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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늦을 때란 없다

90세가 넘는다는 것과 노후 대책

by 힐링미소 웃자 2023.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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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의 연휴,

 

90세 아버지께서 시골집에 

덩그러니 앉아 계신 걸 알면서 
나만 고기에 상추쌈
싸 먹고,
밖에 나가 카페에 들러
커피 마시기가
이젠 맘이 편치가 않다

 

그래서 시골집에 내려갔다.

엄마가 떠나시기 전에는
맘이 상대적으로
편했었다

내가 굳이 내려가지 않아도
두 분 서로
때론 말 상대, 때론
언쟁 상대가 되셨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내가
내려간다 해도
뭐 하러 내려오냐 하시곤 했다.

그러나 이젠 겨우(?) 2주 만에
내려간다 해도
“그럼 그래야지…”
하신다.


이번 연휴 비가 예보됐다.
특히 아버지 계시는
내 고향,
특히 비가 심할 거라 했다.

언제 일기예보가 맞은 적 있더냐 했지만
이번 비는
심상치 않아 보였다.

그래도 내려갔다.
얼굴 보며 밥 두세 끼
힘께 하는 것이지만
만나지 않고,
얼굴보지 않고,
말을 섞지 않으면, 
부대끼지 않으면 정이란 게
쉽게 쌓이지 않는다.

 

 

내려가는 길은 험난했다. 

아침 7시에 출발했건만...

이수교로터리부터 막힌다.

길을 틀어 교대 앞 스벅에서 

언제가 누군가 보내준, 마감 임박 쿠폰...

커피 한 잔 뽑았다.

 

경부를 탔다. 

이것도 장난이 아녔다. 

천안까지 얼마가 걸렸는지 모른다.

도저히 더는 차 안에 처박혀있을 수 없었다.

 

 

사골떡국, 비린내 나는 소고기 한 점, 아마 냉동? 떡국떡 한 10개? 정성 제로 형편없는 맛

직산역 역전 앞에서 밥 한 끼 먹었다.

역시 겁나는 물가....

 

돈 값 못하는 음식 퀄...

한심...

맘에 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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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걸렸기에

늦은 아점...

어쨌든 

배는 채우고...

 

공주를 네비에 찍고 

강행군!

 

그러나 여전히 막힘!!!

 

다시 네비에 청양을 찍고...

아!

시골길 시원한 바람~

여유 있는, 상대적으로, 도로 사정.

 

커피 한 잔~~

 

어차피 가야할 길.

카페를 뒤로하고 

청양을 찍고...

부여를 찍고...

 

그렇게 갔다.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직산역 밥집 30분,

사양 카페 30분,

나머지는 드라이브...

지독한 밀림!

 

그날밤은 피곤해 잤다.

그리고 다음날=오늘 

아버지 읍내 바람 쐬드릴 겸,

읍내에서 돈 쓰시는 재미도 느끼실 겸

11시경 나가 

비싼 삼겹살 샀다.

 

아버지께서 씨 뿌려 놓으시면
무심한 듯 자라는
상추 몇 포기를
뽑았다.

솎지 않은 이유는…
그냥 솎기만 하면
자식이 와서 당신이 기르신
상추를 먹었다는 표가 안 날 거라는
생각?
그러면 아버지께서
다시는 상추를 거기에 인 심으실 거라는 것?
그런 생각에서였다.
드문드문 이 빠진 듯해야
자식이 먹은 줄 아실 거라는…


이 상추가 있던 이 자리에
오랫동안 볏짚이 쌓여있었다.
그 앞에는 뒷간이 있었다.
내가 아마 10살 무렵까지?
그러던 게
꽃밭으로 변했었다.
그렇게 한 10년…?

이제는 상추밭이 돼버렸다.
아버지께서는
굳이 거름을 안 주신다 했다.
안 줘도 너무 잘 자란다고



그걸 바깥마당 수돗가에서 잘
씻었다.

우물에서
퍼 올린 수돗물,
그걸 세게 틀면
웬만한 흙은 다 닦인다.

하기야  흙이
다 내 몸을 이루고
상추를 이루고 …
뭐 빠득빠득 닦을 일이…

그 위에 아버지께서 사신
비싼 삼겹살,
그 위에 풋고추,
그 위에 고추장,
그 위에 흰쌀밥 얹는다.

흘끗흘끗 아버지 모습을
훔친다.

맛나게 잡수신다.
하지만 젓가락이
고기한테로는 많이 가지 않는 모습…

 

아버지께서는 
90이 넘으셨다.
내가 떠나면
넓은 집
홀로 계실 시간들…

몇 주 전보다 더 푸르다.

 

 

난 노후대책을 생각할 입장은 아니다.
4기 암에 무슨
노후대책일까!
망상이고
부질없는 꿈이다.


행담대교 위
땅 향해 떨어지던
비가
도로 위 빛을 수놓는다
물은 사물을 투영한다
세월은 삶을 투영한다.

얼마가 남았 건
감사하게
즐겁게 살 일이다.
사는 일, 곧 삶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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