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 암 12년째 첫 번째 검사 결과 어제 주치의 교수님께 자료집 선물을 해드렸다. 인사 후에 바로 드렸다. 검사 결과를 보고 나서 드릴까? 했지만... 줄 건 빨리 내 손에서 털어내는 게 좋다는 생각에서 그랬다.
“제가 전에... 동네 봉사활동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을 여쭌 적 있지요?”
“네.”
“암 환자도 지역사회봉사활동하는 게 삶의 질에 좋을 거라 하셨지요?”
“하하. 그랬었지요.”
“그래서 작년에 시작했고, 잘 마쳤고, 그 결과물인 자료집입니디.”
“아, 네. 애쓰셨네요.”
“제가 아직 살아 있는 거나, 이런 봉사활동하는 게 다 교수님께서 잘 리딩을 해주시고 있기 때문입니다.”
“뭘요! 환자분께서 너무도 관리를 잘하시잖아요.”
“무슨요. 그래서 그에 대한 제 맘의 작은 답례품입니다. 교수님 동네에 대한 건 아니지만요.”
“하하하. 귀한 걸 저 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드리지요!”
혈액검사와 소변검사에 대한 결과는 이미 상담간호사샘으로부터 잘 들었다. 3개월 전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하셨다. 단, 당뇨가 있단다! 내가 이 암 때문에 12년 동안 병원 오가며 당뇨 얘긴 또 난생 첨이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당뇨요?”
“네.”
“어떻게 당뇨가?”
“글쎄요... 식단의 변화일 수도 있고요.”
“그래요? 선생님, 제가 그전에 제가 기억 못 하는 당뇨에 대한 어떤 기록이 보이나요?”
"잠깐만요... 없네요!"
“하, 희한하네."
하지만 그 설명 간호사샘은 너무 걱정 말란다. 이제 첨 나온 거고, 일시적일 수 있으며, 식단의 변경과 함께 없어질 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 난 그분의 설명을 들으며,
“제가 요즘 단팥빵을 너무 많이 먹어서일까요? 아니면... 호박엿을 너무 많이? 아니면 율무차에 너무 많은 꿀을?”
“그러셨어요?”
“넹~”
“율무차면 율무차지 왜 꿀요?”
“아! 제가 커피를 갈아서 내려 마셔요. 거기에 율무를 2 티스푼 타요. 꿀 또 2 티스푼 넣고요.”
아! 말만 들어도 맛있겠네요.”
“넵! 완전!”
“호박엿은 또 어디서 사세요?”
아, 그건 옆 동네 두레에서요.”
"팔아요?"
“예. 두레에 호박엿 팔아요.”
“얼마나 자주 드셔요?”
“그거요? 글쎄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얼마나 많이요?”
“한 봉지 사면 한자리에서 다 먹어요.”
“엿을요?”
“넹~”
“몇 개나?”
“한 스무 개 되려나...”
“......”
“단팥빵은요?”
“글쎄요... 며칠에 한 개 정도?”
“많이 안 드시는데...”
“그렇지요? 그럼 당뇨가 나온 이유가 뭘까요, 선생님?”
“글쎄요... 아무래도 매일 드시는 꿀율무커피 땜 아닐까요? 아니면 검사 앞두고 또 다른 식단의 변화가...? 그 하이브리드 커피는 하루 얼마나요?”
“아, 한 두세 잔 마셔요.”
“두세 잔요?”
“넵!”
“그것 좀 줄여보세요. 그리고 담에 한번 보지요.”
“딴 식단은?”
“그것도 신경 많이 쓰시고요...”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어제는 이 양반하고 30분 이상을 말했었나 보다. 다행히 환자들이 없는 날 같았다., 상대적으로. 그 시간 동안 아무도 주변에 없었다. 그분 표정이 간만에 참 여유로워 보였다. 나도 덩달아 여유로웠다. 그래도 볼 일 봤으면 나가는 게 이 양반 쉬시는 데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어나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친구 얘기를 하시기 시작했다. 맞장구치며 듣다 보니 되게 이기적인 친구처럼 들렸다.
그래 내가 물었다. 왜 그런 친구랑 계속 만나냐고. 자기도 잘 모르겠단다. 뭐 하나 사주고 나서는 담에 꼭 그런단다. 자기가 전에 이러 저런 거 사줬으니 이번엔 너가 사줘야 해! 뭐 그런 식. 뭔가 되게 계산적이고. 그리고 절친이라고 생각해 본 적 한 번도 없는데 딴 사람들에겐 자기를 절친으로 소개한단다. 참 답답한 유형의 사람 같았다. 그 절친처럼 행사한다는 사람이.
그리고 대화를 길게 하다 보니 이 양반이 20대 말이 아니라 40 가까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되게 영하게 보여요!”
“제가요...?”
“예. 난... 20대 후반이나 30 초반이신 줄...”
“네? 하하”
교수님은 나한테서 자료집을 받으신 후 이리저리 살펴보셨다. 몇 장 넘기시다가,
“잘 보겠습니다.”
이어서 마우스 클릭클릭... 클릭클릭...
“복부는... 별다른 건 없습니다. “
“......”
“어디, 흉부랑은... 으음, 특별히 커진 것도 늘어난 것도 없습니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교수님 덕분입니다.”
“제가 뭘요? 하하”
“하하하”
난 좀 더 궁금했다. 나의 그 상투적 궁금함을 흉부외과 교수님은 싫어하신다. 하지만 내 주치의는 담백하시다.
“교수님, 크기가...?”
“아직 1센티 못 됩니다.”
“아...”
주치의께서는 클릭클릭 또 하시며 영상을 확대하셨다.
“이거요! 이게 이번 거.... 이건 지난 12월 거. 같아요.”
“아, 네... 그런데, 사진 좀 한 번...”
“아, 사진요?”
라고, 말씀하시며 모니터를 내 쪽으로 트셨다.
난, 나머지 상태들이 궁금했다.
“나머지는 아직도 쬐그맣게?”
“예. 쬐그만 것들은 여전히 많으셔요.”
“네. 하, 참 그놈들 웃기네요. 뭘 먹겠다고 저렇게 다닥다닥 붙어있대요?”
“네? 하하”
“교수님, 어쨌든... 감사드리고요, 건강하시고요...”
“네. 약은 기존대로 600으로 합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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