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암/2023년 4기암과 13년째

벗 삼아 같이 가야 할 존재 암, 그러면서 할 건 다하면서

by 힐링미소 웃자 2023. 1. 8.
반응형

내가 특별히 고백하고 인정해야 하는 게 있다. 난 솔직하고 훌륭한 의료진들을 만났다. 지금도 역시 그렇다. 그분들 중 그 누구도 내 암이 낫는다고 날 희망고문이나 속이거나 한 분이 한 분도 없다.

 

첫 번째 병원 교수님께서는,

"일단 수술하십시다. 더 나빠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

 

 

두 번째 병원 교수님,

”환자분께 쓸 약은 없습니다. 게다가 양쪽 폐 속 다발성 폐전이암 덩어리들은 시한폭탄입니다. 우선 원발암을 제거하고 지켜봅시다. “

 

세 번째 병원 교수님께서는,

”다발성 폐전이암 덩어리들이 있는 곳들 중 강성한 것들이 있는 오른쪽 3 엽을 제거합시다. 그러면 폐 속 나머지 암들의 기가 죽는다는 보고도 많습니다. 그러고 나서 표적항암제를 씁시다. 없앨 수는 없지만 멈추게는 할 수 있습니다. “

 

그분들 말씀의 공통점은 암은 벗 삼아 같이 가야 할 존재이지 없앨 수 있거나 낫게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치료는 가능하다”였다. 그런데 우리는 '치료'와 '완치'와 '낫는다'라는 그 세 가지를 혼동하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 같다. 

 

12년 동안 암 투병하면서 병원에 들락거린 게 한두 번이 아니고, 진료실 앞 복도에서 들리는 진료실 안 대화나 고성, 절규를 들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또한 진료실을 나와 하소연하는 환자들을 본 게 어디 일이백 명에서 멈추랴!

 

또 수술과 입원, 적게는 10일에서 많게는 14일… 병실을 같이 쓴 사람들의 숫자도 세기 힘들 정도고, 병동 휴게실에서 귀동냥 하소연 들은 건 부지기수다. 의사인 환자들도 여럿 봤다. 병실을 나눠 쓴 이 들 중엔 빅 5 검사요원들도 많았었다. 

 

우리는 정확한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반응형

 

암 완치!

암으로부터 해방!

암 완전관해!

암 부분 관해!

암 치유!

….

 

위에 있는 어느 말도 우리 몸 안에 암세포가 깡그리 사라졌다는 걸 의미하는 단어는 없다는 것. 그 어떤 진정한 전문가도 그렇게 말하지 않을 거라는 것! 나의 이 단언의 근거는 내가 아니다. 

 

유명 암 병원 원장님, 

석좌교수님, 

한림원 정회원 교수님, 

학회장님…

 

그런 직함을 가진 50대 중반 이상의 베테랑 교수님들로부터 교차적으로 듣고 주지한 사실들이다.

 

그중 한림원 정회원 이신 어떤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은 모든 전문가들께서 내게 주신 말씀들 중의 정수다.

"우리 같은 사람은(나 같은 암 환자는) 하루라도 더 사는 게 잘 사는 거야. 치료하면서 할 일 하고, 하고 싶은 거 하고... 그렇게 하루라도 더 사는 게 잘 사는 거지, 암 크기가 지난번보다 커졌느니, 나을 수 있느니 없느니...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스트레스만 더해져! 그럼 1년 살 것도 얼마 못 살아!"

 

난 수술 4번 하고, 독하고 못된 항암제 먹고, 그만큼 순하고 착한 먹거리로 상처 난 내 몸 치유하고, 광범위한 독서와 블로그 같은 글쓰기, 맘을 터놓고 나를 있는 그대로, 하나도 숨기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친구들과의 대화, 마을 봉사활동, 구청 소식지 기자, 투자를 통한 돈벌이, 이제는 몇 달 후 농업인... 그렇게 일을 하면서 이렇게 살고 있다. 

 

 

난 내가 몇 번의 대수술을 더하게 될지, 어떤 중요 조직이나 장기를 들어낼지, 어떤 항암제를 더 쓸지, 아니면 이제는 임상에만 기대어야 할지 모르겠다. 또 그런 불확실한 것에 내 귀한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고 싶지 않다. 그럴 일이 생기면 그때 생각하면 되는 것이니까.

 

 

 

난 1년 앞을 내다보지 않는다.

오늘 사는 모습이 날 1년도 못 살게 할 수도,

1년을 넘어, 10년을 넘어,

20년을 넘어 살 수 있게도 할 거란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왜?

그런 식으로 해서 13년째로 들어왔으니까.

 

정형외과 교수님께선 말씀하신 대로,

"환자분은 저의 데이터에 의하면 2013년쯤 이 세상에 더는 안 계실 분이십니다."

 

그러니 모든 시작은 오늘이다.

열심히 항암제 먹고, 수술받고, 입원하고...

그러면서 일도 하고, 돈도 벌고, 맛난 거 먹고, 친구(들)와 웃고, 떠들고...

그렇게 오늘을 즐겨보자.

 

누가 알겠는가?

20년 후 그랬던 20년 전 사진을 보며 미소 지을지...

 

https://wifipw.tistory.com/entry/암-완전관해와-완치-암-환자의-완치와-완전관해-올바른-이해

 

암 완전관해와 완치, 암 환자의 완치와 완전관해 올바른 이해

암 완전관해 판정 2015년 교수님으로부터 ‘완전관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당시엔 암의 완치와 완전관해가 다르다는 걸 몰랐다. 하기야 그때는 병아리 또는 초보 암환자였으니 모를 만도

wifipw.tistory.com

 

https://wifipw.tistory.com/entry/암-완치판정과-5년-생존율-함정암-환자가-지치면-죽는다

 

암 완치판정과 5년 생존율 함정_암 환자가 지치면 죽는다

암 완치판정의 의미 암 진단 후, 병원에서는 각종 조치를 한다. 나의 경우, 진단-수술-혈액검사-조직검사-영상검사-관찰-혈액검사-영상검사-2차 수술-표적치료제-혈액검사-영상검사의 반복이라

wifipw.tistory.com

 

반응형