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이런 벌써 지난해다, 말장난이 때론 싫다, 달라진 게 뭐 있다고...) 게눈 감추듯 요란스러운 여러 진료 일정들이 있었다. 예정된 것들이었든 돌발적인 것들이었든 그랬다.
그리곤 요란스러운 모임들 초대장들이 있었다. 초딩, 중딩, 각종 학친들...동네 친들, '사회' 친들, 옛 직장 친들... 난 어쩌면 엄청 사교적이지만... 엄청 자제하기도 한다. 넘 많은 인연들이 이제는 벅차서다.
고딩 친들 모임엔... 하마터면 갈 뻔했다. 하지만 아직 항암제 끊기 전에 그 모임 있어서 설사 난리 블루스 땜 민폐가 이만저만이 아닐 듯해서 참았다. 그런데.... 그 모임 주재한 이번 회장의 재산이 무려... xxx억! xx억 도 아니고... xxx억 가진 친구 놈의 모양이 어찌 변했는지(내가 한참 헤드로 있던 어느 동종 업종 , 동업 제의라도 할껄...) 한번 보고 싶어서... 가고 싶었다. 나란 인간의 살림살이가 매미 탈피 껍데기 같은 집에 사는 처지라서 한번 구경하고팠는데... 아쉽!
난 이번 연말 만남을 극단적으로 줄였다. 그래서 위에 것들 중 사회 친들 모임만 참석했다. 4명 다들 별 볼일(지금도 별 볼일 없지만 더 별 볼일 없었던) 없던 시절에 만났었기에 더 별 볼일 없어진 모습으로 만나도 하등 흉이 될 게 없을 친구들... 연거푸 2번이나. 하나는 오랜만의 만남, 담 것은 50 넘은 친구 하나의 웨딩 포토 들러리...
그리곤 통영으로 떠났다. 2박 3일. 짧았던 시간들이 아쉽! 딸냄 샛별 귀국 기념 여행이었다. 그 존재가 내게 얼마나 눈물 나는 존재인지, 소중한 존재인지 새삼 깨달았다.
고향 집 아버지와도 하룻밤 보냈다. 돼지갈비 같이 궈먹었다. 손이 약간씩 떨리는 모습 뵀다. 허리는 더 구부러지셨고, 두 발을 넘어 세 발 띄시기 위해선 땅에 ㅅ 모양 손가락을 지팡이 삼아 걸음 하셨다. 그런 모습을 보는 자식 맘이 미어졌다.
요 며칠은 딸냄과 이런저런 추억 쌓을 수 있어 황홀했다. 몇 주 후... 아님... 몇 달 후 떠날지 모르지만 떠남이 예약돼 있다. 그럼에도 그땐 그때고, 지금은 같이 있어 넘 좋다. 행복함...
10년 넘은 디카가 말썽이었다. 통영 때도 모든 사진들 엉망 만들더니 공식 서비스 센터, 더는 안 봐준단다. 그거 산 홍콩에 가셔서 고치시든, 일본 본사로 가시든 그러란다. 작년 8월까지만 오셨어도 되셨을 텐데 하며... 구두선뿐.... 5만 원이면 됐었는데...
어쩔 수 없이 남대문 쪽 알아봤다. 거기 예부터 광학기기 메카들... 1세대 사라지신 지 오래지만 아직도 명장급들이 남아계시단다. 다행이다. 10만 원을 부르셨지만...부가세 뺀 나머지로 정정허셨다. 난 합당한 선에서 지불했다. 우리나라... 장인 대접 형편없고, 겉만 번지르르한 걸 좋아하다 보니 문화도 밈도 경박스러워져 가는 듯하다. 촌놈 콤플렉스... 언제 벗어날는지...
연말, 얼마 안 되는 마일리지 없앤다는 경고 문자와 메일에 질려서 소비하자 생각하며 궁리했더니 이마트나 영화티켓 몇 장뿐.... 그래서 예약해 버렸다. 홍콩 2박 3일... 흐음.... 지팡이 짚고 괴(개) 나리봇짐 매고 한번 가볼 요량이다.
마일리지 다 쓰니 돈 한 푼 안 들었다. 연말로 잡았다. 우선 마일리지 날리는 리스크 피할 요량으로, 연말이면 취소 생각할 시간도 넉넉할 듯도 하고 해서.
딸내미는 보행장애 아빠 혼자 지팡이 짚고 여기저기 다니면 내장 털린다(?, 무숴운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며, 더구나 아빠의 히피풍 고질 패션으로 나다니면 더 그럴 거라며... 하지만 죽기 전에 홍콩 한번 가서 기분 한번 홍콩 가보는 것도 좋을 듯... 예약! 방은 저렴한 여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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