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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24년 4기암과 14년째, 척추전이

4기 진행성 척추종양을 위로하는 감사한 우정과 럭셔리 한강뷰 뷔페 호강한 날

by 힐링미소 웃자 2024.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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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난리 고향집에 다녀온 다음날 아침, 때맞춰 일어났다. 간밤에 샤워를 한 후라서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머리는 엉망이 돼버렸다. 아마 피곤이 심해서 몸부림 많이 치며 잔 듯했다. 헤어스타일이 사나워 보였다. 하지만 다시 샴푸를 하기는 싫었다. 적당히 빗어 넘겼다. 그리고 지난번에 못한 선물 꾸러미를 챙겼다.

 

시동을 걸고 다리를 건넜다. 약속 장소 건너편 공영주차장에 차를 댔다. 대략 30분가량 시간이 남는 듯했다. 차 안에서 내가 좋아하는 Orianthi 노래를 크게 틀어 놓고 멍 때렸다. How do you sleep, 그리고 Blues won't leave me alone 두 곡을 들었다. 그 두 곡이 끝날 때쯤 초대한 친구로부터 톡이 왔다. 다 도착했는데... 어디냐는...

 

이 친구와 그날 초대받은 두 친구는 날 참 잘 챙겨주는 고마운 친구들이다. 내가 4기 진행성전이암 진단받은 지 올해로 14년째다. 오늘 날 초대한 친구는 내가 다리뼈 절단 수술 첫 번째가 되던 후부터 날 유별나게 챙기기 시작한 친구다. 뭐 나올 거 없는, 어쩌면 말기암을 향해가는, 그런 친구를 챙긴다는 건 보통 우정 아니면 힘든 일임에도, 챙기고 있다. 커피, 차, 식사, 채팅... 

 

이 인연은 거의 20년 전부터 시작됐다. 이런 관계는 특별하다. 특히 더 잃을 게 없는 시절에 더 돈독하게 쌓여가는 우정은 그 감사함과 소중함을 형량 하기조차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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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장소에 도착하니 다른 두 친구, 초대한 친구, 그의 남편이 날 반갑게 맞이했다. 날 위해 특별히 한강 전망 즐길 수 있는 창가 자리를 비워두고 있었다. 이 멋진 뷔페가 있는 이 호텔... 내 20대 청춘의 절정기에 많이 들렸던 곳이다. 그런 곳에 이런 럭셔리 뷔페가 들어설 줄은 몰랐다.

 

옆에 있던 가든호텔은 어디로 갔는지, 건너편 돼지껍질과 숯불돼지갈빗집들은 또 다 어디 갔는지... 내 15년 젊은 친구의 부모님 집은 4층 건물로 바뀌고.... 주변엔 아파트 숲으로 바뀌고... 내 20대 말 때 친구가 여기 근처 오피스텔 정상부에 살았을 대 야경 보러 오라고 초대했던 곳... 추억은 가슴속에 남아 있건만 환경은 낯설기 그지없다.

 

 

요란한 코스요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때마다 담당 셰프가 와서 재료와 먹는, '잘'먹는, 방법을 설명했다. 럭셔리 뷔페에 럭셔리 풍경을 즐기고, 럭셔리 우정에 취했던 하루였다. 

 

12시 조금 못 돼 시작했던 식사자리는 2시 30분에 끝났다. 그때가지란다. 우리는, 남편분은 내가 준 선물 쇼핑백을 들고 먼저 귀가한 탓에, 근처 가로수 밑 그늘에 앉아 지나는 행인들을 보며 부드러운 바람을 쐤다. 소소한 이야기를 벗 삼아서...

 

한번 만나면 자정까지 버티는 우리 우정, 그날은 해질 때까지 만으로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기로 하고 건너편 스벅으로 옮겼다. 느끼 느끼 고기맛과 얼얼 와인이 채 입안에서 사라지 않았던 까닭에 모두들 달달 아이스크림을 시켰고, 달달 이야기로 해를 서산으로 끌어내렸다. 

 

 

각자 전철 타고 간다는 말에, 몇 번이나 갈아타야 하는지를 묻자... 두세 번이라 했다. 난, 이젠 21년 차가 돼버린, 스포츠쿱 작은 그차에 그 셋을 싣고 가는길에 여의도역에서 내려주기로 했다. 마포대교 건널 때 서쪽엔 불타는 석양이 우리들 오른쪽 뺨을 물들였고, 긴 머리 사지머리로 만드는 바람이 우리의 헤어짐을 방해했다.

 

고마운 친구들...

그날 우리 참 좋았었지?

또 한 번의 추억을 가져다준 친구들... 자금까지도 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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