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좋았었다. 행복했었다고 말하고 싶다. 행복했다.
우선, 집에 다녀왔다. 집이라면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이련만... 태어나고, 15년을 보낸 곳도 내겐 분명 집이다. 어쩌면 영원한.
그리고 그 담날 친구 커플이 초대한 호사스러운 곳에서 호사스러운 식사를 하는 호사를 누렸다.
아직 큰 건강 문제 없으신 아버지께 감사드리고, 늘 챙겨주는 친구(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나도 행복을 주는 사람였으면 좋겠다.
내 고향, 하필 거기가 이번 단시간 강우량 기록을 세운 곳이다. 물론 강 건너 어느 섬이 그랬었다지만, 강 이쪽 우리 고향도 그랬었단다. 가슴이 아팠다. 특히 고향 친구가 국민학교 동창톡에 올린 사진 두 장이 내 가슴을 에이게 했다. 그속에 보이는 들판, 그 모습이 더는 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을 그 논의 모습이 아녔다. 장강의 모습?...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그날밤 잠을 못 주무셨다고 하셨다. 뒷산에서 뒤꼍으로 쏟아부은 폭우 미끄럼틀이 뒤뜰에 뻘밭을 만들고, 그중 일부가 턱 낮은 부엌으로 밀려들어왔다고 하셨다. 그걸 쓰레받기로 담아내시고, 냉장고 밑이며 싱크 밑은 물을 뿌려 흙을 쫓아내시고, 보일러를 틀어 다 말리셨단다. 시작은 1시, 끝은 6시였다고 하셨다.
91세 아버지...그런 말을 듣고도 내려 가 보지 않는다면... 내가 자식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또 뭐가 있을까 했다. 그래서 토욜 새벽에 내달렸다. 잠 들깬 짤은 운전대를 안 잡았다. 뒷좌석에서 깊은 잠 들은 모습이 백미러에 투영됐다.
이러저러한 맛난 그러나 짠맛 있어 오래 두고 드시기에 좋을만한 밑반찬 3가지 샀다. 인심 좋게 생기신 사장님께서 이번에도 덤 하나 껴주셨다. 복 받으실...
저번에 사놓고 못 드셔 냉동실에 모셔뒀던 찌개거리 돼지고기, 국거리용 소고기를 내놓으셨다. 요리를 부탁한다는 표시였다. 찌개 거리는 좋아하시는 묵은 김치와 버무려 맛난 김찌찌개 해 드렸다. (난 못 먹었다. 매워~~). 소고기는 머리 쪽에 푸른색 많고 쭉 뻗은 무를 골라 국 끓여드렸다. 다른 반찬 안 드시고, 소고기뭇국만 드셨다. 밥그릇, 국그릇...싹싹 비우셨다.
본래 계획은 담날 새벽 일찍 올라오는 거였다. 담날 있을 친구들과의 점심을 위해서 새벽에 서둘러서... 하지만 저질 그지 체력임을 잠깐 앚고 있었다. 그래서 맘을 바꿨다. 아버지께 큰 불효를 저지를 행위란 걸 알면서도...
산밭 다녀오 실 때 꺾으셨을 게 뻔한 나뭇가지 지팡이를 의지하시며 곧 떠날 아들 차가 있는 길가로 나오셨다. 조수석에 탄 자식 얼굴 한번 더 보시겠다는 듯 가까이... 딸이 운전대를 잡았고, 내 눈과 귀와 온 신경은 아버지를 향했다. 하지만 얼굴을 빨리 정면으로 돌려야만 했다... 흐르는 눈물을 보여드리기 싫어서였다.
그렇게 되달려온 길이 끝날 때쯤 난 자정이 넘었음을 알았다. 샤워를 하고 다음날을 기약하고 밤을 잊었다. 아침이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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