살아야 한다, 최대한. 왜? 내 기준에 사람은 이 세상에 한 번 태어나고 한번 산다. 또 한 번 죽는다. 태어났다면 되도록 오래 살다 가야 한다. 내 생각이다.
그분께서는 큰 가게를 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올여름 비가 엄청 많이 오는 날, 가게 안으로 물이 스며들고 있는 모습을 보셨다고 한다. 그래서 바닥이 미끄러울까 봐 급하게 그 물기를 처리하시려다가 미끄러져 넘어지셨고…. 다시 일어나지 못하셨다고 한다.
그분의 육체가 3일 동안 머물렀던 곳, 호화로운 장례식장엔 평소 문턱이 반질반질하도록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현직 지역구, 전직 지역구 의원들께서는 안 나타나셨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일이 있다며 펑크를 냈다 한다. 그래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지역구 담당자들 및 연락책들께선 분통을 터뜨렸다는데… 그건 인지상정일지도 모른다 숨이 붙어 있을 효용가치와 북망산 넘은 후의 효용가치가 같을 순 없을 테니... 말이다. 바쁜 분들의 스케줄에 비하며 스틱스 강을 건넌 분들의 가벼움이야 말해 뭣하랴...
그 3일 동안 가족 간 주로 오간 건 애도나 명복보다는 어떤 세무사가 유능한 지와 그중 누구를 선택할는지 였었다고 한다. 내가 비록 제목에 기후 변화... 하면서 기후란 말이 들어갔지만, 그 기후 얘긴 담에 하는 게 좋겠다. 32채 보유 다주택자 50대 비극을 보며 기후변화와 폭우 피해를 말하기엔 뭔가 어색하다. 서두에 쓴 딴 얘기도 담에 써야겠다. 그분의 명복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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