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간 나와 함께 했던 독일 친구들이 돌아갔다. 인천공항에서 5년 만의 재회를 반기면서 포옹했었는데, 이제는 다음을 기약하면서 포옹했다. 사실 그들에겐 그게 99% 가능할 미래일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겐 그렇디 않을 확률이 99%다. 지난 2011년에 최초로 몸에 칼을 댔고, 203년에 폐에 댔다. 이어서 육종성 변이가 2016년에 날 타격해서 또 댔다. 그러더니 항암제 내성이 생기고, 2022년에 같은 부위를 더 큰 범위로 잘라냈다. 이런 식이라면 아마 2025년 언저리 어딘가에서 더 큰 수술이 날 기다릴는지도 머를 일이다. 그래서 내가 그들을 다시 볼 가능성은 99%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통계와 과학, 그리고 경향성을 보면 일종의 법칙이나 방향이 있다. 마치 하루 중 수도 없이 많은 높낮이의 기분 그래프가 있는 것처럼, 주식창의 그래프가 아무리 좋은, 전도 유망한 종목에서 조차도 높낮이가 있는 것처럼, 내 투병 생활에서의 안 좋은 일들도 나름 규칙성 내지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그런 점을 인정하기로 하면서 내가 앞으로 몇 번이나 더 그들이 사는 나라를 또 갈 수 있을까 형량해 보는 것이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그게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그렇다.
난 잘 나갔었다. 조금만 더 하면, 대략 1년 정도?, 1000이 눈앞에 있었고, 그다음엔 순풍에 돛 달 듯 돈을 긁어 모을 수 있는 밑밥들이 다 깔려있었다. 그런데 그 정점에서 암초를 만났고, 꼬구라졌다. 그야말로 냉탕과 온탕, 바닥과 정상을 오르락내리락했던 것이다. 그런데 묘한 것은 내가 죽을 수도 있을 정도의 상태였음에도 안 죽었는데, 현재 병원의 저명한 육종암 관련 전문의께서는 내가 아마 2013년에 죽었어야 의학적 지식에 부합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보다 10년을 더 살고 있다. 그러니까 예측의 영역과 현실의 영역이 언제나 부합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이쯤에서 뇌피셜을 생각해 본다.
독일 친구들과의 여행은 완벽한 계획과 앞날에 대한 예측불가능성을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그 친그들은 누가 독일 사람들 아니랄 까봐 분 단위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그걸 내게 보냈다. 그 친구가 그렇지 않으리라고 한치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지만 이번처럼 분단위로 계획을 잘 줄은 꿈에라도 몰랐었다. 그러나 혹시나가 역시나가 됐다. 난 그렇게 움직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만의 자유, Freiheit, 를 보장하겠다며 도중에 빠졌다.
그러니까 그들이 공항에 도착할 때부터 시차를 극복하고, 서울의 번잡함에 분위기에 적응하가 까지 대략 5~6일은 붙어 다니다 시피했다. 그리고 그들의 여행 한가운데는 그들만의 시간을 갖기를 원했고, 그랬다. 30년 전에는 서울과 수도권과 동해안을 샅샅이 훑고 다니더니, 이번엔 남부지방을 휩쓸고 다녔다. 그런 후 내 고향 언저리에서 만났고, 그 후로 또 1주일을 붙어 다녔다. 그러면서 느낀 건 인생은 계획대로는 안 된다는 것, 그걸 또 배웠다는 것이다.
그건 그들이 예정에 없던 걸 경함해보고 싶어서 그랬던 경우도 있었지만 내가 끼어들어서 그랬던 경우들이 더 많았는데, 이게 그 핵심이다. 그들 둘이 계획을 세웠던 그들의 나라 안에, 그들의 방안에는 내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문자로만 나의 건강 내지는 신체 조건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내가 2018년에 그들 나라에 갔을 때, 그들이 내 모습을 못 봤던 건 아녔다. 그러나 세월이 흘렀고, 사정 변경이 심하게 일어났다. 그러니까 객관적인 상황이 바꿨다는 것이다. 그게 현실이었다. 그러니까 그들은 나와 함께하기 의해서 그들의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뭐가 바꿨고, 앞으로 뭐가 바뀔 것이나? 정말 내가 그들을 다시 못 볼 확률은 99%가 될 게 확실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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